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문화 축제를 전후로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 '성소수자'를 향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그들의 주장으로 그려 보면, 동성애자는 이성애를 '선택'할 수 있는데도 동성과의 성 중독에 빠진 문란한 사람들입니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은 있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실일까요. 보수 개신교인들이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우리 주위에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직접 만난 뒤 인식이 바뀐 신앙인도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2017 퀴어 문화 축제 전후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신앙인들 인터뷰를 차례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지금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의 진솔한 신앙담부터,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고민, 또 그들 곁에 있는 목회자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이번 기획은 신학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상상 속의 성소수자가 아닌 현재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민수 씨(가명)는 건실한 청년이다. 자기 삶을 열심히 꾸려 왔다. 자영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학창 시절 친구·선생님 누구 하나 민수 씨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공부도 곧잘 했던 그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교 4년을 마친 뒤에는 3년 반 동안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민수 씨는 신앙인이다. 흔히 말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신앙을 빼고 민수 씨를 설명할 수 없다. 모태신앙인 민수 씨는 교회를 떠나 본 적이 없다. 직장 때문에 교회를 옮기게 된 후에도, 교회 가까운 곳에 자리 잡기 위해 이사를 왔다.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 가는 삶을 살기 원하는 민수 씨가 직접 선택한 교회였다.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꿈꾸며 교회 옆으로 이사 온 것이다.

평범한 시민 민수 씨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다. 민수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동성(同性)이다. 민수 씨에게는 6년을 사귀고 미래를 약속한 애인이 있다. 이성 커플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한집에서 살면서 일상을 누리고, 함께 교회 다니고,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는 그날을 꿈꾼다. 민수 씨는 남성 동성애자, 게이다.

민수 씨는 평범한 시민이다. 학교 선생님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교회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자는 더러운 사람"
전도사 말 듣고 숨은 학창 시절

중학교 2학년이었다.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하나둘 생기던 때였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안 보이면 보고 싶고, 뭐 하는지 궁금하고, 같이 있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싹트면서 동시에 '나는 친구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표현할 수 없었고, 왜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그대로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민수 씨 주변은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꾸준히 나오는 환경이었다. 중·고등학교 모두 미션스쿨을 다닌 민수 씨는 학교 채플 시간에서도 혐오 발언을 듣고 자랐다.

"고등학교 때 종교 과목을 가르쳐 주시는 전도사님이 있었는데 '동성애자는 여성스럽고 더럽고 문란한 사람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 내가 저런 사람이구나. 세상에서 저런 대우를 받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개신교인이고 그들 대부분 저런 생각을 할 텐데 안 되겠다. 내가 어떻게든 나를 바꿔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바꾸기 위해서 하는 데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강박이 있었어요.

이런 말을 쭉 듣고 자라니까 두려움이 생겼죠. 만약 내가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금 잘 지내고 있는 친구들, 나를 좋아해 주시는 선생님들, 가족들, 교회 사람들 모두 다 나를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그래서 계속 나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성애 생각을 안 하겠다는 다짐도 일기에 매일 쓰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보냈죠."

본인이 가진 성 정체성을 부인하는 데 신앙을 사용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하나님이었다. 민수 씨는 일기에 기도문을 써 내려갔다. "하나님, 나는 왜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할까요. 다른 사람이 이렇게 동성애자를 저주하는데, 내가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라는 기도를 수십 번도 더 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바뀌지 않으니 어떨 때는 욕을 써 놓기도 했다.

