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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몰카 영상, 그것은 범죄다
[인터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돕는 '트리거포인트'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7.08.25 17:14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지인 능욕 등 디지털 성범죄가 다양해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개인 성관계 영상, 몰카 동영상를 비롯해 사생활이 담긴 영상 및 사진을 인터넷에 유출하는 범죄 등이 디지털 성범죄에 속한다.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는 '몰카',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장면을 고의로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지인 능욕'이라는 신종 범죄도 생겨났다. 지인 능욕은 음란 사진에 지인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행위다.

범죄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다양해지지만 대책은 부족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요청하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개인 성행위 영상을 삭제할 수 있지만 처리 과정이 느리다. 이 때문에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삭제해 주는 민간 대행업체도 생겨났다. 처리 비용으로 한 달에 최소 200만 원이 든다. 그마저도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미 다운받은 누군가가 다시 동영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에 업무 요청을 해도 처리가 늦고, 삭제해도 영상 확산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타격을 입는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만 봐도 '자기를 찍는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신상 털기 등 2차 피해를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5명이 나섰다. 이들은 올해 2월 '트리거포인트'(정한결·김상우 공동대표)라는 단체를 만들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고 있다. 트리거포인트는 7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500만 원을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8월 25일 오후 5시 현재 2,013만 원이 모였다 – 기자 주). 피해자를 돕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 마감 하루 전인 8월 24일, 서울 중구 필동 트리거포인트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정한결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트리거포인트 정한결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는 꼭 공론화해야 하는 주제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크라우드 펀딩 주제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로 잡은 이유가 있나.

사람들은 '몰카'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지는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으로 페미니즘을 접한 후,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몰카 문제는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기사를 찾다 보니 피해자 사례를 다룬 것도 있었다. 처음 본 내용에 많이 놀랐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 싶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 남성으로서 여성이 겪는 디지털 성범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새로 알게 된 내용이 있었나.

페미니즘을 공부를 해도 머리로만 이해하던 게 많았다. 그래서 한계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벽을 더 많이 느끼기도 했다. 트리거포인트 멤버가 총 다섯 명인데, 여성은 단 한 명이다. 여성 멤버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됐다.

여성 멤버가 화장실 몰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남성 화장실과는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 여성 화장실은 벽에 구멍이 많고, 구멍을 휴지로 막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성 멤버는 화장실 갈 때 공포를 느끼는데, 허름하거나 술집 화장실은 더더욱 꺼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더욱 공론화하고 남성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깊게 파고들게 됐다.

- 텀블벅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디지털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피해자는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을 건너 건너 듣게 된다. 데이터 삭제 업체 이야기에 따르면, 피해자 모르게 영상이나 사진이 10만 건 이상 떠돌고 있다.

일단 영상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피해자는 방통위에 영상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하고 처리하기까지 과정이 약 한 달 정도 걸린다. 한 달이면 이미 영상이 유포될 대로 유포된 뒤다.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방통위 다음으로 사설 기관을 찾는다. 사설 기관은 한 달에 최소 200만 원이 든다. 그렇게 3개월은 해야 한다. 3개월 돈 들여 지워도 재유포될 가능성이 있다. 직장 생활하고 대학 다니는 피해자가 결코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디지털 감옥'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

- 영상을 찾아서 지워 주는 대행업체가 있다는 건, 그만큼 피해자가 많다는 뜻 아닌가.

프로젝트 준비하면서 자료를 검색해 보니, 대행업체가 3~4개 정도 있었다. 이들은 의뢰가 들어오면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삭제한다. 영상이 해외 사이트에도 있다 보니 피해자 혼자 절대 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 피해 사례 찾아보니, 1년에 2,000만 원 쓰고도 영상이 지워지지 않아 적금을 깬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를 찾을 수 있다면, 합의금으로 영상을 지우는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는데, 완전 삭제를 장담할 수 없으니 악순환이 계속된다. 피해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다. 부모에게 차마 말할 수 없어 버티다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상을 지우는 것도 일인데, 가해자 처벌 과정도 까다롭다. 경찰에 신고할 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젠더 의식이 없는 경찰을 만나면 2차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를 질책하거나, 바쁘다고 사건을 안 맡아 주는 경찰도 있다고 한다. 어찌어찌해서 고소까지 한다고 해도, 피해자는 경찰에게 영상 속 성기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음란물유포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자기 몸이 담긴 사진, 영상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충격인데, 피해자는 그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 캡처해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경찰보다는 사설 기관에 맡기는 거고. 트리거포인트 역시 크라우드 펀딩과 별개로, 2차 피해 부분은 사람들과 꼭 공유해야 할 내용이라 따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료를 만들어 올려놨다.

- 동의 없이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했을 때 가해자가 받는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 되나.

세지 않다. 몰카 범죄의 70%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다. 영상을 올린 사람도 100만 원대 초반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벌금을 내는 돈보다,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로 버는 돈이 훨씬 더 많으니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트리거포인트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트리거포인트

-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를 다운받아 시청하는 것도 범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그래서 두 번째 프로젝트로 남성을 대상으로 'UNLOOK'을 하려고 한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포자가 범죄 영상을 계속 유포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니 계속 공급하는 게 아니겠나. 다운받을 때는 몇 백 원 내지 않지만, 사이트 운영자들은 광고료로 먹고산다. 몰카, 리벤지 포르노 경우 다운로드 수가 일반 포르노에 10배 정도 된다고 한다. 어떤 업로더들은 가장 클릭 수 높은 사람에게 상금을 주면서 몰카를 수집하기도 한다.

자료를 조사하다가 다운로드하는 남성들이 영상 게시물에 올린 댓글을 봤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한 남성이 리벤지 포르노 영상 밑에 "이 사람 자살했다던데요ㅋㅋㅋㅋㅋㅋㅋ"라고 말했다. 인간의 악랄함을 봤다. 익명성 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두 달 내에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 자칫하면 남성들이 프로젝트 자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느꼈다. 여성들은 응원하고 지지하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 주는 반면 남성은 무반응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페미니즘 이야기하면 왜 페미니즘 옹호하느냐고 묻는 남성 지인이 많다. 여성 인권이 남성에 비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도 적고.

-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사람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영상을 보는 남성 대부분은 자신이 보는 게 단지 국산 야동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게 디지털 성범죄라고 인식하더라도, 피해자가 실제로 어떤 고통을 겪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다. 심각성을 1/10이라도 알고 있을까.

첫 번째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에도 피해 사례를 잘 전달할 생각이다. 여성이 어떤 고통에 처해 있는지 알게 된다면, 적어도 영상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남성이 생긴다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본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이 주변 일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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