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찬양 사역과 사업을 병행하는 삶을 살기 이전에는 감리교회에서 20세 때부터 파트타임/풀타임 교역자로 꾸준히 일해 왔다. 지금 <뉴스앤조이>에서는 사업을 하고 있는 '기독교 소상공인'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목회나 사역의 길을 접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감리교회 수련목회자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찬양 사역(디제잉 워십)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이대로 수련목회자를 마치고 안수를 받아 부목사로 있어야 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30대 중후반이나 돼서야 내가 하고 싶은 사역(디제잉 워십)을 하게 될 것이었다. 굳이 목사 안수를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고, 오히려 그렇게 할 경우에 이점이 더 많겠다는 판단하에 교회를 사임했다.

나는 모자가정으로,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자랐다. 청소년 시절부터 기초생활수급자였다. 20세 이후부터는 부모님에게서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지원(학자금·생활비)을 받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부모님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 삶은 그 누구나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학기마다 학자금 대출을 고민했고, 달마다 주거비와 생활비로 씨름했다. 당연히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는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턱없이 부족했다. 평일 주중에는 학교를 다녀야 했고, 평일 저녁에는 수요 예배와 금요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주말에는 교회에 있었고, 방학 중에는 교회의 '여름 사역' 때문에 꾸준한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20세에 처음 생각해 낸 것이 해외 사이트에서 의류 등 각종 차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낙찰받아 한국에 파는 일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 직구가 대중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생이 소소하게 하기에는 괜찮은 용돈벌이였다. 그리고 급매물로 나오는 전자 제품이나 음향 장비를 사 뒀다가, 시세에 맞춰 파는 일도 꾸준히 했다. 그 외에도 팔면 돈이 되겠다고 싶은 것은 '중고나라'에 다 올려서 사고 파는 것으로 생활을 유지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안 쓰려고 버린 쓰레기를 닦고 고쳐서 중고나라에서 판매한 적도 많다. 고장 난 노트북, 아이폰 빈 박스, 명품 브랜드가 새겨져 있는 종이 가방 등….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중고 제품을 사고 파는 것으로 마련한 용돈과 교회 사례비를 모아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했다.

담임목사에 집중되는 재정
무너진 교회 내 분배 정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때 괜스레 교회에 서운한 감정이 생긴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교회는 나를 도와주지 않지? 왜 나의 어려움을 몰라주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보기에 교회 내 예산 낭비라고 여기는 부분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불만도 생겨났다. 한 예로 교육부 1년 예산은 동결이나 삭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육부 한 부서 1년 예산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어른들이 야유회(사실상 단체 관광)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교육부 전도사 입장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내 상식선에서는 교회 재정이 철저하게 특정 어른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지출되는 시스템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납득이 안 됐던 것은 교역자들 간의 심각한 임금격차였다. 담임목사는 적게는 연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넘는 사례비를 받는 교회도, 그 교회 부목사는 자녀와 가정을 꾸려 갈 충분한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도사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각했다. 담임목사는 이것저것 다 합쳐서 억대 연봉을 받는데, 결혼하고 자녀까지 있는 부교역자가 주 6일,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노동에 시달리면서 월 100만 원 초중반 남짓을 받거나 그마저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내 주변에는 개인의 삶을 잃어버린 채 열악한 처우를 받으며 사역하고 있는 분이 정말 많다. 안수를 위한 필수 코스로 감리회 수련목회자를 거쳐야 하고, 그 이후에도 마땅히 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니까 더 그렇다. 더 많은 지분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분배받는 법인이나 기업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교회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담임목사가 CEO거나 교회가 기업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당장 이 지점에서부터 교회 내 분배 정의는 박살 나고 있는 것이다.

담임목사를 비롯한 담임목사 가정에 부가 편중되고 지출이 집중되는데, 부교역자들 처우에는 인색하고 열악한 교회들에서는 담임목사 잘못이 가장 크다. 그간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 배불렸다는 얘기다. 이런 목사의 설교와 권면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이렇게 담임목사와 그 가정에 재정이 집중될수록 건강하지 못한 교회일 확률이 높다. 그만큼 교회 내 권력과 힘이 담임목사를 비롯한 특정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집중되고 고착화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교회 내 기획위원회에서 부교역자 처우 문제를 가장 어필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하는 사람은 담임목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그게 안 되고 있으니까 많은 부교역자가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교회 사역을 하면서 위와 같은 문제들에 적극 문제 제기하지는 못했으나, 항상 '언젠가 내가 저 자리에 서게 된다면 절대 저러지는 말아야겠다', '메시지는 어디까지나 삶으로 확증되고 증명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왔다. 지난 교회 사역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회사를 경영하고 운영하는 데 반면교사가 된 것 같다.

근로기준법 준수,
예수 정신 구현의 첫걸음

교회를 그만두고 처음 이사를 간 곳은 합정동의 숙식 가능한 2평짜리 음악 작업실이었다. 그곳에서 절반의 공간을 나누어 DJ연습실과 창고 겸 데스크 자리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다. DJ크루로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에게 사업 구상을 공유하고 같이 해 보자고 했다. 회사는 점점 성장하여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사업을 해 보니 나 같은 자영업자들을 기준으로, 직원들 복지 그리고 수익과 소득의 분배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표가 마음을 얼마나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매출이 꾸준히 나온다는 전제하에 그 매출과 수익이 올바르고 공정하게 직원들과 함께 분배되지 못한다면, 그 회사는 오래 못 간다. 분명히 분쟁이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혹 회사가 오래가더라도 노동자는 소모품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이직 및 퇴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모든 고정 지출과 기본 급여를 지급한 뒤의 순수익이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직원 1명당 50만 원씩 4명에게 성과급을 줘도 나에게는 800만 원이 남는다. 심지어 10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해도 사장은 600만 원을 가져간다. 3,000만 원의 순수익이 생겼을 때 직원 4명에게 1인당 200만 원씩 성과급으로 지급해도 사장은 2,200만 원이 남는다.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들 기준으로만 얘기하자면 대표에게 주어지는 돈 200만 원과 직원에게 주어지는 200만 원은 결코 같지 않다. 직원에게 주어지는 200만 원이 훨씬 더 소중하고 귀한 돈이다. 이해가 되는가. 사장이 욕심만 조금 덜 부리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분배가 가능하고, 회사 구성원 모두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스톰프'는 내 지분율이 100%인 회사이기에 월 고정 지출과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전액이 나의 실수입이 되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근로기준법에 준하여 직원들에게 초과·연장·휴일 수당을 지급하고, 영업해 오는 것에 따른 인센티브를 별도 지급하고 있다. 또한 매출이 좋은 달에는 정규직·계약직 차등이나 구별 없이 동일하게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이 고생해서 좋은 매출을 올린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니, 굳이 보너스를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에 둘 당위성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일해 온 멤버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나서부터는 강박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근로기준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수익과 매출에 따른 수익 분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 "남들도 다 당연히 하는 것인데(근로기준법 준수), 너는 왜 이렇게 유난을 떠냐"고. 하지만 생각 외로 근로기준법을 '온전하게' 준수하지 못하는 사업장을 많이 봐 왔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거나, 임금 체불에 시달리거나, 포괄 임금제 명목으로 아무런 추가 수당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을 수두룩하게 만나 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더욱 근로기준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근로기준법을 온전하게 지키고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사업을 하면서 예수의 정신을 따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첫걸음이자 완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만 온전히 잘 지켜도,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지속 가능하고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지금 우리 회사가 그렇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창업과 사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근로기준법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살아 내려는 의지만큼이나 사업을 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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