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24.7%에 그쳤고, 71.6%가 교회를 부정적으로 봤다. 예장합동은 8월 17일 개최한 '한국교회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포럼'에서 오전과 오후 시간으로 나누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전 첫 세션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회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발제를, 김관선 목사(총회기구혁신위원회)가 논찬을 맡고,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가 좌장을 맡았다. 당초 발제하기로 했던 이어령 이사장(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은 지병 악화로 불참해 영상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최현식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교회의 양적, 질적 성장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
"개신교 인구 증가, 착시 현상"
"양적·질적 성장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대한 빨리 대처 필요"

먼저 <한국교회 미래 지도>(생명의말씀사), <제4의 물결이 온다>(지식노마드) 등을 펴낸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한국교회의 양적·질적 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최윤식 박사는 현재 한국교회의 상태가 양적으로 둔화되고 질적으로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서 개신교 인구가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최 박사는 "착시 현상이다. 오판하면 안 된다. 65세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30~50세는 감소 중"이라며 양적 성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20년 후 전국 교회 중 82.9%가 완전 고령화된다.

최윤식 박사는 한국교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교회의 질적 성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인류는 이미 한 차례 '알파고'를 보며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최 박사는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하고 수준 높은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때문에, 인류는 '내세'와 관련한 신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질문들을 더 던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세와 현세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받게 되는 세대가 20대 이하 청년들이다. 교회가 설교·상담·교육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주지 못하면 교회에 대한 도덕적 불신과 맞물려, 청년들이 교회를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교회가 아주 강력한 영향을 받아 존재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교회가 구체적 계획을 세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교회 신뢰 회복 방안으로 '재정 사용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은 데 대해, 최 박사는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해 오면서 빠른 의사 결정, 최고 지도자 권위 강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은 교회에도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역할과 재정 집행을 원한다. 교회는 기업에 비해 딜레이되고 있다. 이 문제를 시스템으로 개선한다면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 박사는, 전도할 때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자료들로 개신교의 우월성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제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도할 때 상대를 공격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진리, 보석과 같은 가치를 잘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도의 길이 열려 있다. 그것이 더 좋은 전략이며 배타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작은 교회들은 단독적인 힘을 가지고 변화를 일으키기에 쉽지 않다. 총회에서부터 하나로 뭉쳐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총회가 모든 교회가 살 수 있는 짜임새 있고 계획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강석 목사는 '처치 플랜팅'을 강조했다. 분립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소그룹이 작은 교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소강석 목사, '작은 교회화' 주장
"분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소그룹 통한 '처치 플랜팅' 제안
'외부의 적' 대처도 강조

미래학자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망을 목회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목회자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얘기보다는 목회 현장에서의 교회 형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맨손으로 개척해 어느 정도의 교회 부흥을 이룬 야전형 목사"로 자신을 소개한 소강석 목사가 '새로운 교회 시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목회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최윤식 박사의 전망을 보며, 한국교회 또한 새 시대에 맞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음은 변하지 않아도 교회는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굳이 전통적 교회상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2007년 아프간 피랍 사건이 사회가 교회를 싸잡아 비판하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소 목사는 "아프간 선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좋은 일은 한 것이다. 비판하면 안 된다. 다만 책임지는 일이 없었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작동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교회가 욕먹는 이유로는 목회자의 도덕성 상실과 교회의 투명성 상실을 꼽았다. 외부에서는 '네오마르크시즘(Neo Marxism)'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공격하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유물론적 사회주의 사상을 내세우고, 특별히 동성애 이슈를 내세워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도행전적 교회'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소 목사는 "사도행전적 교회는 작은 교회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교회다. 그렇다고 다 작은 교회를 하라는 말은 아니고, 작은 교회의 정신을 갖자는 말"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교회 분립보다는 현실적으로 소그룹이 작은 교회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분립하자고 하는데, 물론 여러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목회해 보니 교회를 분립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절대 아니다. 대안으로 소그룹을 활성화해야 한다. 교회 안의 작은 교회를 만드는 처치 플랜팅(Church Planting)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교회가 커지면서 '지역 교회'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사도, 장로도 그 지역에 살면서 지역의 교회와 공동체를 살려 줘야 한다고 했다. "멀리 아프리카 해외 선교 나가는 걸로 보여 주기식 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 나도 이제 목회 방식을 바꾸려 한다. 지역을 살리고 총회 자립위원회를 통해 지역 교회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나도 교회가 커지고 비대해지면서 영혼보다는 숫자와 통계, 재정 결산에 관심을 더 둔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도 과거 성장지상주의에 편승하고 그것의 노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깨우치고 나이를 먹고 처치 플랜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소강석 목사가 말하는 사회 문제는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을 뜻한다. 소 목사는 사상전과 미디어 선교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수년 전부터 기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성지순례, 종교개혁지 탐방, 아프리카 선교지 탐방 등을 후원하며 기자들 마음을 열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적 반향과 영향력을 일으켰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한국교회에 말씀, 기도, 기쁨 자본이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영적 재생산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오정현 목사, '영적 재생산' 강조 
"성경 고사는 영적 과거제도
'말씀·기도·기쁨 자본' 있어 희망적"

좌장 오정현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말씀·기도·기쁨의 자본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교회가 말씀을 사랑하는 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지난 1월 전국 성경 고사를 했는데 1만여 명이 모였다. 우리 교회 아이들이 한 달 동안 합숙을 했다. 전 세계에서 성경 고사 위해 합숙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영적인 과거제도"라고 말했다.

'기도 자본'도 있다고 했다. 지난주 1,000여 명의 교인들과 청계산에 올라 산상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청계산의 하늘 문을 열어 주옵소서"라고 기도를 인도했다. 또 교회에는 강력한 사랑과 기쁨이 있다면서, 이런 '기쁨 자본'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영적 재생산'을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세례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사랑의교회에서 15년 목회하며 세례 준 사람이 3만 명이 되고, 한창 때는 한꺼번에 유아세례만 300명을 준 적도 있다고 했다.

오 목사는 지난주 CBMC(한국기독실업인회)가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장병들과 함께 집회를 했다며 "젊은이들 2,000~3,000명이 집회를 하는데 그런 열광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거기 생명의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몇 주 전 같이 식사를 한 장군은 대화를 나누던 중 선교 단체 출신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이번 주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다고 했다. 오 목사는 "중장이 대장 진급하면서 바로 참모총장 되는 케이스가 별로 없다. 영적 재생산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며, 한국교회도 영적 재생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소강석 목사에게 "어떻게 하면 목회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소강석 목사는 "그 질문에 답을 하면 성장주의로 가게 되기 때문에 대답을 일부러 피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오 목사가 재차 묻자 "내가 가지고 있는 복음과 설교에 확신을 가지고 깊은 영성을 소유해야 한다.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저도 젊어지는 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막장 언어까지는 아니지만 문지방 언어까지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650여 명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예장합동의 주일학교 실태 조사 결과와, 목회자들이 세운 대응 방안이 다뤄진 오후 세션을 소개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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