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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의 '96개 논제'로 개혁을 논하다
[좌담] 오세요·추은지·양희송·배덕만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7.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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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역시 교단 내의 산적한 문제점에 대해 '회개합니다' 하고 잠실운동장 같은 데 모여서 기도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로 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조)

"교회를 세습한다는 것은 교회를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위다." (23조)

"교회 내 성폭력·성추문에 대해서도 더욱 엄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교회를 사랑한다는 미명 아래 이런 사실을 감추고 은폐하는 것은 죄를 감추고 은폐하는 것이다. 참다운 회개는 대가를 달게 받는다." (74조)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신학생들이 한국교회를 향한 96개 논제를 발표했다. 7개 신학대학과 40개 단체 신학생으로 구성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6월 22일 광화문에서 종로 일대를 행진하며 한국교회 개혁을 외쳤다. 이날 이들이 발표한 96개 논제는 한국교회 고질적인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신학교 내 갈등을 비롯해 담임목사 세습, 목회자 성 문제, 불투명한 재정 운영,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 등을 청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을 외치고 있다. 관련 행사나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교단은 루터의 95개조를 빗대 '95개 논제'를 발표하거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참회와 변화는 없고 또다시 구호와 깃발만 나부끼는 형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해 신학생들이 발표한 96개 논제는 훨씬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하다. 7월 6일, 신학생시국연석회의 오세요 전도사(한신대학교), 추은지 전도사(감리교신학대학교)와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함께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96개 논제에 동의하고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문제를 푸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96개조를 작성한 오세요 전도사. 뉴스앤조이 유영

96개 논제, 창피해 못 담은 것도 많아
비아냥댄다? 루터도 거칠었다

- 신학생들이 한국교회를 향한 96개 논제를 발표했다. 다른 교단이나 기관이 발표한 논제보다 직설적이고 해학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세요 전도사가 작성했다고 들었다.

오세요 / 당시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준비하고 있던 기도회 주제가 '종교개혁'이었다. 종교개혁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루터의 95개조 반박이다. 이를 착안해 오늘날 한국교회 현안을 짚고 싶었다. 1개 조항을 더 작성한 건 과거보다 한걸음 더 성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여러 신학교 학생들에게 들은 각 교단 상황을 바탕으로 96개조를 작성했다. 글로 남기기 부끄러워 미처 담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 다른 분들은 어떻게 봤나.

양희송 / 올해 2월부터 복음주의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기도회를 열었을 때 한 목사님이 94개조 논제를 가지고 왔다. 완전히 목회자 입장에서 작성된 성명이었다. "한국교회 모든 문제는 목회자 잘못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작성자가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 싶었다. 립서비스 같았다. 한국교회 문제는 목회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해 신학생이 발표한 96개 논제는 재밌게 읽었다. 가볍고 경쾌한 글이었다. 피부에 와닿는 직설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500년 전, 루터의 글도 이와 같았을 거라 생각한다.

추은지 / 96개조라고 해서 딱딱할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신학생들 입장에서 쓴 이번 논제처럼, 여성 기독교인 입장에서 여성 문제를 다룬 95개 논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덕만 / 96개조 안에는 교회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런데 문제 제기가 너무 방대해, 자칫하면 개혁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혼동될 것 같다. 중세 시대 당시에도 교회가 당면한 개혁 과제가 많았다. 하지만 루터는 교황제로 문제를 집중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약간 비아냥거리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양희송 / 그걸 따지려면 루터에게 먼저 따져야 할 것 같다. (웃음)

오세요 / 루터가 쓴 글에도 독일식 농담과 조롱이 들어 있다. 거친 표현이 많다. 96개조를 쓸 때는 좀 더 순화해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느낄 줄을 몰랐다.

실제로 96개조를 발표한 후 얼마 안 돼 한 단체가 'YOLO'를 슬로건으로 집회를 연다고 발표해 깜짝 놀랐다.

(96개조에는 "어디서 유행어 하나 듣고 와서 삼포 세대를 위한 공동체니, 욜로족을 위한 목회니 이런 거 생각하곤 속으로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외치셨을 텐데 그냥 생각만 하고 접어두셨으면 좋겠다. 그런 거 생각하느라 캡짱 고생했지만, 청년들이 앞서 말한 교회 안의 산적한 문제들을 외면하고 신앙생활을 할 리 만무하다(78조)"는 내용이 나온다 - 기자 주)

추은지 전도사는 여성 입장에서 본 한국교회 개혁 과제를 담은 95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 배덕만 교수님 말씀처럼 우선순위도 중요할 것 같다. 여러 개혁 과제 중 무엇이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하나.

배덕만 / 오늘날 교회가 이 지경이 된 건, 한국 사회를 둘러싼 네 가지, 즉 유교·무속·자본주의·반공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지만 결국에는 넘지 못했다. 유교는 가부장제로, 무속은 기복 신앙으로, 자본주의와 반공주의는 그대로 개신교에 들어왔다.

한국교회는 먼저 이 네 가지를 극복해야 할 문제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대안 교회를 세워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성 교회 안에서 체제를 바꿀 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할 때다.

종교개혁이 가진 의미는 성경을 전면에 내세워 무기로 들었다는 점이다. 성경에 근거해 예수를 이해하고 그 정신을 교회 안에 실현해 보자는 싸움이 계속됐다. 우리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제도화하고 기득권 세력이 되려는 속성이 있다. 루터를 따르는 기존 체제에서 나와 교회를 세웠고, 칼뱅파가 나와 장로회를 만들었듯이, 우리도 종교개혁 정신을 붙잡고 기존 틀에서 과감히 나와야 한다.

오세요 / 교회가 가진 문제 중 하나는 소수가 교회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마피아'같이. 20~30년 된 교회는 특정 집단이 기득권을 차지하고 목회자 역할을 제한하며 교회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봤다.

