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난해 말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성범죄를 일으킨 선교사 두 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소속이었다.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최재선 선교사는 해임됐고, 단기 선교 온 여성들을 추행하고 희롱한 이승재 선교사는 사임 처리됐다.

이승재 선교사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파송 교회의 안타까운 대처도 있었다. ㅎ교회 ㅈ 목사는 총회 세계선교부에 이 선교사 해임을 요구하고 교회에서 간담회를 여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투명하지 못한 과정 등에 피해자와 그를 도운 청년은 상처를 받고 결국 ㅎ교회를 떠났다.

예장통합은 사건 보도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ㅈ 목사도 자신이 소속한 노회에 목회자 성범죄와 관련한 내용을 건의했다. 예장통합 내 목회자 성 윤리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시기, 총회 국내선교부 목회지원정책연구위원회가 총회 실행위원회에 △2년에 1회씩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교육 실시 △성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는 전문 위원회 조직을 청원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1년간 목회자 성범죄의 해결책을 모색해 온 목회지원정책연구위원회는 7월 17일 '목회자 성 윤리 예방 정책'을 논의하는 공청회 자리를 마련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서울·대전·제주도 등에서 활동하는 목회자 및 장로 60여 명이 참석했다.

예장통합 국내선교부 목회지원정책연구위원회가 1년간 연구한 목회자 성윤리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연구위원인 백광훈 목사는 "예장통합에는 이미 목회자 성 윤리 지침이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라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교단 안에 성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윤리 정책이 필요하고, 총회가 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백광훈 목사는,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목회자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예장통합에 소속된 신학교에서는 신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에게는 별다른 교육이 없다. 예장통합 목회자 성 윤리 지침에는 "성적 타락과 폭력 방지에 대한 교단의 교육과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시에 교회 내 사역자 관계 안에서 성희롱이나 성적 남용 및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근절시키기 위한 교육을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광훈 목사는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페미니즘 담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 중 일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사회 분위기에 발맞추어 목회자들의 성 인식과 언행이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교회 안에 있는 가부장적 문화와 신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의 평등성과 존엄성,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목회지원정책연구위원회는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교회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 장로교는 문제가 생기면, 교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안내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백 목사는 교회 역시 공동 책임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정서적, 육체적, 법률적인 지원을 돕는 등 적절한 조치를 제공해야 줘야 한다고 했다.

당장 총회 차원에서 시도하기는 힘들겠지만, 청빙할 때부터 목회자에게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기를 권했다. 그는 "청빙 공고에 '예장통합 교회는 교회 직원의 성 윤리에 대한 엄격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청빙 과정에서 철저하게 기록을 조회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으면 한다. 또는 목회자가 '성적 비행과 관련된 이유로 사임 혹은 지위 해제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증한다'는 서약서를 써서 성범죄를 예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발표 후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발표 후, 참가자들은 1시간가량 목회자 성 윤리 예방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한 남성 목회자는 "목회자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요새 초등학생·중학생도 성교육을 받는데, 목회자나 장로들은 성교육이 전무하다. 젊은이들은 성희롱이라고 느끼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총회 차원에서 성희롱·성추행의 기준을 정해서 교육하고 홍보 책자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남성 목회자는 "공론화된 것은 잘 됐지만 아쉬운 게 있다. 이 논의를 한 목회지원정책연구원 역시 구성원이 모두 남성이다. 성범죄를 다루는 위원회에는 여성이 멤버로 들어가면 좋겠다. 여성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도 참석해서, 설교 중 목사가 성희롱 발언을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에 대해 이야기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청회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다만 이 문제를 사회법으로 다룰 것인지, 교회법으로 다룰 것인지는 의견이 갈렸다. 한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 부목사와 교인, 전도사와 청년 등 여러 문제를 보게 됐다. 이건 엄연히 성범죄기 때문에 교회법 대신 사회법으로 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총회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목회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노회에서 소환하고 재교육하면서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 번의 잘못으로 아웃시켜서는 안 되고 교회 안에서 교육으로 회복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목회자들도 발언했다. 한 여성 교수는 "한국교회 경우 가해자인 목회자가 사역지를 떠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교회를 떠난다.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서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덮는 것은 안 된다. 강력한 제재나 장치가 필요하다. 일단 가해 목사가 목회지를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여성 목회자는 "여성은 성범죄를 겪으면 자존감이 낮아질 뿐 아니라 교회 안 모든 관계로부터 단절된다. 오늘 논의에서는 예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피해자가 많이 고려되지 않고 모호한 언어로 발표된 게 많다. 우리가 예방책을 이야기하는데, 일단은 강력한 윤리 기준이 필요하고 여성 목회자를 교회에 청빙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주로 남성 목회자가 여성 교인과 상담 중에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하니, 여성 목회자를 사역자로 청빙한다면 이런 부분은 손쉽게 줄어들 수 있다. 해결책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회지원정책연구위원회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전문 위원회'는 남성 목회자뿐 아니라 여성 목회자, 평신도, 청년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7월 말, 총회 실행위원회에 목회자 성교육 실시와 전문 위원회 설치를 제안할 예정이다. 실행위원회에서 청원안이 통과되면 9월에 열리는 예장통합 102회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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