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 배덕만·권연경·김근주·박득훈·한완상·강도현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8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 김은석

<뉴스앤조이> 대표로 부임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매주 휘몰아치는 사건의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때로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기억하기조차 힘들기도 합니다. 교회가 무너지고, 목회자가 쓰러지는 현장을 보며 과연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는가 회의할 때가 많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는 그런 저에게 <뉴스앤조이>에 오게 된 목표를 잊지 말라는 하나님의 속삭임 같았습니다. 총 다섯 차례 진행해 보도했고, 이렇게 <터닝포인트>(뉴스앤조이)라는 제목으로 한데 엮었습니다.

저뿐이겠습니까? 목회 현장에서 묵묵하게 성도를 섬기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고자 분투하는 작은 그리스도인 모두 그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교회가 무너집니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존재를 던지는 사람을 교회만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교회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현상을 분석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그 믿음 없이는 <뉴스앤조이>에서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습니다.

올해 초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떤 대형 교회가 주축이 되어 독일 역사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메이저 기독 언론사가 광고하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절망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마침 여러 기독 단체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일단 함께 기도하자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부조리를 회개하기 위해 모여서 기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을 세운 것이지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을 멈춰 서서 돌아보겠다는, 그리고 다시 하나님께 돌아가겠다는 성찰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월 마지막 월요일 저녁에 수백 명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터닝포인트> 인터뷰 시리즈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무엇으로부터 돌아서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로 돌아서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기 위해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멋지게, 그리고 절절하게 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누구일까 고민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신학자, 목회자 분들은 단순히 이론을 풀어내는 분들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며 외치는 분들입니다. 연배순으로 이분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한완상 교수는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 고위 관료로 일했고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에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 중 한 분입니다. 그런데 한 교수를 만나 본 사람은 그가 얼마나 겸손한지 압니다. 저도 대화할 때마다 존중받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활동도 오래 했습니다. 최근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후마니타스)입니다. 이사야 11장 말씀을 붙잡고 평생을 살아왔기에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한 교수를 이른바 '진보적' 신앙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복음주의자'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그를 주로 고백하는 자들이 경험하게 될 몸의 부활을 믿는 신앙은 현대 신학의 잣대로 보면 분명히 보수적이지요. 그러나 보수적 신앙이 사회성으로 나타날 때는 그 누구보다 진보적입니다. 성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이 왜 한국 사회 지형에서는 진보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지 그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가 누차 강조해 온 샬롬과 비움의 신앙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박득훈 목사는 학자이면서도 목회 현장에서 오랫동안 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리고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한국교회에 대해 누구보다 더 오래, 그리고 깊이 고민해 왔습니다. 아울러 사회정의 특히 경제 정의 문제를 교회의 의제로 가져오는 일에 천착했습니다.

현장에서 뿜어내는 그의 사자후를 듣노라면 범접하기 어려운 분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양처럼 부드러운 언어로 후배들을 격려합니다. 작은 체구에 백팩을 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거장의 포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맘몬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자본주의 체제 극복이 교회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 과제라고 지목합니다.

권연경, 김근주, 배덕만 교수는 모두 신학자입니다. 각각 신약, 구약,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요즘 가장 '핫'한 신학자라는 평과 너무 도발적인 신학을 한다는 평이 함께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가까이서 이 세 분을 본 느낌은 세간의 평가와는 좀 다릅니다. 권연경, 김근주, 배덕만 이 세 신학자는 교회를 사랑하며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하는 분들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분들이 가진 보수성, 말하자면 기존 교회를 옹호하는 보수성 때문에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현대 신학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분들이 얼마나 교회에 우호적인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를 비판할 때마저도 그 안에 사랑이 그득합니다.

권연경 교수는 생각이 실종되고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국교회의 신앙 풍토를 지적합니다. 김근주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부록 취급받는 구약성서 안에 선명히 제시된 하나님나라 복음을 통해 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배덕만 교수는 종교개혁기와 미국 및 한국 교회사를 훑으며 교회가 세상의 권력과 결탁해 온 뼈아픈 역사에서 돌이켜야 한다는 교훈을 도출합니다.

어쩌면 인터뷰를 하며 제가 받은 느낌들이 글로는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다 보면 항상 그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인터뷰 현장의 느낌이 잘 전달되기에 제 글솜씨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번 인터뷰들은 인터뷰이의 논리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문답 형식이 아닌 하나의 글로 써냈습니다. 글 안에 질문과 답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 주시고 책으로 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신 한완상 교수님, 박득훈 목사님, 권연경 교수님, 김근주 교수님, 배덕만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실 독자님들과 <뉴스앤조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함께해 주시는 모든 후원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회가 병들고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교회를 붙잡고 씨름하는 모든 성도님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그분들에게 이 짧은 글 모음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뉴스앤조이>도 끝까지 주어진 소명을 붙잡고 걸어가겠습니다.

<뉴스앤조이> 대표 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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