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이 순식간에 침몰했다. 갑판에 물이 치솟는 등 선체가 찢어지고 구멍이 나지 않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배가 아예 두 동강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사 측에서는 노후 선박은 맞지만 노후화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경과 관계 기관이 수사와 조사에 착수한 지 100일이 훨씬 지났지만 들리는 소식은 없다. 아직도 여러 노후 선박, '똥배'들이 죽음을 향해 세상을 누빈다. 그리고 22명은 아직도 실종 중이다.

침몰 직전과 직후 조난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사고 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색 작업이 시작되었다. 선사 측은 사실상 몇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해경 등 정부 기관은 선박이 다른 나라 국적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수색 구조가 늦어지고 집중되지 못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하나.

정부의 입장을 보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이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인 해상 사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재난'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에 대해 전 대통령, 청와대, 국무총리실 이하 모든 관련 부처는 법령에 규정된 관련 조직의 구성, 운영 등 국민의 안전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해외 해상에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긴급 대응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고, 관련 부처의 공동 대응은커녕 정보 교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루과이 측에 의하면 4월 8일 미국 군항기, 초계기가 구명벌을 발견했다고 우루과이 측에 알려 왔다. 늦은 시간,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현장 수색이 지연되었고, 선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구명벌을 발견할 수 없었다. 미국 측에서 구명벌로 보고되었던 것이 기름띠로 분석되었다는 정보가 4월 10일 접수되었고, 선박들은 '구명벌' 발견 지점이 아닌 원래 계획된 수색 구역 수색에 투입됐다. 어떻게 구명벌이 기름띠로 둔갑할 수 있었을까. 그 분석의 근거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기름띠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점을 둘러싼 수색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에게는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던질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

정부는 어떤 법령·지침·매뉴얼에 근거해 피해 가족, 국민, 언론을 대상으로 누가 어떤 책임이 지며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피해 가족들의 설명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아무런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사실상의 수색 중단은 폴라리스쉬핑 측과 우루과이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수색 중단에 대한 중요한 책임과 결정은 정부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4월 말 국민안전처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재난 소식에서 배제하고, 외교부가 미초계기 등 관련 상황 확인을 중단하고, 선사 측은 예인선 추가 투입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상 악화 등을 핑계로 기존 구조 선박들을 철수시켰다. 수색 구조와 관련해서 정부 부처들과 선사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피해 가족들을 따돌리는 행태로 이루어졌으며, 사실상 수색을 중단할 때는 그 대응이 너무도 잘 이루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청와대 민원 1호 사건이 되었다. 수색한다고 했을 때 던질 수 있는 상식적인 질문이 있다. 어느 정도 구역을 어느 정도 기간에 어느 정도 예산으로 수색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책임과 전문성이 있는 정부 부처는 이를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의지의 문제라며 몇 주를 허비했다. 처음에는 기존 정부 관료들이 문제였고, 1달이 지난 다음에는 법률 미비가 문제였고, 그 다음에는 청와대 내의 다양한 의견이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수색과 구조, 가족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정부에 구걸하고 정부와 흥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잘못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재난과 안전, 그리고 인권을 논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답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주간 안전 소식 '안전넷'에도 실렸습니다.
황필규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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