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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몰락 뒤에 보수 기독교 있다
[책 뒤안길] 최태민 등장부터 박근혜 몰락까지 <비선 권력>(한울)
  • 김학현 (nazunja@gmail.com)
  • 승인 2017.07.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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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권력> / 김용출 외 3인 지음 / 한울 펴냄 / 694쪽 / 2만 9,000원

김용출, 이천종, 조병욱, 박영준 기자의 공저인 <비선 권력>은 7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두꺼운 책인 듯하다. 최태민의 등장부터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권좌에서 밀려난 박근혜의 몰락까지를 다루고 있다. 엄청난 자료와 인터뷰, 사료들을 망라하여 진실을 다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알알이 배여 있는 책이다.

그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알려진 내용은 물론 더 심도 있는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다. 두꺼운 책이지만 현재라는 상황과 걸맞아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다. 책의 저자인 <세계일보>의 네 기자는 한국신문협회로부터 2017년 한국 신문상, 기획·탐사 부문상을 수상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이후 박근혜 정권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권력 서열 1위인 최순실 사건을 추적 보도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한 노고라 할 수 있다.

'기도하는 사람' 최태민의
기괴한 종교 행각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이 글에서 다 다룬다는 게 어불성설인 듯하다. 다만 기독교인 입장에서 개신교가 이번 국정 농단 사건과 어떻게 관련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물론 기성 기독교인이나 교계 지도자들은 최태민이 '목사'라는 직함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몹시 불쾌해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 그가 목사로 불렸다면(불리길 원했다면) 뭔가 기독교계와 연결된 고리가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 책을 읽었다. '역시나'였다. 박근혜와 최태민의 만남은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최태민이 꿈에 돌아가신 육영수 여사를 뵈었다고 박근혜에게 편지를 썼다는 건 알려진 비밀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가 1979년 10월 23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이렇다.

"최태민은 영혼 합일법 등 사이비 종교 행각으로 전전하던 1975년 2월 말경 박근혜에게 3차에 걸쳐 꿈에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이 있었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 (31쪽, 중앙정보부 '최태민 관련 자료' 4쪽 인용)

하지만 최태민과 박근혜는 이 내용을 부인하였다. 박근혜는 "기도를 하는 사람이니까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라며 최태민을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기도한다'는 말은 기독교 용어다. 이미 알고 있듯 박근혜는 최태민을 깍듯이 '목사'라고 불렀다. 왜 그랬을까.

기독교계가 일어나 발끈하는 그 '목사'란 칭호가 왜 최태민 이름 석 자 밑에 붙여진 걸까. 책에 따르면 최태민은 가톨릭, 불교, 개신교에 모두 연관이 있다. 최태민은 1969년 중림성당(지금의 '약현성당')에서 '공해남'이란 이름으로 신분을 속여 영세를 받았다. 또 승려이기도 했다. 후에는 이들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신흥종교 '영세교'를 만들었다.

최태민은 안수받은 목사
보수 기독교계 앞장서 도와

사이비로 지목된 '영세교' 교주가 되기 전에 그는 목사 안수를 받은 정식 목사였다. 왜 자신도, 박근혜도, 최태민의 주변 인물들도 최태민을 '목사'라고 불렀는지 명확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개신교의 비애가 있다. '목사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어떻게 그에게 목사 안수를 주었는지 물어야 옳지 않을까. 최태민 본인 입으로 안수받은 목사임을 밝혔다.

"1975년 1월 종합총회 신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 5월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속한 신학교와 교단이 사이비라고 몰아칠 텐데…" (49쪽, 중앙정보부 '최태민 관련 자료' 2~3쪽 인용)

책에 따르면, 군소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는 2대 조현종 목사가 총회장으로 있을 때 최태민에게 목사 안수를 줬다. 당시 총회장인 조현종 목사는 1938년 피어선성경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대학 법문부 종교과를 졸업했으며, 해방이 되자 귀국해 건국 초창기 경찰 간부직을 거쳐 헌병 소령으로 예편했다.

