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 목사는 공금횡령죄로 지난해 11월 법정 구속됐습니다. 교단·신학교 자금 30억을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도 위조했습니다.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박 목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며 원심보다 3개월 늘어난 4년 9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그의 일탈은 교단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교단은 200억대 빚을 졌고, 총회 회관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 총회와 통합을 노력해 온 서대문 총회는 오히려 3개로 쪼개졌습니다. 박 목사는 교역자 연금에도 손을 댔는데요. 현재 이 문제로 기하성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박 목사 개인도 문제지만, 교단이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교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두 번째 기사로 박 목사의 장기 집권이 낳은 폐단을 살펴봅니다. - 기자 주

박성배 목사의 재정 전횡은 신학교 파행, 교단 분열, 여의도 총회와의 갈등을 낳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잘나가는 부흥사에서 교단 정치가가 된 박성배 목사. 명암은 엇갈렸다. 학교법인 순총학원을 인수하고, 교육부로부터 순복음대학원대학교와 순복음총회신학교의 정식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박 목사는 두 번이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벌금형 전과만 12회에 이른다.

그러나 범죄 이력은 박 목사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02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6년간 순총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다음 내리 6년간 서대문 총회장으로 재직했다. 주요 교단의 경우 범죄 이력은 교단 임원을 맡는 데 '제척' 사유가 되지만, 서대문 총회는 예외였다. 2009년 교단 헌법에 '사회법 처벌을 적용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사회에서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총회 임원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했다.

박 목사는 신학교와 교단을 오가며 말 그대로 장기 집권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교단 안에 박 목사의 비위를 지적하는 그룹이 있었다는 것이다. 신학교 교수, 교단 소속 목사들은 2011년경부터 구청, 교육부,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박 목사가 지위를 이용해 학교법인과 재단법인에서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고 고발했다.계속되는 민원에 2013년 6월 교육부가 순총학원 감사에 돌입했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박 목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학교법인뿐만 아니라 서대문 총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이사회 열린 것처럼 회의록 조작
절차 없이 가족·측근 동원해 돈 빼내
순총학원, 정상화 대책 마련 못 해
교육부 개입, 관선이사 13명 파송

교육부 감사가 없었다면 박성배 목사는 지금도 교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감사에 따르면, 박 목사는 학교법인 사무처장이자 자신의 매제 A를 통해 공금을 횡령했다. 법원은 "피고인 A가 순총학원 법인 인감, 이사장 직인, 총장 직인 등을 보관하며 재무·회계 업무 등 제반 업무를 담당했다. 또 재단법인 회계를 관리할 권한이 없는데도 재단 계좌를 관리했다"고 했다.

일례로 박성배 목사는 2010~2012년 8회에 걸쳐 교비 1억 1,010만 원을 교인 최 아무개 권사 계좌로 입금했다. 최 씨는 박 목사 측근 중 한 사람으로, 현재 순복음총회신학교 총무처장을 맡고 있다. 박 목사는 최 씨 계좌에서 돈을 빼내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2012년 학교법인이 소유한 서울 신수동 건물의 임대차 보증금 42억 7,000만 원을 재단(총회) 계좌로 송금한 다음 20회에 걸쳐 7억 6,000만 원을 빼냈다. 역시 도박 자금과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법인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사회가 정식으로 모인 적은 거의 없었다. 이사 중에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여의도 총회 소속 목사들도 있었지만, 한 번도 이사회 소집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A는 박 목사 지시로 2009~2012년 이사회 회의록 26통을 위조했다. 마치 이사회가 열린 것처럼 교육부에 24차례 허위 보고했다.

교육부는 2014년, 순총학원에 신수동 건물 수익용 재산 42억 7,000만 원 등을 보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순총학원 이사회는 2년 넘게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교육부는 2016년 4월, 관선이사 13명을 파송하고 학교 관리에 들어갔다.

박성배 목사의 재정 전횡으로 관선이사가 학교 운영을 맡게 됐지만, 책임은 박 목사 비리를 제기한 교수들에게 돌아갔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는 교육부 감사 이후, 문제를 제기한 교수 5명을 직위 해제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서안식 부총장은 올해 1월 이사회에서 "(해직) 교수들은 교단 내 정치 세력과 부합해 학교에 혼란을 일으키고, 운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 복직하면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수 직위 해제) 소송을 상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대문 총회장을 지낸 서 부총장은 박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직위가 해제된 B 교수는 "관선이사가 파송되고 박성배 목사가 법정 구속됐지만 학교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관선이사들이 신학교 파행을 바로잡아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성근 관선이사장은 8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임시이사는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최소한의 유지 관리를 하기 위해 왔다"며 선을 그었다.

