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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기 힘든 감옥, 대한민국
[책 뒤안길] 황광우 <촛불 철학>이 문재인 정부에 주는 숙제
  • 김학현 (nazunja@gmail.com)
  • 승인 2017.07.28 12:12

<촛불 철학 -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한 철학도의 물음> / 황광우 지음 / 풀빛 펴냄 / 384쪽 / 1만 6,000원

①부정 축재자의 재산 몰수
②재벌 해체, 노동자 경영 참여
③상속세·소득세·법인세 누진 상향 조정, 종합부동산세 복구
④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실시
⑤입시 폐지, 무상교육 실시
⑥공공 주택 보급
⑦농촌 살리기
⑧'동일노동·동일입금' 준수, 최저임금 1만 원 보장
⑨한반도 평화 실현
⑩주 3일 노동제 (11쪽)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며 황광우가 <촛불 철학>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실현해야 할 10가지를 위와 같이 들고 있다. 황광우는 1975년 박정희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투옥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하여 독재 정권에 의해 투옥과 석방을 반복했다. 노동자로 살기도 했으며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정치연수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저자는 민중 민주 계열(PD, People's Democracy) 운동권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이다. 지금은 광주에서 고전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소크라테스 연구로 유명하다. 저자는 촛불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꽤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책은 40여 년의 각고 끝에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그는 책을 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촛불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필자가 몸으로 겪은 한국의 현실이요 역사다. 지난 20년 동안 다섯 차례 집필했다가 그때마다 출간을 포기했다. 이번에도 촛불이 아니었다면 나는 또 절망했을 것이다. 철학은 세계를 개조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철학이라는 망치를 사용해 줄 일꾼이 없다면 철학은 무용지물이지 않겠는가? 이번에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촛불의 힘'에 의지한다." (7쪽)

대한민국, 벗어나기 힘든 감옥

책은 근 40여 년간 저자가 해 온 강연과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서양 근대 철학으로 비추고, 동양의 고전과 섞으면서 현대인에게 성장주의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지 설명해 준다. 초등학교 때부터 반공주의와 성장주의를 주입식 교육으로 받아들인 대한민국의 의식 체계는 북한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재벌을 우리의 구세주로 각인해 놓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각인을 없애야 한다고 주문한다. '철학과 세계 개조', 다소 거창하지만 그는 이에 대한 맹렬한 열정이 있다. 철학을 가진 사회운동가, 내가 보기에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물질주의·성장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 꽤나 자극적이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라는 점에서 동의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재벌, 건물주, CEO, 임원, 교수, 교사, 의사, 약사, 간호사,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90%에게는 희망이 없는 나라(그의 표현을 빌리면 '감옥', '지옥')라고 규정한다. 어쩌다 간호사까지 휩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직업군이다. 우리나라를 희망 없는 감옥이라고 비유하는 점이 독특하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고.

"감옥살이에는 희망이 있다. 형기가 만료되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형기 없는 감옥살이가 있다. 그것은 지옥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옥이 아닌가. 이 감옥을 부수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 세상은 무엇인가?" (12쪽)

이 절박함이 저자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든 것이다. 400만 명의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이고 600만 명이 비정규직 청년이라는 절망적 상황을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가난한 노동자의 벗 전태일과 계급투쟁의 선동가 마르크스가 좋다"며 한국 개신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복음서의 명확한 무소유주의를 보건대, 오늘날 한국의 적그리스도는 한국의 교회, 특히 개신교회는 허구한 날 기업인들의 축재욕에 기대어 '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너의 끝은 창대하리라'는 구약을 전파한다. 이건희가 한국의 맘몬이라면 기독교는 이건희의 하수인이다. 더 크고 더 높은 건물을 짓기에 여념이 없는 목사는 예수를 가지고 장사하는 모리배들이요 사탄의 추종자들이다." (33쪽)

기독교인인 나는 비수에 찔린 기분이지만 어쩌랴. 현실인 걸. 예수는 하나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가르치지만 여전히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겸하여 섬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맘몬이 하나님을 대치한 형국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패악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감옥이고 지옥이다. 벗어날 수 없는 감옥.

자신의 잘못을 알면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맘몬과 신을 겸할 수 있다는 자들은 결코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지옥에서 지옥을 전파하면서도 천국이라고 우긴다. 교회가 맘몬숭배를 버리고 눈을 뜨고 하늘을 봐야 할 때인데, 안타깝다.

대한민국 말아먹고 있는 삼성

"나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체계적으로 말아먹고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섣불리 공언할 수 없었다." (154쪽)

이렇게 저자는 삼성에 대하여 포문을 연다. 노무현 정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걸 눈치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고 말한다. 2005년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을 공개하며 자신이 붙은 모양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전무를 국정원 최고정보책임자로 임명했다.

'X파일' 증언에 따르면, 삼성의 수뇌부는 당시에 자신들이 정부를 운영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삼성의 이학수와 김인주에 의해 노무현 정부가 놀아났다는 증언을 문재인 정부는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렇게 정리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에는 50~60명의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상무급 이상만 수십 명이라는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과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을 모두 감안하면 삼성에서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임직원은 최대 천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기업 집단이 이처럼 거대한 로비조직을 운영한다면 정부나 국회 등의 공적 기관이 공정한 시장경제를 중재·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161쪽)

저자는 성장주의 맨 앞줄에 삼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탈성장주의는 삼성을 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5만 원짜리 화환도 돌리지 못하는 깨끗한 세상이지만, 삼성과 청와대 사이에 뿌리내린 이 강고한 삼청 유착을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살률이 높은 대한민국을 맹자의 '역성혁명'을 들어 설명한다.

"맹자는 몽둥이로 살인하는 것과 칼로 살인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듯이, 칼로 살인하는 것과 정치로 살인하는 것도 차이가 없다. (중략) 2015년 하루 40명이 자살했다. OECD국가들 중에서 부동의 1위이다. 누가 죽인 걸까? 맹자의 논리에 따르면 삼성이, 재벌이 죽인 것 아니냐? 다시 맹자의 논리에 따라 생각해 보자. 재벌을 죽이는 것은 기업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도둑놈을 죽이는 것일 뿐이다." (168쪽)

저자는 재벌 해체를 이리 말하고 있다. 또 송경동의 시 <당신들만의 천국에서 우리는 내리겠다>를 인용하며, 거대한 감옥으로 변한 대한민국, 부자들의 천국에서 내리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탈성장'이라는 스위트 홈에 대한민국이 안착해야 함을 강조한다.

한국교회도 그간의 성장주의 선교가 빚은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때 한번쯤 '탈성장'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촛불 혁명으로 이룬 문재인 정부는 성장주의의 늪에서 허덕이는 대한민국호를 건져 낼 책임이 있다며 앞에 든 10가지 숙제를 들이밀고 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응답할지 궁금하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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