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국회의원들이 종교인 과세를 2020년 1월로 유예하는 법안을 제출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회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무)이 대표 발의하고, 의원 24명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종교인 과세 시행을 미루는 '원 포인트' 법안이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 25명 프로필을 보면, 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15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1명이다. 이 중 개신교 의원은 18명이다. <뉴스앤조이>는 8월 11일 의원실 25곳에 전화를 걸어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이유를 물었다. 25곳 중 9곳만 질문에 답했다.

각 의원실에 따르면, 의원들은 김진표 의원과 교계 인사들의 요청으로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홍문종(자유한국당·경기 의정부시을) 의원실 관계자는 "홍문종 의원이 종교인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때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거쳐서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신교) 여론에 떠밀려서라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직접적으로 협조 요청이 온 건 아니지만, 교계의 건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상수(자유한국당·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의원실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좀 더 유예를 해서 정비하자는 뜻이다. 언젠가는 해야 하지만, 법안을 제대로 정비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상수 의원이 자유한국당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다. 교계 관계자들과는 조찬기도회 등에서 교감을 나눴다. 원로들이 유예를 요청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기헌(민주당·강원 원주시을) 의원실은 "(의원실) 내부에서도 이 법안 발의에 함께할지 말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개신교계 주장에 동의해 발의에 동참했다기보다는, 종교인 과세가 공평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주자는 의미였다. 반대하는 의견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훈(바른정당·서울 서초구갑) 대표는 8월 10일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문을 별도로 발표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은 과세 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비하고, 특정 종단·종파 일부 종교인만 납세 대상으로 만들어 종교 갈등, 종단 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종교 단체 중 영리법인으로 분류된 곳도 있는 만큼 비영리법인 종교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시행을 유예하고 제대로 된 과세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헌승(자유한국당·부산 부산진구을) 의원실 관계자는 "종교인들이 민원을 넣은 걸로 알고 있다. 지역마다 교회 없는 곳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헌승 의원의 종교는 불교다.

익명을 요구한 개신교인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이유를 짐작할 거라 생각된다. 우리가 직접 말하기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 요청으로 동참한 의원도 있었다. 박주선(국민의당·광주 동구남구을) 의원실 관계자는 "김진표 의원이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지 않느냐. (김 의원이) 기획재정부장관까지 했고 하니, 그런 분이 정책을 내놨을 때 박 의원도 동의한 것 같다. 김 의원 요청을 받고 몇 달 전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영진(민주당·경기 수원시병) 의원실도 "김진표 의원과 함께 조찬기도회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이 법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진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닿지 않았다. 김 의원은 현재 여름휴가차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인 과세 유예' 발의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민주당 백혜련·전재수·박홍근 의원은 과세 유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박홍근 의원은 8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철회 사실을 밝히며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을지라도, 그리고 이 법안의 공동 발의를 요청받고 서명했던 3~4월 당시에는 대선 승리가 너무나 중요했을지라도, 저의 평소 소신을 간과하고 현실적 문제를 너무 앞세운 것은 아니었는지 깊이 성찰하겠다"라고 썼다.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의원 명단.

네티즌들은 김진표 의원 페이스북에 종교인 과세 유예를 반대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가장 최근 게시물에는 이틀 동안 비판 댓글이 100여 개 달렸다. 이들은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마시고 국정을 돌보기를 바랍니다.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 줬더니 민의를 배신합니까? 대체 교회와 무슨 커넥션이 있었던 겁니까?", "민(民)이 먼저냐? 종교가 먼저냐? 똑바로 해라! 열 받게 하지 마라!", "당신의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는 정신 나간 짓…'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던 MB하고 뭐가 다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한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저도 교인이지만 (유예를 추진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 때 표를 얻으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지 못했던 중세 시대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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