▲ ACTS 정상화추진위원회 회원들은 6월 5일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유헌
시험 기간을 맞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총장 고세진) 교정. ACTS 정상화추진위원회의 학생·교수·동문 100여 명이 '재정비리 행정파탄 고세진은 사퇴하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학교를 행진했다. 

이들은 6월 5일 저녁 학교본부·도서관·식당·기숙사 등을 돌며, △학교가 속히 정상화되고, △하나님이 통치하는 학교가 되도록 △총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기를 기도했다. 기도 소리를 들은 일부 학생들은 기숙사와 도서관 창문을 통해 기도회를 지켜봤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다.

학생·교수·동문 모여 총장 퇴진 주장

▲ 피켓을 든 ACTS 정상화추진위원회 회원들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헌
기도회 참석자들은 이날 설교를 한 박근섭 목사(M.div 동문회장)는 '너희는 근심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ACTS 학생들을 격려했으며, "학교가 비리를 은폐하고 가렸다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세진 총장님도 하나님께 열린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피눈물·탄식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교가 끝날 때쯤 농구장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의 전원이 차단됐다. 정상화추진위원회는 촛불을 켜고 기도회를 이어갔다. 기도회를 맡은 임명희 목사(광야교회·동문)는 "ACTS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은 우리 모두가 영적으로 하나님을 떠났기 때문이다"며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가서 부요와 풍요의 우상을 섬겨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다. ACTS가 고 총장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을 보고 우리 구성원 모두가 우상 숭배한 적이 없었나 돌아봐야 한다"며 회개가 필요함을 알렸다.

▲ 캠퍼스를 돌며 진행되던 기도회는 어두워지자 촛불기도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유헌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ACTS 정상화추진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학교정의실현추진협의회(학정추) 회원들은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맴돌았다. 교무처장 남병식 교수도 기도회 장소에 나와 "재학생들은 (기도회에 참석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세요"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학정추 회원, 폭언도 서슴지 않아

한편 학교정의실현추진협의회(학정추) 회원 10여 명은 이날 기도회를 따라다니며 불법집회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ACTS 정상화추진위원회가 시험기간에 불법집회로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무슨 짓들이야. 그렇게 기도해서 응답되겠어? 회개나 먼저 해!"라고 소리쳤다. "이 사람들 하는 말 전부 거짓말이야. 여기(불법집회)에 있다가 사진 찍히면 너네도 학교 잘리니까 빨리 교실로 들어가!"라며 주변에 나와 있던 학생들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폭언도 서슴지 않아 기도회 참가자들과 가벼운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학정추 측의 요청으로 관련 사진을 내립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분의 사진을 올려 피해를 입힌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신앙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1학년 학생들은 위와 같은 안내문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유헌
ACTS정상화추진위원회의 기도회가 열리는 뒤편. 몇몇 학생들은 멀찌감치 서서 기도회를 지켜봤다. 이들은 기도회에 참석하지도, 기도회를 반대하고 있는 학정추(학교정의실천추진협의회)에 가담하지도 않고 있는 재학생들이다.

이들은 기도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저기(기도회 장소) 근처에 있다가 사진 찍히면 학교에서 자른다고 해요." 1학년 학생의 말이다.

학생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기타라도 치고 있거나, 모여서 기도하는 것만 보여도 불법집회라고 경고해요. 신학대학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것도 학교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학교 측, 허락받지 않은 기도회·예배 등 불가 방침

"지금 다 휴학하고 남은 학생들도 별로 없어요. 학교에는 휴학을 할 수 없는 1학년들이 대부분이고요. 1학년들이 뭘 알겠어요. 학교에서 자른다고 겁주면 당연히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죠."

"학교 안에 법이 없고, 인권이 없어요. 얼마 전에는 IVF 동아리 아이들도 예배하다가 불법집회 한다고 제지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집회는 기본적인 권리 아닌가요. 집회나 예배의 내용이 뭔지도 상관없어요. 학교 측에서 마음에 안 들면 다 불법이래요."

학교 측은 직권휴학생들이 학교에서 예배하는 것을 불허한 상태다. 학교는 학생들이 몇 차례 예배를 강행하자 그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학생지도위원회 출두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신앙수련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기독교교육학과 학생들은 안내문(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안내문에서는 "학교에서 허락받지 않은 모임에 참가한 것은 학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경고하고, "차후 불법집회에 참석할 경우 학칙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참석한 학생들은 신앙수련회를 열고, 동문 선배와 만나는 게 경고장을 받을만한 이유인가라며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학교 측의 징계 위협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학교 한편의 운동장에서 기도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뉴스앤조이 유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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