자기 부인의 긴 터널을 지날 때 힘이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신앙이었다. 그렇게 기도해도 바뀌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받은 유일한 위안이 있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떠나가도, 하나님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민수 씨는 욥기를 좋아한다.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욥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셨다. 민수 씨도 더 이상 하나님에게 "왜"라고 묻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여성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다. 민수 씨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수 씨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라면, 정말 최선을 다해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관계에 임했다. 1년이 지났을 때, 여자 친구는 "너는 나를 사랑이 아니라 우정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민수 씨와 헤어졌다. 정말 노력했는데도 층위가 다른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노력으로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으로 수소문해 로뎀나무그늘교회를 찾아갔다. 신앙을 가진 게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그 전에는 다른 동성애자를 만나 본 적도 없었다. 학교에도 성소수자 동아리는 없었다. 로뎀나무그늘교회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있었다. 일반 교회와 똑같았다. 처한 환경이 다 다른 게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세상에 저 혼자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게이 크리스천이 살고 있구나 하는 걸 보고 그때 많이 깨우쳤어요. 내가 괴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로뎀나무그늘교회에 2년 정도 출석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동성애를 정죄하는 것이라고 알려진 성경 구절이 문자주의에 입각한 성경 해석이라는 점도 배웠다. 결정적으로 로뎀나무그늘교회 교인들을 연구해 쓴 논문을 읽으면서 민수 씨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목사님이 로뎀나무그늘교회를 10개월 정도 다니면서 쓴 논문이 있었어요. 그들을 지켜보면서, 성서적으로 봐도 동성애는 죄가 아니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죠. 그 논문이 제가 자기 부인의 터널을 벗어난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성경이 쓰인 당시 상황과 시대를 고려하지 않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혐오를 위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반동성애 운동 앞장서는 개신교인
잘못 가르치는 교회 지도자들 때문

민수 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선교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열정적으로 임했다. 노방전도를 나가야 하면 나갔다. 외부 시선으로 보면 광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 동성애 반대 운동에 열심을 다하는 개신교인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지난해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난 개신교인 가족.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성소수자를 위해 기도했다. 민수 씨는 한편으로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학교 4년 동안 선교 단체 생활하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됐어요. 하나님이 바라시는 삶,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고 나니까 바르게 말씀대로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선교 단체에서는 하루에 성경 몇 장 읽었는지, 기도 몇 번 했는지, QT 했는지 안 했는지 이런 것만 체크하고. 수련회 돌리면서 그 믿음을 유지하게만 하더라고요.

저는 반동성애 운동하시는 분들이 일견 이해가 가요. 지금처럼 교회 지도자의 반동성애 설교만 열심히 들으면 자기 신앙 열정을 그런 방식으로 쏟아 낼 것 같아요. 반동성애 운동에 목숨 바치는 게 하나님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겠죠. 교회 지도자들이 바르게 가르치고 인도하지 않으니까, 혐오라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힘을 쓸 것 같아요. 퀴어 문화 축제가 토요일에 열리는데, 휴일에 나와서 울면서 통성기도까지 하는 건 진심이라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지금은 안타깝죠."

로뎀나무그늘교회에서 만난 첫사랑과 헤어진 뒤 교회를 나왔다. 한 사람이라도 교회에 남아서 제대로 신앙생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오래 정착할 수 있는 교회를 찾던 중 지금 다니는 교회를 만났다.

2010년경 <딴지일보>에 기독교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시대와 공간을 담아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은 목사였고 교회를 개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수소문해서 찾은 교회를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이 교회를 선택한 가장 큰 계기는 성경을 바르게 가르쳐 준다는 점이었어요. 광적인 열정 대신 성화된 삶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 줬고요. 그리스도인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딱 짚어 주니까 좋았죠."

담임목사에게 커밍아웃
"네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처음 교회를 선택할 때만 해도 민수 씨는 담임목사에게 커밍아웃하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정말 운이 좋으면 상황을 봐서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봄, 커밍아웃했다.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동안 담임목사 설교를 들으면서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이 평소에 굉장히 분명하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교회는 성경에서 말하는 삶을 살고 싶은 교회이고, 그분의 성품이 드러나는 삶을 원한다고요.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혐오받고 차별받는 삶을 사는 약자다. 성경에서 언급한 남색하는 것이 죄라는 말은, 지금 시대에서 말하는 동성애와 다르다. 그게 죄가 아닌데 저 사람들은 그걸 같은 동성애라고 말한다. 이것은 혐오일 뿐이고 하나님이 아시면 통탄하실 일'이라고 콕 집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혐오하는 것은 정말 성경적이지 않은 거라고요."

