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오지신 분 오지구요. 예수는 진리신 분 진리구요. 그의 능력친 만렙. 한계가 없으신 클래스. (중략) ㅇㅈ 범사에 그를 인정해 주는 나의 모든 것 나의 최애 되신 주님."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온라인에 떠도는 이 가사를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오직 예수를 잘못 쓴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죽 보니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 '오진'이 맞다. 예수를 오지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데, 줄줄이 이어지는 가사는 정말 오지다. 게임 용어인 '만렙'이 나오고 '최고 애정하는'의 줄임말 '최애'라는 단어도 나온다. '인정'을 뜻하는 'ㅇㅈ'도 있다.

지금까지 발매된 CCM과는 색깔이 다른 '오진 예수'에 비기독교인들도 반응했다. "석가모니도 흥겹게 따라 부른다는 그 노래!", "악마도 인정하게 만드는 노래 ㅇㅈ합니다", "오졌습니다 주여~ㅋㅋㅋㅋ" 등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다. 6월 30일 음원이 발매된 후, 오진 예수는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수 윤종신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오진 예수를 포스팅하며 #약빤 #CCM #반성이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더 열심히 창의적인 작업하기로"라고 썼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 기독교인은 7월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크리스천 대나무숲'에 오진 예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좋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꼭 그런 은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오타가 아니고 정말요? 좀 너무했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너무 장난스럽다는 이유다.

<뉴스앤조이>는 7월 11일 '오진 예수'를 만든 CPR(Church Praise Revolution) 이화익 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씨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 몰랐다"며 CPR이 왜 오진 예수를 만들게 됐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이 씨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오진 예수'는 어쩌다 만들게 되었나.

CPR이라는 팀으로 두 사람이 함께 활동 중이다. 나는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있고, 다른 팀원 박진희 씨는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 둘은 한 교회의 청소년 예배에서 오랫동안 찬양 인도를 하고 있다. 매주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데, 새로 온 학생들이 유독 찬양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모태신앙이나 열심히 교회 다니는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해도 잘 따라오는데, 새신자나 교회 문화에 관심 없던 친구들은 예배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 거의 귀를 닫고 있더라. 나 역시 벽에 대고 찬양 인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며 예배할 수 있을까 진희 씨와 함께 고민하다가 CPR이라는 팀을 구성하게 됐다. 둘이 청소년의 특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예배 때 기존과 다른 찬양을 시도했다. CCM '내 마음을 가득 채운' 가사를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에 붙여 부르기도 했다. '오진 예수'를 만들게 된 계기는, 수련회 가서 재밌게 찬양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 '오진 예수'를 포함 '이게 실화냐' 등 여러 곡을 만들었는데, 첫 발매 곡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 '오진 예수'를 선택했다.

- 10대 청소년들이 쓰는 은어를 가사로 썼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에게 낯선 말이 많다. 평소에 쓰지 않는 말도 많고.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더라. 물론 모태신앙인 학생들은 이런 표현에 익숙하다. 한 학생은 17살인데도, 기도할 때 "주시옵소서"라는 표현을 쓰더라. 교회에서 이런 장면을 볼 때 좀 놀랐다. 학생들이 친구들과 있을 때는 주로 유행어를 쓴다. "헐", "개깜놀"이라고 말하는데 기도만 하면 이런 말을 쓰는 거다. 삶과 신앙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평소에 쓰는 언어로 곡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게 된 이유다. '오지다'는 표현은 '오달지다'라는 우리말로, '알차다', '참 좋다'는 의미다.

음원 발매 전, 아이들 앞에서 한번 불러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오지다'는 표현 하나만으로 애들이 굉장히 재밌어했다. 그간 예배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친구가 예배 끝나고 나한테 와서 엄지손가락을 보여 주면서 "인정"이라고 하더라. 이것 하나만으로 아이가 나를 친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 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오진 예수를 만들면서 반응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진희 씨와 이야기 나눌 때만 하더라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찬양이 이래도 돼?'라고 생각할 여지만 주어도 좋겠다 싶었다. 모태신앙인 청소년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 학생들의 생각이 전환되면 좋겠다'까지는 생각했는데,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찬양이니까 많이 홍보돼 봤자라고 생각했다. 너무 뜨거운 반응에 걱정도 되고 다음 곡을 내야 하는데 두려운 마음도 든다.

- 가사는 참신한데 곡은 기존 CCM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피드백도 있다.

멜로디 앞부분은 기존 찬송가를 넣었고 뒷부분은 직접 만들었다. 사운드는 일부러 참신하지 않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EDM, 힙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논의 도중 엎었다. 감상용으로 만든다면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이 노래가 실제로 교회에서 불리기를 바랐다. 교회에서 부르려면 교인들에게 익숙한 사운드로 해야겠더라. 현재 교회는 파격적이면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까. 사운드가 좀 구식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부담 없이 교회에서 부를 수 있게 하려고 그렇게 만들었다.

또 앞부분에 나오는 찬양이 '예수님은 누구신가'라는 곡인데, 청소년들은 이 곡을 거의 몰라서 소개해 주고 싶기도 했다. 나는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피드백을 받아 보니, 랩 파트는 어렵다고 하더라. 내가 느끼기에 1990년대 룰라식 랩인데, 따라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보고 또 놀랐다.

- 굳이 은어를 사용해 CCM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오진 예수'를 불편하게 느낀 분들은, 주로 세상에서 쓰는 단어를 찬양에 사용한 것을 지적하더라. '오지다'는 말은 게임 BJ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 BJ는 오지다는 말을 조롱하는 어감으로 사용했다. 만약 이 말의 유래가 비속어 또는 욕설이었다면 나 역시 불편해 아예 사용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유래를 찾아보니 오히려 좋은 뜻이더라.

오진 예수에 나오는 단어들이 저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감옥에 있는 죄수, 가난한 사람,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이 지금 이 시대에 예수를 만났다면 뭐라고 표현했을까. "예수님 오지네요"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 중 또 한 가지는, 이 노래 때문에 예수님이 조롱을 당한다는 거다. 오히려 영광이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피드백을 봤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로마시대만 보더라도 예수는 사람들에게 계속 조롱당해 왔다. 그러나 예수가 이런 조롱으로 가려질 분이 아니다. 그랬다면 나 역시 믿지 않았을 것이고.

- 교회 안에서 '다음 세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다음 세대를 위해 교회가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진희 씨와 함께 선교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미전도 종족에 대해 배우면서 강사분이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습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하는데, 청소년들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했다.

아이들은 어른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과 친해지겠다면서 "꿈이 뭐냐"고 물으면 기겁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나는 꿈도 없는데 왜 저런 질문하냐'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애들 만나면 별 이야기 안 한다. 같이 "헐"이라고 말하고 "오늘 뭐 먹을래?"라고 물으며 대화한다. 어제 본 TV 프로그램, 연예인, 게임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오진 예수에서 썼던 것처럼 그들이 사용하는 문화 언어도 이해해야 한다.

- 앞으로 CPR의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 청소년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한 CCM을 몇 곡 더 만들 생각이다. 자칫 잘못하면 저속한 노래가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계속 고민하려고 한다. 이후에는 청소년 문화에 집중하고 싶다. 그때는 새로운 사운드를 개발한 찬양도 만들 생각이다. CPR은 청소년의 예배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예배 후 이들이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들과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도 하고 싶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관심 갖고 싶다. CPR이 예배팀이니까 물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의 삶이 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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