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목포신항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였다. "이곳은 원래 비가 잘 오지 않아요. 비가 오면 (수색) 작업을 할 수 없는데, 다행이죠." 다윤 엄마 박은미 씨가 말했다. 7월 31일 오후, 광주지방기상청은 전남 해안에 호우 특보를 발령했다. 세월호현장수습본부(이철조 본부장)는 국지성 호우와 돌풍으로 크레인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 정리 위주로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비 때문에 항구가 한산했지만 이날 오전은 평소와 달리 세월호를 보러 온 방문객이 많았다. 다윤 엄마는 "휴가철을 맞아 가족 단위로 많이들 오신 거 같아요. 평일에는 거의 없어요. 언론도 지난달 중순에 다 빠져서 평일에는 항구가 조용해요"라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어디 놀러가기라도 하듯 옷차림이 화사했지만, 눈빛과 표정은 숙연했다. 아이들은 노란 리본 물결이 만드는 춤사위를 쫓아 항구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철조망 사이로는 7월 31일을 기준으로 105일 째 누워 있는 세월호가 보였다.

한 어린아이가 세월호와 미수습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온전한 수습 기다리는 가족들

최근 세월호 화물칸에서는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이 잇따라 발견됐다. 7월 24일 1점, 26일 2점, 27일 4점, 28일 4점, 29일 1점. 일주일 만에 12점이 수습됐다. 모두 C데크에 있는 같은 칸(C-2 구역)에서 찾았다. 지난 7월 20일 1차 객실 수색을 완료한 세월호현장수습본부는 현재 객실 정리와 화물칸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들은 계속된 발견 소식에 다른 화물칸 수색 작업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발견된 유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정밀 검사로 신원을 확인한다. 2~3주 후면 결과가 나온다. 그때까지 미수습자 가족들은 혹시 우리 가족이 아닐지 추측만 할 뿐이다. 가족을 이미 찾은 이나 찾지 못한 이나 함께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이는 조은화 양, 허다윤 양, 고창석 선생님, 이영숙 씨다. 일부 언론은 미수습자 4명을 찾았다고 보도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는 마냥 그렇게만 볼 수 없다. 목포신항에서 만난 은화 엄마 이금희 씨가 말했다.

"아직 수습이 끝나지 않았어요. 하나라도 더 찾아야 하는 게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요. 4년을 기다렸어요. 수습이 100% 되기를 바라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더 찾아야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엄마로서, 가족으로서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9명 모두 찾아야죠."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신항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세월호에 있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1,200여 일이 지났다. 그래도 팽목항에 있을 때보다는 낫다고 다윤 엄마는 말한다. 그때는 적으면 2명 많으면 6~7명뿐이었는데,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옆에 있다. 경태 삼촌도 어머니(이영숙 씨)를 찾은 뒤로 목포신항에 머물고 있다. 

세월호현장수습본부는 9월 중순에 선체 수색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때까지 함께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다윤 엄마는 "저희가 계속해서 강조했던 게 있어요. '사람'이에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해요. 비록 우리가 소수지만, 소수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세월호 선체 수색 작업은 9월 중순에 마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족들에게 필요한 건 '경청'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는 평소 미수습자 가족 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윤 엄마는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 <오두막>(세계사)을 읽고 있었다. 다윤 엄마가 읽고 싶다는 말을 듣고 한 신학생이 선물했다. 책은 딸을 잃은 주인공이 몇 년 동안 슬픔에 빠져 있다가 하나님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다윤 엄마는 책을 읽으며 하나님과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잘 못하고 있어요. 기도도 전혀 안 되고, 그냥 4년 전 상태에 멈춰 있는 거 같아요. 성격상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다윤이를 찾는 거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요.

어떤 목사님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예배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분들 보면 솔직히 답답하고 괴로워요. 잘 아는 어떤 목사님은 다윤 아빠에게 그랬어요. 이럴 때일수록 직장에 나가야 한다고요. 저와 다윤 아빠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목사님에게 화를 냈죠. 걱정해 줘서 그런 말씀하시는 건 알겠는데, 목사님도 우리 입장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요.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요."

은화 엄마는 목회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교인에게 강요하는 것 같다고 했다. 

"목사님이 교인을 생각해서 권면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교인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면 이를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죠. 목사님들은 계속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시는 거 같아요."

은화 엄마(사진 가운데)와 다윤 엄마(사진 오른쪽)가 세월호 수색 작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족들에게는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가끔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본인들 생각을 강요하고 가르치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조금 힘에 부쳐요. 경청만으로도 아픈 부모들에게는 큰 힘이 돼요. 누군가 우리들 상황을 듣고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치유를 받아요" 하고 다윤 엄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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