민수 씨는 고민 끝에 담임목사에게 커밍아웃했다.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담임목사 설교를 들으면서 신뢰가 생겼다. 6년을 만나 온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교회에 정착하고 싶었다. 애인도 원래 개신교 신앙인이었는데, 혐오 세력에 실망하고 교회를 떠난 '가나안 신자'였다.

"목사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전혀 감이 안 잡혔지만, 제가 우리 교회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제가 커밍아웃했을 때 교회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요. 내가 사랑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니까요. 이 사람들이 저를 게이라고 내쫓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말로 전하면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할까 싶어 글로 썼다. 담임목사에게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답장이 왔다. 민수 씨가 6년을 함께한 담임목사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내가 이전에도 말했듯이 민수 네가 말하는 동성애는 절대 죄가 아니다. 커밍아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건 우리 교회에서 만난 동성애자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달라질 건 없다. 성경적으로 문제될 것도 전혀 없다."

"뭉클했죠. 정말 고마웠고.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싶기도 했고, 말하길 잘했다 생각했죠."

다만 교인들에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커밍아웃하기로 했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을 예상한 조치였다. 당장 민수 씨를 교인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겠다고 하지 않는 담임목사에게 섭섭한 감정은 없었을까.

"안 섭섭해요. 목사님이 말을 바꾸거나 다른 얼굴을 보여 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얼마 전 8개 교단이 임보라 목사님(섬돌향린교회)을 이단 조사한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담임목사님한테 늦은 밤에 카톡을 보냈어요. 우리 교회 가뜩이나 힘든 길 가는데, 혹시 내 존재가 나중에 드러나면 동료 목사, 다른 교인이 등을 돌릴지 걱정이 된다고요. 제가 교회에 남아 있으면 목사님이 계속 누군가에게 말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그래도 괜찮으시겠냐고 메시지를 보냈죠."

민수 씨가 먼저 걱정한 것은 교회였다. 자신의 존재가 행여 교회와 목회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정착하고 싶은 교회였지만, '이단 조사' 운운하는 거대 세력 앞에 민수 씨는 작아졌다.

"목사님이 바로 답장을 주셨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하다고요. '그런 생각했으면, 너한테 그런 말 하지도 않았다. 그 사람들은 개신교 적폐 세력일 뿐이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두려웠으면 너한테 동성애자도 괜찮다는 말 하지도 않았다. 그럴 일 없으니까 빨리 씻고 잠이나 자라'고 보내셨어요."

"선택의 문제였다면
혐오받는 삶을 선택했을까"

보수 개신교의 논리는 '동성애 = 항문 섹스 = 에이즈 = 세금 도둑'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은 그들의 구호에서 빠져 있다. 에이즈에서 가장 안전한 그룹이 여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나와 있지만, 반동성애 세력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남자 동성애자, 게이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민수 씨가 가지고 온 지도서. 행여 반동성애 운동하는 사람들이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니냐고 물을까 해서 챙겨 왔다며 포즈를 취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 사회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민수 씨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교회는 성범죄를 일삼는 목사에게는 침묵하고 성소수자를 타깃으로 삼는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한국교회를 보며 민수 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저는 솔직히 말하면 한국교회가 망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은 점점 교회를 떠나고, 남아 있는 교인 연령대는 자꾸 증가해요. 교인 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수평 이동만 늘어나는 비관적인 상황이죠.

여기서 한국교회는 확실한 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적은 언제나 이슬람과 동성애에요. 두 집단의 공통점을 설명해 볼까요. 예를 들면 한국교회가 동성애자를 한 대를 쳤어요. 내 힘의 100%를 다해 쳐도 100%로 되갚아 줄 수 없는 집단이 이슬람과 성소수자 집단이에요. 되갚아 주려면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데, 우선 성소수자 중에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요. 약한 집단이라는 걸 아니까 적으로 삼는 거죠. 공통의 적이 생기면 나머지는 뭉치게 돼 있어요. 임보라 목사님 이단 조사에 8개 교단이 함께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혐오를 일삼는 목사님들을 보면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행동, 과정, 삶으로 하나님께 이야기하는 것이 신앙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목사님들은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서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약자를 공격하고 혐오하면서 살았다고 말할지, 그 부분이 안타까울 뿐이죠."