이는 <국민일보>가 입수해 밝힌 <풀빛목회> 1984년 7~8월 호 내용이다. 동 잡지는 조 목사가 196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1970년 신설동 중앙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감당했다고 밝힌다. 최태민이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고 산하에 구국십자군을 창군할 때 사회를 맡았다. 이쯤 되면 최태민의 배후에 기독교가 있다는 말을 부인할 수 없다.

'돈을 주고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이라는 증언도 있다. '목사' 타이틀을 희석하려는 기독교계의 면피성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와 기독교계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최태민은 기독교계의 열화 같은 후원 속에 대한구국선교단을 창단하고 이어 여러 대형 집회(구국 기도회)를 통해 불려 나갔으니 말이다.

"최태민은 대한구국선교단을 창립한 이후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급속히 영향력을 키워 갔다. 최태민은 5월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중앙교회에서 대한구국선교단 주최 구국 기도회를 연 뒤 (중략) 임진각 광장에서 박근혜가 참석한 가운데 목사와 신도 5,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 (49~50쪽)

“대한구국선교단은 9일 광복 30주년을 맞아 기독교인이 복지사회 건설과 국민 총화를 헤치는 모든 요소를 뿌리 뽑는 데 앞장설 것 등을 촉구하는 4개 항의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중략) 전기영 예장종합 총회장 목사는 최태민이 주도해 설립한 대한구국선교단이 기독교 진보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51~52쪽)

자, 이래도 최태민에게 붙은 '목사'라는 칭호가 불편한가.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와 야합하는 보수 기독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탁명환 종교연구가는 "구국십자군 창설을 기독교가 독재의 시녀로 전락한 중대한 전환점"('대해부 구국선교단, 구국십자군: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2')이라고 분석한다.

박근혜와 기독교

정치와 결탁한 종교가 건전할 수 없다. 이미 보수 기독교계는 그렇게 정치와 결탁하여 권력을 누렸던 것이다. 최태민은 박근혜와 만나 기독교계의 난맥상을 비판하며 '대한구국선교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이 말을 듣고 최태민과 손을 잡고 '대한구국선교단'을 창설했다.

그럼 왜 박근혜는 기독교인도 아닌데 그런 단체를 만들고 명예총재직에까지 올랐을까. 이어 계속 최태민을 '목사'로 호칭한 것일까. '대한구국선교단'의 총재는 최태민 목사였고, 선교단 산하에 있는 구국십자군 총사령관은 박장원 목사였으며, 박근혜는 명예총재였다. 박장원 목사는 감리회 소속으로 '마가의다락방'을 세웠다. 이렇다면 박근혜도 기독교와 관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박근혜가 신학을 공부하려 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 다녔다. 앞서 말한 조현종 목사(중앙총회)는 자신이 박근혜에게 신학을 가르쳤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다닌 장로회신학대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이다.

"박근혜는 당초 목회자 양성 과정인 신학대학원 과정을 지원했지만 이종성 대학원장의 권유로 상대적으로 쉬운 일반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 과정을 공부했다. (중략) 이종성 당시 대학원장도 '헬라어와 히브리어 등 어려운 과목이 많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일반대학원 기독교교육학 과정을 추천했다'고 회고했다." (117쪽)

살펴본 바와 같이, 이렇게 기독교와 최태민, 기독교와 박근혜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관계는 악수(惡手)가 되어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의 관계로 발전하고 결국 박근혜의 몰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보수 기독교는 이참에 '최태민·최순실·박근혜 커넥션'의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해야 한다. 박근혜의 억울함에 동조할 게 아니라 권력과 손을 끊고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승만 때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기득권 보수 기독교는 지금도 소외된 이웃이 아니라 권력자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 이 끈을 끊지 않으면 기독교의 미래는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계기가 되어 정치권 주위에서 맴돌며 권력자를 대변하는 보수 기독교계가 소외된 이웃에게로 돌아오기 바란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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