재단 부채만 200억대, 총회 회관 매각
매각 대금 사용 내역 놓고 교단 또 분열

교단은 200억대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빚을 갚기 위해 2015년 말 서울 서대문에 있는 총회 회관을 매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성배 목사는 재단 공금도 횡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박 목사는 2009년 2월 재단 공금 20억을 담보로 19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 중 17억 6,600만 원을 교인 최 씨 계좌와 아내 김 아무개 씨 계좌로 송금했다.

같은 해 10월, 재단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또 25억을 대출했다. 이 중 20억 4,000만 원을 횡령했다. 박 목사 측근 A가 직접 재단 통장을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박 목사가 공금을 빼돌린 사실을 측근을 제외하고는 몰랐다는 점이다. 순총학원과 재단법인 계좌는 거래 규모가 컸지만, 이를 공개하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회계 운영에 대한 내부적 감시와 견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박 목사 지시로 A가 관리·집행하는 자금은 두 사람 외에 재단이나 순총학원에서 그 내역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서대문 총회에서 일해 온 한 관계자는 "박 목사가 기획하고 돈을 다 쓴 걸 뒤늦게야 알았다. 박 목사가 매번 '총회가 어렵다'고 해서 정말 어려운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박 목사와 A가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면서 교단은 부채 늪에 빠졌다. 서대문 총회가 2012년 발표한 부채 액수만 200억이 넘었다. 주범으로 지목된 박성배 목사는 오히려 법원에서 "순총학원에 47억, 교단에 130억을 개인적으로 빌려줬다. 받아야 할 돈이 많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서대문 총회는 부채를 갚기 위해 2015년 말 서울 서대문역 부근에 있는 총회 회관을 265억에 매각했다. 5층짜리 총회 회관은 낡고 오래됐지만 역사가 있는 건물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전신 서대문교회가 있던 자리인데다가 조용기 목사의 첫 사역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매각 대금을 놓고 박성배 목사 반대 측 즉 교단 개혁파가 2016년 12월 분열됐다. 함동근 총회장 측은 올해 6월 매각 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 재단이사장 박광수 목사를 상대로 직무 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들은 "박광수 목사가 불법으로 회관을 매각해 175억을 부당 사용하고, 나머지 90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광수 목사를 지지하는 정동균 총회장 측 주장은 다르다. 교단 빚으로 220억을 갚았다고 해명했다.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 총회장 측은 "공금을 횡령한 박성배 목사가 자기도 재단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부로 사용 내역을 공개할 경우 박 목사로부터 재산 압류를 당할 수도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이걸 함 목사 측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역자 연금 담보로 불법 대출
71억 손실, 여의도 총회와도 갈등

교단 내부 갈등만 있는 건 아니다. 한때 한 몸이었던 기하성 여의도 총회(이영훈 총회장)와는 (재)교역자연금공제회(연금공제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박성배 목사와 연금공제회 전 이사장 서상식 목사는 2007~2009년, 연금공제회 연금을 담보로 불법으로 대출을 받았다.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지난해 7월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두 목사의 불법 대출로 연금공제회가 71억 4,000만 원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양 교단은 이 문제로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여의도 총회는 불법으로 대출받은 일부 금액이 서대문 총회 재단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며 박광수 재단이사장과 정동균 총회장을 상대로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정동균 총회장 측은 "2009년부터 연금재단 이사장을 맡아 온 이영훈 목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배임 혐의로 맞고소했다. 

꼬일대로 꼬여 버린 교단 미래 불투명 
"총회 화합해야 신학교도 살 수 있는데…"

순총학원도 시끄럽다. 현재 교육부가 파송한 관선이사들이 학교를 이끌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성배 목사 장기 집권은 살펴본 것처럼 신학교, 교단, 여의도 총회와의 갈등을 불러왔다. 각 사안마다 박 목사가 깊숙이 개입했다. 현재로서는 교단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오황동 총회장 측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파를 자처한 정동균 총회장 측, 함동근 총회장 측도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이 화합하지 않는 이상 순총학원 미래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성근 관선이사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매우 작은 사립학교임에도 정상적이지 않다. 직위 해제한 교수들이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는 게 우선인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교단도 마찬가지다. 관선이사들에게 학교 개혁을 주문하는데, 개혁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어느 쪽 교단이든 상관없다. 학교 안정화를 위한다면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재정 전횡은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회 안팎으로 재정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75.3%가 개신교를 불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참가한 이들은,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회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서대문 총회 사태를 통해 본 교단 재정 투명성을 위한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다.

2016년 초 기하성 서대문 총회 안에서는 교단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러나 총회 회관 매각 대금 문제로 교단은 또 쪼개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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