게이는 보수 개신교에서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만든 각종 자료에서는, 게이는 언제나 쾌락의 노예가 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민수 씨는 자신이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절대 동성애자로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혐오 세력은 동성애가 취향이라고 말해요. 거기서 전환 치료를 옹호하는 개념이 나왔죠.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이고 돌이킬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제 인생을 돌이켜 보면 취향의 문제는 절대 아니었어요. 저는 모태신앙이자 동성애자인데,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저는 동성애자로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 주변에는 늘 개신교가 있었어요. 너는 괴물이고,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행위를 하고 있고, 쾌락의 중독자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자랐는데도 제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을 보면 절대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교회의 혐오는 성소수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수 씨는 대학교 선교 단체 동기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같은 공동체에서 생활하던 남학생 중 민수 씨 외에도 두 명의 게이가 더 있었다. 그들이 게이인 것은 민수 씨 외에 아무도 몰랐다.

"그 당시 동아리에 게이가 저까지 세 명이었던 거죠. 셋은 전혀 다른 삶을 선택했어요. 저는 제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교회 다니면서 사는 삶을 꿈꾸고요. 이게 죄라고 생각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아요. 다른 친구 A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노력한다고 전환 치료를 한다는 교회도 다녔어요. 근데 몇 년을 다녀도 바뀌지 않았어요. 결국 일반 교회로 옮기고 어떻게든 거기서 여성을 만나려고 노력 중이죠. B는 학교 다닐 때도 단기 선교사로 나가고 그랬는데요. 결국 선교사로 나간다고, 교사도 관두고 결혼했어요. 아내에게 자기가 게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죠.

세 사람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정상 가족'을 꿈꿔요.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고 사는 거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런 삶을 택한 것은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을 말하고 동성애자가 괴물이라고 몰아붙이는 교회 때문이에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는 올해도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존재 자체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민수 씨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당장 퀴어 문화 축제만 봐도 그렇다. 일년에 하루, 민수 씨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애인 손을 잡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날. 보수 개신교는 길 건너에서 대형 집회를 계획 중이다. "너희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는 개신교인들을 보면서도 신앙을 떠나지 않는,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항상 생각하는 성경 말씀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인데요. 그 여인이 왜 예수님을 만났을 때 바로 구원을 받아들이고 전하고 싶었을까 생각해 보면, 제 경우와 같아요. 내 노력으로 안 되는 것,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을 하나님이 회복시키고 구원해 주신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고 은혜로운 거죠. 세상 사람 다 나를 손가락질하고 몰아세워도, 하나님은 정말로 나를 사랑하시고 날 떠나지 않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이 성소수자에게는 정말 놀라운 은혜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그 은혜가 놀라워요. 그 은혜가 놀랍고 고마워서 절대 신앙을 버리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은 꼭 실어 주세요. 저는 동성애자로 사는 게, 성도로서 죄책감이 단 1그램도 없습니다."

민수 씨는 올해도 퀴어 문화 축제에 간다. 애인과 함께 가서 하루를 만끽하고 돌아올 생각이다. 여러 부스를 둘러보고 작년에는 참여하지 못한 퀴어 퍼레이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성소수자로서 마음껏 자긍심을 드러낼 수 있는 단 하루를 혐오 세력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

"저는 독실한 개신교 신앙을 지닌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어요. 미션스쿨에서 교육받았고, 선교 단체 활동도 광적으로 열심히 했죠. 장교로 3년 넘게 군 복무했고요, 현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이며 주일에는 교회가 정말 좋은 게이 크리스천입니다. 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죄를 짓고 있을까요. 이런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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