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크리스천 30대 여성 A는 올해 4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미혼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팅 앱 '크리스천데이트'(송유창 대표)에서 만난 목사 B가 범죄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는 크리스천데이트를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접한 뒤, 교제할 상대를 만날 생각으로 가입했다. A는 B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B가 횡령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범죄 이력을 듣는 순간 당황했다. 정신이 멍해져 상대를 차단하고 채팅방을 나왔다.

가입 당시에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온라인 특성상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크리스천데이트의 광고를 믿었다.

크리스천데이트는 "철저하게 본인을 확인합니다", "전국 2만 1,829개 교회 청년, 15만 명 미혼 크리스천들이 사용하고 있는 필수 앱"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앱 첫 화면에는 크리스천데이트 상임이사 박수웅 장로의 사진과 "신앙관이 유사한 다른 교회의 청년들을 IT 기술이 접목된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소개받을 수 있는 좋은 만남의 통로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A는 크리스천데이트 앱에서 범죄자 목사와 연결됐다. 크리스천데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천데이트는 2012년 만들어졌다.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교회 청년들에게 만남의 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가입 절차를 통과한 회원은 프로필 사진과 소개 내용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메시지는 1통에 3,000원이다. 서로 마음에 들면 만남이 이뤄진다. 크리스천데이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콧방귀를 뀌던 사람도 있었지만, 이 앱을 통해 결혼한 커플이 400쌍이나 된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크리스천데이트를 통해 만나 연애·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가 넘친다. "하나님께서 '크리스천데이트'를 사용하여 선한 일들을 이루고 계심이 느껴진다", "주변에 마땅한 분이 없다면, '크리스천데이트'를 통해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데이트 앱을 추천한다.

그러나 A 사례처럼 모든 경우가 장밋빛은 아니었다. A는 크리스천데이트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이에 크리스천데이트는 "두 분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판단에 따라 연락과 만남의 여부를 결정하실 수 있기 때문에 소개팅에서 운영진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수많은 회원의 신원을 모두 검증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소통 및 만남 과정에서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회원은 주시 회원으로 등록해 회원 관리팀이 특별 관리하는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A가 신고한 회원도 주시 회원으로 등록하겠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는 A의 사례를 취재하며 크리스천데이트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크리스천데이트 운영자는 7월 21일, A4 10장 분량으로 <뉴스앤조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내 왔다.

운영자는 먼저 크리스천데이트가 온라인 데이팅 앱 중에는 가입 절차가 가장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했다. 가입 절차에서 신앙과 관련한 질문 14개를 하는데, 이걸 작성하는 데에만 25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이 낮거나 태도가 가벼운 사람은 1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가입 절차에서부터 경고문을 고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필에 허위 정보를 기재하면 현행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위 정보를 기재한 뒤 이성 회원과 만남을 추구하는 행위가 발견되면 회원 자격 정지뿐 아니라 형사상 업무방해죄, 사기죄로 고소 및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이단' 역시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든 회원은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 주소, 교회명, 담임목사의 성함을 필수로 기재한다. 가입 시 '본인 인증' 절차에서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채 신분증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제출해야 한다. 가명으로 활동하는 이단 신자 혹은 타인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여 가입을 시도하는 이들을 필터링하기 위한 절차다. 신천지처럼 기존 교회에 등록된 교인으로 활동하는 이단도 있다. 만약 포교 사례가 생기면, 불량 회원 신고를 받아 사실관계 확인 후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말했다.

크리스천데이트는 가입할 때 범죄나 정신 질환 이력 등은 따로 묻지 않는다. 운영자는 "교회에서 청년들의 결혼 중매를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이 경우 범죄나 정신 질환 이력을 조회한 후 중매 프로그램에 청년을 참여시키는 교회가 있나. 지인 소개로 연애하거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는 사람 중, 주선자가 이를 조회해 달려 준 경우가 몇 분이나 되나. 우리는 결혼 중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크리스천의 건전한 연애를 위한 소개팅 기회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장밋빛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크리스천데이트 블로그 갈무리

데이트 앱이 회원의 범죄나 정신 질환 이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A와 같은 경우를 만나면 당황스럽고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기자에게 "검증된 사람만 가입하는 줄 알았다. 내가 어리석었다. 개인이 입력하는 정보는 매우 주관적이고 한정적이다. 핸드폰 번호를 주고받고 제대로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는 범죄 이력을 알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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