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음이다'에 출연한 손혜원 의원이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마포을·초선)은 기독교인이다. 친구 손에 이끌려 몇 번 교회를 나갔다가 '그분'께 확 사로잡혔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17년, 믿음 하나만큼은 자부한다. 임영수 목사가 개척한 성남 모새골교회에 다니다가, 지금은 지역구에 있는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40년간 '브랜딩' 전문가로 살아왔다. 유명 주류, 가전제품, 커피 전문점 이름과 광고 문구 등을 만들었다. 평생 광고 전문가로 살아갈 줄 알았던 그는 2015년 6월 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했다. 이듬해 4월 20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배정돼 활동해 오고 있다.

교문위 회의 중 화제성 발언을 낳기도 했다. 2016년 8월 31일, 새누리당 교문위원들과 설전을 벌이던 중 "닥치세요"라고 한 것. 손 의원은, 새누리당이 전 날 멍텅구리라는 막말을 했고,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소리를 질러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닥치세요'는 손 의원의 또 다른 브랜드가 되었다. 7월 17일 팟캐스트 카타콤라디오 '내가 복음이다'에 출연한 손 의원은 "정치판이 '악마들의 모임'이다. 악마들과 싸우다 보니 확 지르는 일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복음이다'는 표창원 의원에 이어 손혜원 의원을 게스트로 섭외했다. 양희삼 목사(카타콤교회)의 섭외 요청을 받은 손 의원은 "목사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 녹음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와 정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양 목사를 포함 고정 패널 김지명 PD, 디자이너 길우, 케빈(가명)이 함께했다. ('내가 복음이다' 방송 바로 가기)

"성범죄 내버려 두면 재발할 것"
전 목사 설교만 100편 넘게 들어
홍대새교회 목회, 교인 욕심 반영
교인 폄하 말고, 안내해 줘야

손혜원 의원(오른쪽 상단)은 표창원 의원에 이어 '내가 복음이다'에 출연했다. 사진 제공 양희삼 목사

이날 '내가 복음이다'는 성추행 논란을 빚은 전병욱 목사와 정치 이야기를 주로 했다. 손혜원 의원의 지역구 바로 옆 동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는 홍대새교회(전병욱 목사)가 있다. 카타콤교회 교인과 '내가 복음이다' 청취자는 6월 25일과 7월 23일 홍대새교회 앞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전 목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병욱 목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손 의원은 전 목사 설교를 100편 넘게 들었다고 답했다.

"예전에 세운 회사 직원 중에 그 (삼일)교회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전 목사 설교 테이프를 받아서 들어봤는데, 되게 재밌게 들었다. 그 양반(전 목사)은 '축도받기 전에 나갈 거면 교회 오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청년들이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성추행) 사고가 난 뒤 얼굴을 알게 됐다."

손 의원은 앞서 표창원 의원이 출연해 말한 것처럼 "전 목사와 같은 증상의 성범죄자는 전문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근데 그 사람 치료받았는가. 그건 병이다. 내버려 두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다. 재발해도 쉬쉬하면서 덮을 거고. 아마 삼일교회 안에서도 몇 사람만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이거는 어딜 가나 벌어지게 돼 있다.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한) 김 아무개 제주 지검장도 그랬다. 이 사람들은 누구와 불륜에 빠지는 게 아니고 정신적으로 변태성욕자들이다. 내가 아는 사회 리더들 중에도 이런 버릇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 삼일교회에서 자기 죄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걸 보고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지금도 설교하고 있었다니."

성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버젓이 목회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교회를 꾸려 가는 일부 사람이 전 목사 지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교회 입장에서는 전병욱을 놓칠 수 없는 거다. 젊은 신도를 끌어들여 열광하게 하는 목사는 흔하지 않다"고 했다.

'종교개혁500주년평신도행동'은 6월 25일과 7월 23일, 홍대새교회 인근에서 전병욱 목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정 패널들은 손 의원의 지적에 적극 동의했다. 양희삼 목사는 "우리가 홍대새교회 앞에 가서 예배하고 회개를 촉구했다. 사실 전 목사가 회개할 거란 기대감보다 어찌 보면 자존심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말하지 않고 있고, 하나님도 덩달아 욕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최종 판단은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 적극 나섰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그 판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게 하거나 경종을 울리는 건 가능하다.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하나님한테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육십 넘게 살아 보니 (죄지은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든 벌을 받더라. 내 주변에 목사 아내로 평생을 살면서 이용만 당한 사람도 있다. 목사가 엄청 바람피우고…나는 여러분이 (이런 문제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오히려)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병욱 목사 성범죄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에도 홍대새교회는 요지부동이다. 사건이 과장됐다거나, 애당초 성범죄가 없었다고 믿는 교인이 많다. 손 의원은 그렇다고 교회 다니는 신도들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그들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 주는 게 낫다고 했다.

"거기 다니는 신도를 폄하하면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사실을 모아 책을 내는 방법이 있다. 제목은 '우리는 하나님이 단죄하실 때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라고 하고. (홍대새)교회에 가서 이 사람(전 목사)을 통해 은혜를 입는 건 좋으나, 조심하라는 내용을 기술하는 거다. 전 목사 행동 10가지 유형을 쓴다든지. 베스트셀러가 될 거 같은데.(웃음)

비록 전 목사가 죄를 지었지만, 하나님이 그를 사랑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전 목사도 스스로 불행함을 느끼면서, 많이 쥐어뜯었을 것이다. 자기가 억제하지 못하는 병을 고쳐서 거듭났으면 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뻔뻔하게 살지 말고."

손 의원은, 전 목사가 치료를 받고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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