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신교 사학 경인여자대학교 김길자 총장이, 학생들에게 세례를 강요하고 이승만 동상을 세우려 1,000만 원을 걷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김길자 총장은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고 건국절을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사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새문안교회 교인이다.

뉴스타파는 '사학 적폐 추적' 시리즈 2번째로, 경인여대 김길자 총장의 행보를 8월 21일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경인여대 교목실장은 교수들에게 "교수 업적 평가와 재임용 평가 시 세례자 수를 기입하게 되어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취재에 응한 교수들은 "총장이 어떤 학과에는 왜 세례자가 한 명도 없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세례자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뉴스타파에 "불교 신자임에도 학교의 압박 때문에 세례를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누군가는 받아야 하니)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해서 진 친구가 어쩔 수 없이 세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뉴스타파 보도 전후, 페이스북 페이지 '경인여자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강제로 세례를 받았다거나 장시간 회유를 당했다는 학생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기독교 개론 수업에서 세례를 받아야지만 A+ 준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2시간 넘게 강요받았다"는 등의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계 언론사들은 경인여대를 세례 많이 주는 학교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2016년 5월 "경인여대 새내기 257명이 세례를 받고 예수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가 복음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고 기사를 썼다. 2014년에는 <한국기독공보>에서도 230여 명의 학생이 세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학생은 불교 신자임에도 압박감 때문에 세례를 받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가 세례를 받아 자신은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경인여대는 지난해 3월, 교내에 높이 3m짜리 이승만 대통령 상을 설치했다. 뉴스타파는 학교가 동상 설치 비용 1억 3,500만 원 가운데 1,000만 원을 학생회에 강요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학생회 관계자는 "사인 안 하면 총장님과 면담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학내 곳곳에 붙었으나 교직원들이 다 떼어 버렸다"고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경인여대는 뉴스타파가 이승만 동상을 촬영하는 것을 막고 아예 학교 출입을 금지했다. 뉴스타파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경인여대는 이승만 동상을 철거했다.

김 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민국사랑회' 행사에 학교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대거 동원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사랑회는 8월 14일 '우남 이승만 애국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 시상식에는 이인호 KBS 이사장, 서석구 변호사 등이 참석했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상을 받았다.

교직원들이 사진을 찍고 행사를 안내하는 등 실무를 맡았고, 학생들은 시상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뉴스타파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행사에 왜 참석했는지 물었으나, 이들은 신분을 밝히는 대신 "대한민국사랑회 회원이다", "봉사하러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길자 총장은 이승만 동상을 학교에 세웠다는 이유로 죄 없이 떨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취재에 들어가자, 학교는 동상을 철거했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김길자 총장은 2000년대 초반, 회계·인사 비리 등으로 교수들에게 고소당하면서 학교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총장의 남편 백창기 이사장도 벌금형을 받고 물러났고, 학교에는 임시이사가 파송됐다. 그러나 2008년, 김길자·백창기 부부는 다시 각각 총장·이사장으로 복귀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현재 경인여대 이사 8명 중 7명이 김 총장과 연관된 인물이다.

김길자 총장은 2012년 <미래한국>과 인터뷰에서, 이 시기를 "학교를 빼앗으려 하는 좌파들이 준동한다고 느꼈다. 학교를 빼앗은 세력이 대한민국도 빼앗겠다는 생각에 애국 운동하는 분들을 알게 됐고, 이 시기 조갑제 대표나 서경석 목사도 만났다"고 했다. 또 "애국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달라는 기도 중에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은 이승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김 총장은 2008년, 전광훈·조용기 목사가 앞장선 '기독사랑실천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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