96개조를 썼지만, 이 글 자체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이 개혁 운동에 힘을 북돋아 줄 수는 있지만 글 자체가 운동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이다. 확실한 건, 개혁 대상은 개인보다는 잘못된 교회 내 구조라는 사실이다.

추은지 / 교인들이 목사 말이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거철에 목사가 특정 후보를 추천하면, 그대로 그 후보를 뽑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아무리 목사가 옳은 말을 한다 해도, 교인들은 그 말이 정말로 옳은지 살필 줄 아는 의식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최근 한국교회를 보면, 자기 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목회자나 교인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할 줄 알 때, 교회가 이전보다 더 성숙해질 것 같다.

양희송 / 그 전에 기독교인들이 개혁의 필요성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점검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개혁'은 누구나 쉽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종교개혁은 좋게 좋게 치른 개혁이 아니었다. 루터는 파면됐고, 신교와 구교 사이에서는 수백 년 동안 전쟁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쳤다. 이처럼 종교개혁은 죽고 사는 문제였다. 사람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사건이었다.

한국교회가 말하는 개혁은 과연 어떨까. 어떤 이는 심각하고 진지한 태도로 개혁에 임하지만, 또 다른 이는 좋게 좋게 조금씩 바꾸자고 한다. 우리는 아직 이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종교개혁을 앞두고 1차적 과제는, 우리가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덕만 교수는 기존 체제에서 나와 새로운 대안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기성 교회 문 닫는 건 시간문제
대형 교회 사유화 해결해야

-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다.

추은지 / 큰 교회 목사들이 교회를 사유화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는 목사 파송제를 시행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몇 년간 임기를 채우면 임지를 바꾼다. 그런 제도가 한국 감리회에도 도입되면, 목사들이 교회를 자기 소유물로 여기는 일이 사라지지 않을까. 교단 안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파송제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지난해 감독회장 후보 중 한 분이 파송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세요 / 대형 교회에 집중된 교세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교회에 너무 많은 교인이나 교세가 몰려 있는 불균형한 구조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특정 교회에 편중되어 있는 교인·물질 등을 나눌 때 개혁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덕만 / 개인적으로 한국교회는 멸종 단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밖에서 교회로 유입되는 사람이 줄고 있고, 다음 세대를 키울 주일학교도 문을 닫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많은 사람이 '가나안 교인'이 되어 탈출하고 있다. 결과는 뻔하다. 기성 교회가 문을 닫는 건 시간문제다.

탈출구는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들이 직업으로서의 목회를 포기해야 한다. 젊은 목회자들이 직업으로서의 목회가 아니라 직분으로서의 목회를 감당해야 한다. 자비량 목회는 재정 부담이 적어 성장하고자 하는 강박관념이 적다. 초대교회처럼 주어진 여건을 바탕으로 성경 공부하고 서로 교제하고 이웃을 섬기는 건강한 목회를 시도할 수 있다.

양희송 / 대안 목회를 시도하기 힘든 이유는 돈 문제가 크다고 본다. 장소 임대료와 목회자 급여가 교회 재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젊은 목사들이 새로운 목회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추측하건데,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교회 개척 모델은 공간 문제와 목회자 인건비를 전통적인 방식대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목회자 수급 문제도 심각하다. 어느 교단도 이 문제에 실질적으로 책임지지 않고 있다. 누구나 목회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자연 퇴출이나 도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지 않는다. 제도 교회가 양심적으로 자신들이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목회자 수를 줄이고 교회 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단마다 신학교 문제도 심각하다.

추은지 / 목회자들이 교회뿐 아니라 이제는 신학교까지 사유화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바른 소리 하는 교수는 나가고, 남은 교수들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이사회에 잘 보이려고만 한다. 학내 사태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학생들이다. 학문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신학생에게 학습과 연구가 온전히 보장돼야 좋은 목회자도 양성될 텐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덕만 / 교단 신학교도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힘 있는 사람이 밀고 들어가면 쉽게 소유할 수 있는 구조다. 정교분리 사회에서 국가가 개입하기도 어려워, 신학교는 외부에서 제어할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개혁 책임을 교단이나 신학교 자체에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국가가 일정 부분은 사학 문제에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국가 개입 없이는 계속해서 일어나는 신학교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희송 대표는 개혁이 왜 필요한지 전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종교개혁 500년째 지속 중
일반 교인들도 개혁 논의 참여해야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계는 어느 때보다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일반 교인들에게도 이런 메시지가 와닿고 있을까.

양희송 / 오늘날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환기하는 이유는, 500년 전 루터가 종교개혁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현실이 개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신앙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의식을 사소하게 여기면 안 될 것 같다. 얼핏 보면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계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일 수 있다. 교인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심화해 구조적인 문제를 직면하고 개혁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개혁을 추진해도 교인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은지 / 기회가 된다면 일반 교인들과 함께 자유롭게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 안에서 개신교 이미지는 좋은 편이 아니다. 교회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됐는지, 교인들은 교회에서 어떤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지, 서로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럴 때 교인들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 가지, 현재 한국교회는 남녀 비율이 불균형하다. 남성 신학자 비중이 여성 신학자보다 더 크다. 종교개혁과 관련해서도 루터·칼뱅과 같은 남성 개혁자만 알려졌고 여성 개혁자들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을 좀 더 조명하면 좋겠다.

배덕만 / 보통 1517년 10월 31일이 종교개혁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종교개혁 종료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은 500년째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온 교회가 우리 교회 개혁 과제를 놓고 교인들이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 교회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사안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이를 내년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다. 5년, 10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교회 성장이나 예배당 건축과 같은 목표가 아니라, 교회가 하나님이 원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개혁과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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