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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는 죄인가
[서평] 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시커뮤니케이션)
  • 정현욱 (henugi33@hanmail.net)
  • 승인 2017.08.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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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관점에서 본 술

술처럼 기원이 모호한 것도 없다. 술의 역사를 탐구한 역사가는 첫마디가 이렇다. "술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술처럼 많은 사연이 있고, 인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식품도 없을 것이다. 그 관계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애증(愛憎)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특히 기독교와 술의 관계는 그렇다.

기독교는 술의 종교다. 술 없이 기독교는 성립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독교 안에서 술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없다. 기독교 관점에서 역사와 성경을 통해 술을 해석한 책이 나왔다. <기독교 역사 속 술>(시커뮤니케이션)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끝도 없이 나온다. 그래서 순수한 술 관련 책만 골라 보았다. 필자가 술을 연구하거나 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필자의 눈에 보이는 것만 골랐다.

에이미 스튜어트의 <술 취한 식물학자>(문학동네) 이 책은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올리비아 랭의 <작가와 술>(현암사)은 술과 작가들에 얽힌 이야기다. 정대영 외 7인이 저술한 <한국의 술 100년의 과제와 전망>(향음)은 한국 술에 관련한 연구 보고서다. 아담 로저스의 <프루프>(엠아이디)는 '술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인류 역사 동반자인 술에 대한 연구서이다. 허시명의 <막걸리, 넌 누구냐?>(예담)는 우리나라 술인 막걸리의 역사와 관련한 칼럼 모음집이다. 이종기의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는 술의 역사와 술에 대한 여러 정보를 담았다.

이지형의 <소주 이야기>(살림)는 살림지식 총서 시리즈 책이다. 108쪽으로 얇은 분량이지만 소주와 관련한 독보적인 책이다. 성상용의 <명주 수첩>(우듬지)은 '손꼽히는 세계의 술 157가지'라는 부제가 보여 주듯 세계적으로 유명한 157가지 술의 간략한 역사와 이야기를 다룬다. 백웅재의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따비)는 우리나라 술인 한주에 대한 이야기다. 한주는 우리나라 고유의 증류식 소주다. 이상희의 <술: 한국의 술 문화>(선, 전 2권)은 아마도 우리나라 역사 속 술 문화를 연구한 책 중 가장 독보적일 것이다.

이외에도 직간접적으로 술에 관련한 책은 수도 없이 많다. 기독교인들이 술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동안 술이 세상을 점령하고 말았고, 옳든 그르든 그리스도인조차 술 문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술'을 이야기한 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11년에 나온 김승연의 <술 마셔도 되나>(쿰란출판사)와, 2014년에 나온 기독연구원느헤미야 팟캐스트를 텍스트로 옮긴 <느헤미야 팟캐스트3 - 정치와 술, 왜 못 해>(홍성사)가 유일하다.

<기독교 역사 속 술 - 신의 선물에서 악마의 유혹까지> / 성기문 지음 / 시커뮤니케이션 펴냄 / 227쪽 / 1만 3,000원

술에 대한 오해를 풀다

저자의 참고 목록을 봐도 기독교의 술 문제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술을 다룬 책은 보이지 않는다. 저자가 즐겨 인용한 도널드 맥킴의 <교회의 역사를 바꾼 9가지 신학 논쟁>(UCN)에서조차 '술'을 주제로 엮은 곳이 없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 안에서 술은 저자가 언급한 그대로 '판도라의 상자'인 것이 분명하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술은 금기시돼 있다. 보수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합신, 합동, 통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히 몇 교단 외에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술은 터부시된다. 실제로 보수든 진보든, 개혁이든 수구든 간에 대부분 교인은 술을 마신다. 통계학적 연구를 본 적은 없지만 20년 가까운 목회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교인의 70% 이상이 술을 마시는 것 같다.

