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 목사는 공금횡령죄로 지난해 11월 법정 구속됐습니다. 교단·신학교 자금 30억을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도 위조했습니다.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박 목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며 원심보다 3개월 늘어난 4년 9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그의 일탈은 교단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교단은 200억대 빚을 졌고, 총회 회관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 총회와 통합을 노력해 온 서대문 총회는 오히려 3개로 쪼개졌습니다. 박 목사는 교역자 연금에도 손을 댔는데요. 현재 이 문제로 기하성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박 목사 개인도 문제지만, 교단이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교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기사로 전문가들은 서대문 총회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총회 구성원이 사전에 재정 전횡을 막지 못한 이유 등을 살펴봤습니다. - 기자 주

박성배 목사의 재정 전횡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박 목사 개인뿐만 아니라 교단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기하성 서대문 총회 목회자들이 교단 개혁을 위해 진행한 기도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성배 목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총회 공동체가 부패했기 때문에 재정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가 터져도 '은혜'로 덮고 넘어가려는 교단 목회자의 안일한 인식이 한몫했다." - 기하성 전 서대문 총회장 김정명 원로목사(여수 은현교회)

"교단 소속 목사들이 일찍이 교단 재정 운영에 적극 관심을 보였다면 박성배라는 '괴물'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박 목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교회 지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은혜로 덮으려 넘어가려다가 사고를 키웠다. 일찍이 외부감사를 받거나 사회 법으로 처리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경상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회 개혁 운동에 앞장서 온 이들은 박성배 목사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한 교단 지도부와 공동체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교단 분열, 신학교 파행, 여의도 총회와의 갈등을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했다.

박성배 목사는 2002년부터 6년간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 곧바로 2008년부터 6년간 기하성 서대문 총회장을 지냈다. 박 목사는 이 기간 총회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순총학원을 직접 관장하며 공금을 남몰래 사용했다. 장기 집권을 통한 재정 전횡은 교계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가령 교단장 중 임기가 가장 길다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도 4년 단임이다. 또 총회장이 신학교 재정을 유용하거나, 교단 재산을 가로채는 경우도 흔치 않다.

구성원들의 동조 내지 침묵이 있어야 이런 범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하성 서대문 총회 개혁파 소속 목사들은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성배 목사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공금을 횡령할 줄 몰랐고, 권력 정점에 서 있는 박 목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4일 하던 총회, 1~2일로 줄어
중요 안건, 임원회나 실행위서 처리
"총회 운영, 재정 알기 어려워
박 목사 뜻에 맞지 않으면 징계"

서대문 총회 목사들은 교단과 신학교 재정 문제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박성배 목사가 징계로 다스렸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대문 총회는 매년 5월 교단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에서는 예·결산 보고를 포함 안건 처리, 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한다. 주요 교단은 보통 3~5일씩 회의를 진행한다. 서대문 총회도 박성배 목사 집권 2년, 2010년 59회 총회까지만 해도 4일씩 회의했다. 그러나 2011년 60회 총회부터 회의 기간은 1~2일로 줄었다. 회의는 간소화됐고, 중요 안건은 임원회나 실행위원회에 위임해 처리했다.

박 목사와의 갈등으로 서대문 총회를 탈퇴한 이 아무개 목사는 "총회가 하루 만에 끝난 적도 있다. 진득하게 회의를 한 적이 별로 없다. 민감한 문제가 나오면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도록 유도했다. 결산보고도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교단이 빚을 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였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총회 소속 최 아무개 목사는 "박 목사 측 사람들이 총회를 주도했다고 보면 된다. 늘 총회를 빨리 끝내는 식으로 유도했다. 총회 운영이나 재정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서대문 총회 개혁파를 이끌고 있는 정동균 총회장도 과거 총회는 형식적이었고 지적했다. 그는 "집행부가 예·결산을 보고하지 않은 건 아니다. 문제는 재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할 수 없는 구조였다. 누군가 용기 내 질문하면, 박 목사가 나서 '보고 내용은 아무 문제없는데 질문자가 꼬투리를 잡는다'는 식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오히려 재정 의혹 제기는 교단 내부보다, 통합을 논의해 온 여의도 총회(이영훈 총회장)에서 적극적이었다. 2011년 60차 총회에서 여의도 총회는 서대문 총회와 통합하기로 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통합과 동시에 박성배 목사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현 부채는 박성배 목사가 책임지고 재단법인과 '통합 총회' 감독하에 처리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의도 총대들은 "박성배 목사를 믿어서는 안 된다", "(서대문 총회) 부채가 10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부채를 해결하고 통합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양 교단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성배 목사는 총회뿐만 아니라 학교법인 이사회와 재단법인 이사회도 정치력으로 장악했다. 기하성 서대문 총회 한 관계자는 "박 목사는 집권 기간 이사회와 총회 실행위원회 과반을 자기 사람으로 심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재단, 학교법인 이사장으로도 기용했다. 특히 재무와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을 친·인척 또는 교인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재단이사 11명 중 박성배 목사 측은 항상 6명 이상을 유지해 왔다. 안건을 처리할 때 박 목사 의중이 적극 반영됐다. 특히 재단법인에 소속된 교회들은 많은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균 총회장은 "재산이 재단법인에 편입된 교회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목사들이 박 목사를 반대하지 못했다. 만일 반대하면 임시당회장을 내려보내 쫓아내기도 했다"고 했다. 이런 문제로 법정 싸움을 벌이거나 여의도 총회로 교단을 옮긴 목사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했다.

기하성 통합 측(현 여의도 총회) 총회장을 지낸 최성규 원로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박성배 목사는 자기편에 서지 않으면 그 짓(제명)을 했다. 알고 보니 나도 제명당했더라. 2008년 교단 통합 과정에서 제명된 목사까지 더하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정 투명성 높이고, 인맥 운영 타파
외부감사 도입 필요
"교인 헌금으로 운영, 소중함 깨달아야"
정동균 총회장, 재정 투명성 강화 약속

서대문 총회는 부채를 갚기 위해 2015년 말 총회 회관을 매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 목회자의 전횡으로 교단 전체가 파행을 겪는 경우는 교계에서 흔하지 않다. 교회 개혁 운동에 앞장서는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는 8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본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단 내 관계자들이 이해관계로 얽혀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박 목사 전횡은) 정도가 심해서 그렇지, 사실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다른 교단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재정 전횡과 같은 문제는 은혜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사회 법으로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다음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집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재정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단은 교인이 낸 헌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 마땅히 공개해야지, 감추려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결산서를 조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속 구성원들이 적극 관심을 가지고 나오면, 담당하는 사람도 속이는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근감사'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 교단은 비용 문제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 최 회계사는 "정확한 회계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대표 입김에서 자유로운 상근감사를 도입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이 부담될 수 있지만 재정 문제가 터지고 뒤늦게 감사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목회자들이 헌금으로 교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사들은 교단 재정 운영에 구체적인 관심이 없었다.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아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교회뿐만 아니라 노회도 총회도 교인이 낸 헌금으로 운영된다. 소중한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진다면, 박성배라는 '괴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대문 총회 개혁파를 이끄는 정동균 총회장은 전문가들 지적대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정 총회장은 "총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끌어 나가겠다. 총회 상납금은 10원의 오차도 없이 사용하려 한다. 총회에서 낱낱이 공개하고, 특정인이 총회와 이사회를 오랫동안 장악할 수 없도록 하겠다. 이번 재정 전횡에 대한 내부감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외부감사도 수용하겠다. 재정 문제로 더 이상 하나님을 욕보이게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균 총회장은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총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인이 장기 집권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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