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신상범 총회장) 소속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노세영 총장)가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가한 김 아무개 교수를 특채로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사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올해 폐기된 국정 교과서 중 근대사 부분을 집필했다. 서울신대 이사회는 올해 6월 22일, 교양학부 한국사 담당으로 김 교수를 조교수로 발탁했다. 노세영 총장이 임용서만 제출하면, 그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 조교수로 활동하게 된다.

이사회에 안건이 통과된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울신대 일부 교수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국정교과서에 참여한 교수를 특채로 뽑은 이유와 서울신대가 굳이 한국사 교수를 채용한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번 특채와 관련해 인사권이 있는 교무처장 박명수 교수(교회사)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어났을 때, 역사 교과서에 기독교 분량을 공정하게 서술해야 한다며 국정화에 적극 찬성했다. 그는 한기총·한교연 등 교계 보수 단체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김 아무개 교수 임용을 반대하는 교수들은 서울신대에 한국사 교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이 한국사를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A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교수는 서울신대에 굳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신대에는 이미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3명이나 있다. 박명수 교수가 소속된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이 이미 강의하고 있다. 우리 학교 교양학부는 주로 1~2학년이 수업을 듣는다. 대략 1,000명 밖에 되지 않는데, 1명을 더 충원할 필요가 있을까. (이번 채용은) 한 사람을 집어넣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교양학부 소속 B 교수는, 교양학부 교수들은 애초 한국사 교수를 원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양학부 교수들은 학교에서 세계사와 한국사 등 역사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했다. 우리 학부는 특정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세부 전공자보다는 전반적인 것을 가르쳐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에 특채 공고 전, 학교는 이미 두 차례 공채를 진행했다. 그때도 학교는 한국사 전공만 뽑았다. 결국 2번 다 임용이 되지 않았다. 상식상 한국사로 채용이 안 되면 분야를 더 넓혀 채용 공고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특채 역시 한국사로 한정한 게 의아하다"고 답했다.

C 교수는 특채로 국정교과서 집필위원 이력이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국정교과서는 이미 폐기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을 김 교수가 집필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은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약 학교가 공채로 김 교수를 뽑았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인사위원회가 직접 추천하는 특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까지 이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명수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는 7월 18일 서울신대에서 박명수 교수와 만나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김 교수를 추천한 것은 맞지만, 그를 채용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명수 교수는 "학교 규정상 공채로 2번 이상 채용이 안 되면 특채로 뽑을 수 있다. 채용이 2번 무산된 뒤 사람이 뽑히지 않아 손을 놓고 있었는데, 총장이 교수 충원 비율을 높이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시도한 것이다. 절차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굳이 한국사 교수를 뽑은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들 중 취업을 위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으니, 교양학부에서 한국사를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찾아본 것이다. 면접 볼 때 인사위원회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데, 당시 교양학부 담당자가 직접 와 질문도 했다"며 김 교수를 뽑을 때 공정한 기준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미 학교에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 3명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세 사람의 경우 1년에 논문을 몇 편씩 써야 하는 연구교수라고 답했다. 지난 학기에도 세 사람이 강의하긴 했지만, 이 사람들은 가르치는 것보다는 연구하는 게 주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박명수 교수는 "김 교수는 이념적인 사람이 아니다. 기독교 사회주의에도 관심이 많다. 만약 국정교과서 중 해방 이후 집필에 참여했으면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는 근대사에 참여했을 뿐이다. 김 교수는 교과서 안에 기독교 분량을 늘리기 위해 참여했다. 한국에서 한국사와 기독교를 연결해서 연구하는 학자가 3명뿐인데, 그중 한 사람이 김 교수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분을 초빙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말했다.

박명수 교수는, 교양학부에서 한국사를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편, 이번 서울신대 임용에서 일본인 K 교수도 문제가 됐다. 특채로 뽑힌 K 교수가 통일교 출신이라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일부 교수가 몇 가지 정황을 근거로 K 교수의 종교 문제를 교무처에 질의했다. 논란이 일자 K 교수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박명수 교수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K 교수는 일본어과에서 추천을 받아 선발하게 됐다. 추천서에서 목사님이 성실한 신자라고 했다. K 교수는 자신은 통일교가 아니지만 학교가 자신을 조사하는 상황이 편하지 않다며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혹시 이단·사이비를 믿는 교수가 채용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그때 가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A 교수는 학교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K 교수가 사임했다고 그냥 덮을 일이 아니다. 인사위원회는 K 교수가 다니는 교회에 직접 연락을 했는지 등 임용 절차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C 교수 역시 "운영진은 '몰랐다',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교수들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 교수는 채용됐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인사위원회는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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