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고리 1호기 폐쇄로 탈핵 원년을 맞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원전을 주제로 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을 비롯해 원전 이야기가 매스컴에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탈핵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즐겁지만은 않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 언론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다는 뉴스, 사실이 정확하지 않은 가짜 뉴스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8월 17일 <조선경제>·조선닷컴을 포함, 기사·사설·기고에서 원전과 관련한 기사를 7개 송출했다. "세계 원전 시장 석권이 코앞인데…공들인 탑 무너지나", "脫원전 대만, 발전소 1곳 멈추자…국민 64%가 어둠에 갇혔다" 등의 제목을 뽑으며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탈핵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8월 28일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언론 보도의 행태를 지적했다.

양이원영 처장(환경운동연합), 이상희 팀장(녹색당), 이강준 위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조현호 기자(<미디어오늘>), 김언경 사무처장(민주언론시민연합)이 참석해 가짜 뉴스를 배포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8월 28일 신고리 공론화 언론 보도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보수 언론이 보도하는 가짜 뉴스
핵발전소 비율 점차 늘어난다?
대만 정전, 탈핵이 원인 아냐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보수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점검했다. 보수 언론은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8월 7일 <조선일보>·<중앙일보> 등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발표한 핵발전소 장기 전망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세계 원전, 2050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양이 처장은 이 보도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높은 불확실성으로 두 가지 전망을 제시했다. 하나는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고, 하나는 원전 전력 생산 비중이 11%인 현재에서 6%대로 더 낮아질 거라고 했다. 보고서에는 두 가지 전망이 나오는데, <조선일보>는 최대 증가치만 가지고 기사를 썼다. 팩트를 정확하게 체크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언론이 "신고리 5·6호기 모델 APR1400이 세계 최고 원전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이 탈핵하면 600조 원전 시장에 수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양이 처장은 "APR1400은 제조 기술, 시공 및 설계, 주요 부품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원전을 수출하게 되면, 한국이 아닌 원천 기술 소유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대만 정전 사태도 전기 부족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 역시 오보라고 했다. 그는 "대만 정전은 한곳에 가동 중이던 가스 발전 6기가 인적 실수로 한꺼번에 멈춰서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는 한곳에 집중된 대용량 다수 호기가 어떤 이유로든 갑자기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수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핵발전소 중단이 원인이 아니다. 대만 정전 사태는 한국 역시 신고리 5·6호기처럼 대용량 발전소를 집중 설치하지 말고, 분산형 전력 수급 구조로 정책을 변화해야 한다는 걸 말한다"고 했다.

조현호 기자는 <조선일보>의 언론 방식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조현호 기자는 <조선일보>가 김익중 교수를 비판했던 일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탈핵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익중 교수가 금호고등학교에서 한 탈핵 강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비전문가인 김 교수 말을 듣고 정부가 탈핵 정책을 결정한 것처럼 말했다.

조 기자는 김 교수가 6년간 1,000회 가까이 해도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던 <조선일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공론화하자 김 교수 강연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북태평양산 고등어 등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김 교수 주장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후쿠시마 괴담'으로 알려진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명태야 말로 억울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국내 유통되는 농·수·축산물에는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존재한 칼륨 같은 자연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김 교수 논리로는 세상에 먹을 음식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현호 기자는 메시지뿐 아니라 메신저를 비판하는 것도 문제지만, <조선일보>가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펼치는 탈원전 반대 논리 구조는 원자력 업계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인이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로 발전기가 침수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사고를 경주 지진과 연관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인터뷰한 박종운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는 해저에 지진이 났기 때문에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1차 원인은 지진"이라고 말했다.

사고 확률이 낮다는 주장도 문제다. 보수 언론은 10만 년에 1회 정도 사고가 발생할 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 기자는 "이 계산은 국가원자력기구의 안전 목표치일 뿐, 실제 발생 횟수가 아니다.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 횟수에 일본의 원전 50기를 곱하면, 일본의 경우 10년에 1번 꼴로 사고가 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녹색당 이상희 팀장은 한수원의 홍보비를 받고 있는 언론들이 찬핵 기사를 내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보수 언론은 왜 '찬핵'에 목맬까
2017년 한수원 홍보비만 50억
핵 산업에 연관된 유착 관계

녹색당 이상희 정책팀장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홍보비를 언급했다. 녹색당이 입수한 한수원의 광고 홍보 현황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6년 광고 비용으로 총 75억 원을 썼다. 2017년에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앞두고 6월까지 총 50억 원을 썼다. 방송 광고로 36억 8천 만 원, 언론 홍보는 7억 9천 만 원가량이다.

이상희 팀장은 "언론사별 광고 홍보 수주 현황을 보면 <조선일보>가 7,536만 원으로 한수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받았다. 그 다음 순서인 <중앙일보>와 비교해도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중·동이 핵발전소로 피해를 보는 주민 이야기는 물론, 올해 6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건 131건 역시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점에서 언론사가 이윤에 몰두해 시민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강준 위원은 정치·관료·산업·학계·언론이 하나의 이익 공동체가 되어 똬리를 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상희 팀장이 언급한 광고비 외, 한국 건설업계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 산업이 언론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라고 보았다. 원자력산업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당시 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SK건설·두산중공업·효성 등 열 두 기업이 핵 발전 매출로 1,000억 이상을 기록했다.

그는 이 자료를 토대로 정치인과 원전, 관료와 원전이 모두 엮여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전 중단은 백년대계 자해 행위'라고 했다. 정 대표 셋째 형은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두산중공업은 3분기부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료 역시 원전 산업계와 연관돼 있다. 한수원에서 2013년 부사장을 했던 전용갑 씨는 2010년 한수원을 퇴직하고 두산중공업 고문으로 취업했다. 이후 다시 한수원으로 돌아왔다. 이강준 위원은 한국 사회에 이미 뿌리 박힌 원전 적폐를 청산하려면 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