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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10년, 국내 선교계 위기 대응력은?
위기관리 체계 구축…전문가 양성·기금 조성 요구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7.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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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인 23명이 피랍되고 2명이 피살된 2007년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한국 선교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개신교계는 사회로부터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선교가 문제"라며 뭇매를 맞았다. 사전 지식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유관 단체 협력 없이 일방적으로 현지를 방문하는 행태도 비판을 받았다.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매뉴얼이나 담당 부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도 문제가 됐다.

교계는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산하 위기관리국(CMS·Crisis Managment Service)은 KWMA에서 독립했고, 국내 선교 단체를 대상으로 위기관리 정책을 교육해 왔다.

CMS은 2010년 사단법인 한국위기관리재단(KCMS·김진대 사무총장)이 됐다. KCMS는 정부와 교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하며 해외 정보나 위기 대응 지침을 국내 선교 단체, 기독교 NGO에 전달했다. 국내외 각 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위기 대응 훈련, 인질 협상, 멤버 케어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었다.

KCMS는 2015년 대표적인 매뉴얼을 제작했다. <선교사 위기관리 - 표준 정책 및 지침서>로, 미국 위기관리 전문 단체 CCI(Crisis Consulting International)와 FSA(Fort Sherman Academy) 자료를 참고했다. KWMA를 비롯해 대다수 선교 단체는 이를 토대로 각종 지침과 내규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위기관리 정책이 종류별로 나와 있다. △위기 예측 △위기관리팀 조직 △비상 계획 △교육 훈련 △위기 기금과 비상금 △철수 △납치와 인질 △후속 사역(멤버 케어) 등이다.

이외에도 △추방 사역자 지침 △피랍 사역자 지침 △위기 시 가족 케어 지침 △사역자 윤리 지침 △순교·순직 지침 △단기 봉사팀 지침 등 구체적인 상황에 필요한 조치 사항도 수록되어 있다.

KCMS 김진대 사무총장은 7월 11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형별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연수에서 얻은 자료와 여러 선교 단체가 겪은 사례를 참고해, 한국 상황에 맞게 지침을 만들었다. 선교 단체, 선교지 교회, 신학교에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KCMS는 위기 사례를 연구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아프간 피랍 사건, 교회의 후속 조치, 교계와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분석한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종합 보고서>와 각종 위기 상황을 유형별로 묶은 <선교사와 지역 교회를 위한 위기 사례 연구> 1·2권을 출간했다.

김 사무총장은 "위기관리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위기 상황은 끝나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후속 조치와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무엇이 위기를 초래했는지,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는지 제대로 점검하고 따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위기관리 표준 정책 및 지침서를 만들어 선교 단체에 배포해 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매뉴얼, 만병통치약 아냐 
운용하는 건 결국 사람

각 선교 단체는 어떨까.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는 국내 단체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선교 단체는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KCMS 자료를 기초로 매뉴얼을 제작하거나 자체 지침서를 만들어 운용했다. 외교부가 보내는 해외 위기 정보도 현지 선교사와 파송 교회에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각 단체가 보유한 위기관리 전문 부서나 기금은 편차가 컸다. 담당자들은 상황별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기금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ㄱ 교단 선교국 담당 목사는 "KCMS가 배포한 매뉴얼과 각종 자료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해외 긴급 정보나 여름철 단기 선교 관련 지침이 나오면, 교단 선교사와 450여 주요 파송 교회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위기관리팀이나 기금은 없다. 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선교사에게 즉시 현장을 빠져나올 것을 권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교단 전체가 각 상황에 맞게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 교단 선교회 담당 목사는 위기 대응 시 위기관리팀(CMT·Crisis Management Team) 구성에 강조점을 두었다.

"CMT를 시니어 선교사와 임원 등 책임자 위주로 구성하면, 현장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장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무 위주로 CMT를 짜면, 결정 권한이 없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를 적절하게 조합하고 각 상황에 필요한 전문가를 모집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매뉴얼과 인력 등 제도를 잘 갖췄는데도 어떤 때는 대응을 잘하고, 어떤 때는 잘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ㄷ 대학생 선교 단체는 다른 단체와 달리 위기관리팀이 두 개다. 대학생 선교 단체 특성상 단기팀이 많기 때문에 장기 선교사 담당과 단기팀 담당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ㄷ 단체 단기팀 김 아무개 목사는 "장기 선교사와 단기팀을 구분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장기 선교사는 개인 신상, 선교지 상황, 다른 선교사와 관계 등 위기 요인이 다양해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단기팀은 주로 예방 교육, 팀워크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터키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위기관리팀이 빛을 발했다. 이스탄불 공항이 폭발하고 현지에서 전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수하자, ㄷ 단체는 곧바로 위기관리팀을 가동했다. 단기 봉사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현지 교회에서만 활동하도록 했다. 외부인과의 접촉도 가급적 피하라고 지시했다. 위기관리팀은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학생들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ㄹ 단체는 2009년 KCMS보다 일찍 자체 위기관리 운영 지침을 만들었다. 2007년 아프간 사태 이후, 단체 안에서 위기관리 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위기관리위원회를 본부 임원과 현지 선교사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부대표 이 아무개 목사는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한다. 대표, 부대표, 현지 선임 선교사 등 6~7명이 대상이다. 전문가가 필요할 경우 다른 단체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기금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 목사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하게 항공비·치료비·활동비 등이 필요할 때가 있다. 1,000여 만 원을 긴급 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예산 때문에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이나 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용 주체, 기금 등도 중요하다.

KCMS 김진대 사무총장은 "선교 단체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KCMS가 2015년 40여 개 단체를 대상으로 위기관리 실태를 진단했다. 100점 만점에서 평균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점수 차가 컸다. 우리를 포함해 각 단체들이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서히 역량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아프간 사태 이후 교계가 과거 공격적 선교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단체가 현지에서 물의를 빚고 있다고 했다. 그는 "KWMA 회원 기관이 150여 개다. 그중 해외 선교사를 보내는 단체는 70여 곳이다. 모든 기관을 관리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KCMS가 예방 교육을 해도 이를 수용하는 건 결국 각 단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문화와 관습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선교지를 서울 시내라고 생각하고, 거리에서 큰 소리로 전도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입장을 바꿔 보자. 서울 시내에서 무슬림 수십 수백 명이 나와 음악을 크게 틀고 예배하고 포교하면, 기분이 어떨까. 하물며 수백 년 이슬람 문화가 자리한 선교지에서 돌출 행동이라니. 예수님은 우리에게 뱀 같은 지혜로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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