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지난 3주간 '한백 신학 교실' 강좌를 열었다. 김 실장은 3번의 강의에서 동성애 반대 구절로 해석돼 왔던 레위기 1장사사기 19장로마서 1장 구절을 해석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성서는 친동성애도 반동성애도 아니다. 성서는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진호 실장은 세 번의 강의가 '퀴어적(queer) 성서 해석'의 논의를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고 했다. 7월 9일 열린 한백 신학 교실 마지막 시간은 이 작업들의 결론을 내리는 시간이었다.

성서를 기록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성서가 기록될 당시 상황(컨텍스트·Context)을 생각하며 그 기록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찾아 본 것이다. 그는 이를 '컨텍스트화(Contextualization)'라고 했다. 그런데 이 컨텍스트가 단일한 기억을 내포한 게 아니라 여러 정황(층위·layers)을 담고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출애굽을 기록한 성경은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의 기억, 사사 시대(부족 동맹 시대) 이스라엘 사회의 기억,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당시의 기억, 바빌론 유배자들의 기억 등 서로 다른 컨텍스트가 뒤얽혀 있어, 출애굽에 대한 단일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호 실장은 19세기 이후, 컨텍스트화에 이어 '역사화(historization)'가 등장했다고 했다. 역사화는 재해석이다. 시·공간이 다른 상황에서 봐야 하는 원문 속 컨텍스트를 해석해 내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나관중이 쓴 삼국지가 오랜 시간 후 이문열이나 황석영에게 시대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과정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역사화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같은 부정적 면으로도 활용되곤 한다.

이때 역사화의 주체는 전문가들이다. '아카데미즘'이 자리 잡고 있다. 김진호 실장은 "드라마의 고증 과정 등을 보면서 전문가들이 한 마디씩 하지 않나. '저건 가짜 역사다'라든지. 전문가들이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이 보증하는 것이 역사가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역사화는 제약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에는 '목회자'가 해석의 주체가 되는 '근본주의적 성서 해석학'이 등장했다고 했다. 김진호 실장은 문맥 속 의미를 찾으려는 역사학계의 '컨텍스트 본질주의'에 반해, 근본주의적 해석은 그 판단 준거를 '교리'에 두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어떤 교리에 끼워 맞추는 해석들이 나온다. 해석의 주체는 성직자다. 성직자는 자신들의 교리에 부합하는 성서 텍스트를 특권화해 '성서의 의미가 이렇다'고 단언적으로 주장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실장은 목회자가 성서 해석의 주체가 되는 '교리 본질주의'를 지적했다. 이들은 교리로 성서 해석 기준을 삼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리 맞춰 성경 해석하는
'교리 본질주의' 배격하고
대중이 주체 되는 
'대중의 역사화' 이뤄야

김진호 실장은 앞서 컨텍스트 본질주의 방식으로 강의한 것은 한국교회의 페이크 뉴스를 분석하기 위해 한 것일 뿐, 그런 해석 방식이 이 강의의 본질은 아니라고 했다. 앞선 강의들에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는데, 논쟁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날 강의에 "로마서 1장 말씀과 고린도전서 9장 말씀에 분명히 나와 있는데도, 성경이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이야말로 페이크 뉴스 아니냐"고 질문하러 온 한 목회자가 있었다. 지난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고 왔다는 그는 김진호 실장의 앞선 강의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질문하자 다른 참석자들이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라며 반박하는 등 잠시 소란이 있었다.

김진호 실장은, 아카데미적으로 누구의 해석이 옳고 그르냐를 가리는 것이 이 강의의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그 또한 아카데미즘이라는 것이다. 김진호 목사는 "성서가 동성애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담론을 전문가의 입에서만 들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중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해석하는 방식의 성서 읽기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진호 실장은 '기억'을 매개로 한 현대 역사학의 여러 이론을 소개했다.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가 이야기한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 얀 아스만과 알라이다 아스만(Jan Assmann & Aleida Assmann) 부부의 '문화적 기억(cultural memory)' 이론이다.

아스만 부부의 '문화적 기억' 이론에 따르면, 기억으로서의 역사는 공식 기억과 대항 기억 간 투쟁의 역사다. 전문가와 매스 미디어 등의 권위에 힘입어 주류화한 기억이 있고, 이에 대항하는 비주류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공식 기억이고 대항 기억인지는 상대적이다. '교리 본질주의'는 역사화에 대항해서 태동한 것이므로 대항 기억의 지위를 지니지만, 오히려 한국교회 내에서는 대형 교회와 그의 후원을 받는 언론 등을 통해 '공식 기억'의 지위를 갖는다.

김진호 실장은 한국교회에 주류화한 '공식 기억', 즉 교리 본질주의에 입각한 반동성애 담론에 맞설 '대항 기억'의 주체는 대중이어야 한다고 했다. "대중의 역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중의 역사화는 개개인의 일상적 기억과 체험에서 출발하는 역사학이다. 대중이 역사의 생산자·소비자로 참여하여 역사 담론을 주도하는 것이다. 과거 해석의 주체였던 전문가는 이제 보조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중 간 토론, 소통 과정에서 집단 지성화가 이루어지도록 공공적·성찰적 성격을 띠게 해야 한다.

김진호 실장은 성서학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니카라과 신부 에르네스토 카르데날(Ernesto Cardenal)이 쓴 <말씀이 우리와 함께>(절판)는, 카르데날 신부가 '문맹률 퇴치 운동'으로 성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로버트 브라운이 미국 중산층 신자들과 쓴 <뜻밖의 소식>(절판)이나, 이대수 목사가 군포 지역 노동자와 함께한 <우리가 만난 예수-노동자와 함께 읽는 마가복음>(절판) 등이 모두 대중의 역사화 산물이라고 했다.

김진호 실장은 퀴어적 성서 해석 또한 대중의 역사화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퀴어적 성서 해석 또한 그 선례가 있다고 했다. 유연희 교수가 성소수자 대중과 함께 아가서를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여성신학>에 발표한 '죽음처럼 강한 사랑-퀴어 연인들을 위해 아가를 되찾기' 등은 훌륭한 레퍼런스라고 소개했다.

김 실장은 극우주의적 담론을 생산하는 이들은 대체로 교리 본질주의적 해석의 주체인 '성직자'라고 했다. 반면 '대중'에 해당하는 교인들은 입장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 교인들의 동성애 거부감은 최근 들어 빠르게 완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목사들의 설교를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교인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신교 목회자들과 장로들이 문제다. 거부감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주로 극우적 기억의 저장소로 작동하고 있고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대개 증오를 부추기는 담론들은 언제나 공공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반동성애 정서와 같은 극우적 담론에서 탈출하기 위한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의안과 강의 내용 전문은 한백신학교실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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