필자는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이다. 70%가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이하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심각한 난제가 있다. 한국 기독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술이 금기시되는데, 왜 교인들은 술을 마시는가. 왜 술을 마시지 말라고 설교하는 목사들도 술을 마시는가.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설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그릇된 술에 대한 역사와 이해 때문이 분명하다. 이제는 술을 터부시할 때가 아니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책은 한국 기독교가 터부시하고 금기시한 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간략히 서술된 교회사 속 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독교 역사 속 술>은 '부'로 나뉘지 않는다. 머리말까지 총 13장으로 구분했다. 필자 소견으로는 머리말과 1장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인가'는 서두에 해당한다. 2~5장까지는 역사와 성경 속 술 이야기를 찾아간다. 6~10장까지는 세계교회사 속 술 이야기다. 11~12장은 결론 부분으로, 한국 개신교 속 술과 근본주의 운동에서 술이 터부시된 것에 대한 이야기와 마지막 전망이 담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역사와 성경 속에 나타난 기독교의 술을 간략하게 살펴본 개론서에 가깝다. 좀 더 간략하게 구분하자면, 역사와 성경 속 술 이야기와 한국교회 내 술 이야기다. 술이라는 단독 주제로 성경과 역사를 살피고, '술 마심'과 '술 취함'을 나누어 성경이 술 취함을 저주한다는 사실을 구분해 냈다는 점이 저자의 공헌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음주는 아디아포라(신앙과 상관없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며, 한국교회가 음주를 죄로 여기고 금기시한 이유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주운동과 그 맥을 같이한다는 점"(7쪽)을 밝힌다. 이 시점이 한국 개신교 전래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금주를 이야기하는 것이 단지 성경적 이유가 아닌 세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한국교회 술 이야기를 다룬 11장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교회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한국 개신교 초창기에 술이 금기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한국교회는, 아니 선교사들은 술을 금기시한다. 저자는 "청교도주의의 영향"(193쪽), "감리교의 영향"(196쪽)을 살피고,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의 절제 운동의 역사"(198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덕적·사회적 개혁 운동을 돌아본다.

이뿐 아니라, 한국교회에 있는 술의 부정은 "미국 보수 장로교와 금주 금연 운동과의 관계"(204쪽)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론적으로 살펴도 한국교회 내 술 금기 정서가 구한말 민족 개혁 운동, 일제의 통치를 위한 사회 개혁 운동과 그 전후, 기독교를 전래한 미국 보수 장로교단의 금주 금연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번의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1세기가 넘는 기간에 술은 사회와 종교 차원에서 철저하게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좀 더 나가 보자. 한국교회에 주류 교단인 장로교단, 예장합동(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합신은 하나였다), 예장고신, 감리회 등은 대체로 청교도 영향 아래 있다. 미국 초기에 교회의 주류가 청교도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청교도들은 금주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술은 마시되 과음하지 않는다"(163쪽)는 쪽이었다. 이들은 맥주를 즐겼고, 심지어 럼주도 부정하지 않았다.

미국교회사를 다룰 필요는 없겠지만, 개론적으로 보면 미국 기독교는 현대로 오면서 극단적 근본주의와 복음주의자로 나뉜다. 경계나 기준은 모호하다. 하지만 천년주의자와 근본주의자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는 세부적으로 극단적 근본주의와 개방적 근본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금주는 독립적이지 않다. 반공주의를 표방한 매카시즘과 금연, 종말론적 세대주의와 함께 간다. 이는 근본주의를 표방한 매킨타이어와 메이첸 논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은 금주와 문화 활동을 허용적으로 본 메이첸을 따르지 않는다. 세대주의적 성향이 짙은 매킨타이어를 그대로 닮아 있다.

<기독교 역사 속 술>은 말 그대로 개괄적인 책이다. 200쪽 겨우 넘는 분량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한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성경과 교회사에 나타난 술 이야기를 간략히 살펴본 것이다. 성경과 교회사에서 보면, 술 마심은 정죄되거나 거부되지 않는다. 다만 중독된 상태인 술 취함은 악한 것으로 간주한다.

나가면서

한국교회는 극단적으로 술을 터부시한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설교하는 목회자와 설교를 듣는 교인은 '아멘'이라고 말하면서, 대부분 그렇게 말한 입으로 술을 마신다. 이런 이분법적 생활은 심각한 신앙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책을 면밀히 살핀 필자로서는 사실과 역사에 눈감지 말고 바른 성경적 교훈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한국 개신교 보수 교단이 그토록 존경하는 찰스 스펄전과 루이스 벌코프는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정도로 흡연을 했던 골초였다. 음주는 아디아포라 문제다. 그렇다고 필자가 음주를 하거나 음주를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특히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도 수십 배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음주와 신앙 문제를 긴밀히 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저자 말대로 이 책은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방종하지 않게 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술 마시는 사람들을 정죄하지 않게 하려는 것"(6쪽)이다. 사실 이 책의 결론은 모호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술에 대해 상당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극단적 금욕도, 허용도 주장하지 않는다. 교회와 개인이 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를 적절한 정보와 논리를 보여 준다. 저자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 책은 증보되어야 하고, 교회 안에서 적극 회자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 이제 책을 들고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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