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북·중 국경엔 탈북자 선교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탈북자들을 모아 놓고 비밀리에 성경을 가르치는 '통독반'들도 즐비했습니다. (중략) 이들의 처소가 공안에 발각되면 일어나는 일은 비슷했습니다. 선교사는 한국으로 추방되고, 탈북자들만 북한에 끌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탈북민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7월 20일 한국교회가 북한 선교하는 방식을 지적하는 칼럼을 썼다. 주성하 기자는 '왜 순교의 피는 북한 사람의 몫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북한 사람들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사역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칼럼에서 자신이 경험한 한국인 선교사들 모습을 이야기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에서 일하는 한국 선교사는 탈북민에게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하자고 가르친다. 중국에서 탈북 고아들을 돌보는 한 선교사는 아이들을 한국으로 무사히 오게 해 주겠다는 도움을 단칼에 거절했다. 다른 선교사 역시 탈북 노동자에게 성경 공부만 시킬 뿐 한국으로 가는 데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주성하 기자는 "중국에서 탈북 고아를 키우면, 탈북 노동자를 개종하면 선교사는 후원자 앞에 면목이 서겠죠. 그러나 그게 고아와 탈북민을 위한 일인가요. 그들에겐 안전하게 살 한국행이 우선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북한의 한국 선교사 억류에만 분개하고 당장 구출해야 한다고 할 때, 누군가는 그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서 또 다른 이야기도 언급했다. 주 기자는 자신이 탈북했을 때, 조선족 선교사 집에서 성경 공부를 하는 연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족 선교사는 한국에서 목회자가 올 때면 탈북자들을 모았습니다. 선교사 집에 하루 이틀 가서 자면서 성경을 공부하는 연기를 하면 우리에겐 300위안이 차례졌습니다. 숨어 사는 탈북자에겐 거액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주 기자는 한국 목회자들이 이 장면을 보고 후원했으며, 2년 뒤 그 조선족 선교사는 마을에서 제일 큰 집을 새로 짓고 지금은 중국 연길에서 큰 사업가로 변신했다고 언급했다.

주성하 기자는 탈북자가 한국교회에서 간증할 때 발생하는 문제도 짚었다. 한국교회가 처음에는 중국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만 해도 간증자로 불렀는데, 이제는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로는 부족해 '북한 지하 교인이었다', '지하 교회 선교사'라고 해야 간증자로 불러 준다고 했다.

주 기자는 한국교회에 "제발 거짓된 사역을, 거짓된 은혜를 사지 말아 주십시오. 그건 교회를 병들게 하고 망하게 하는 길입니다. 제가 북한 선교의 피해자입니다. 오늘 칼럼은 제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했다. 기사 전문은 <동아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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