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항해사 허용재 씨 어머니 이영문 씨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색과 주황색이 섞인 리본을 만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 씨(이등항해사) 어머니 이영문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씨는 3.3㎡ 남짓한 작은 컨테이너 공간에서 주황색과 노란색 리본을 붙인다. 현재 가족들이 머무르는 곳은 416연대가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제공했다. 그는 "이런 공간도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선사나 서울역,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할 때보다는 훨씬 좋아요. 매연도 안 마셔도 되고, 1인 시위하다가 지치면 쉴 수도 있으니까요. 선원들 부모가 다들 나이가 많아서 무더위에 거리에 서 있었다면 실종 선원들이 돌아오기 전에 쓰러질 수도 있잖아요. 지금 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실종된 지 132일이 지나면서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더욱 고통스럽다. 실종 선원 박성백 씨(일등항해사) 어머니 윤미자 씨는 쉬는 시간이면 며느리가 보내 준 손녀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광화문에서 시위를 시작하면서 윤 씨는 손녀를 2달 동안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윤 씨를 더 슬프게 하는 건 따로 있다. 한 주 앞으로 돌아온 박성백 씨 생일이다.

"평소 같았으면 생일에 온 가족이 모여 북한산에 있는 삼계탕집에 갔을 거예요. 항상 그렇게 아들 생일을 보냈어요. 작년, 아들이 손녀와 보트를 타며 즐겁게 지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아들이 좋아하는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맛있게 끓여주고 싶은데, 여기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 힘드네요."

가족들은 남대서양에서 떠돌고 있을 실종 선원들을 직접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통탄하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섬 수색을 진행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외교부는 7월 18일 정부 합동 브리핑 이후 아무런 답이 없다. 가족들이 8월 3일 담당 과장에게 따로 연락해 들은 대답은 "영국에 있는 대사관을 통해 영국 정부와 연락하고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스텔레데이지호 침몰 사건에 대해 알리는 실종 선원 가족. 뉴스앤조이 유영

가족들은 수색을 직접 하지 못할 뿐, 수색 재개를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시민권이 있는 허예원 씨(허재용 씨 막내 누나)는 8월 8일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 허 씨가 보낸 편지는 영국의 해운 전문 언론 <splash 24/7> 보도로 알려졌다.

허 씨는 편지에서 섬이 많은 영국령 남대서양 지역에서 떠돌고 있을 22명의 실종 선원을 찾기 위해 영국 정부도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과거 고래의 습격으로 요트가 침몰해 117일간 고무보트를 타고 태평양을 표류하다 한국 어선 월미호에 발견된 영국인 베일리 부부 이야기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박승렬 위원장)와 함께 8월 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조속한 수색 재개를 정부에 요구했다. 실종 선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으로 접수됐으나 정부는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설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단순 민원이 아닌 재난으로 바라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가족들은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정부는 국민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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