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인이 다른 교인들 돈 수억 원을 챙겨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 교인이 주식 운영 기금에 투자하면 매월 5% 수익금을 내준다는 말로 같은 교회 교인을 속이고 수억 원을 챙겨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그를 '유사 수신 불법행위에 의한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소재 불명으로 기소 중지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 있는 ㅇ교회다.

잠적한 김 아무개 씨는 2013년 12월 ㅇ교회에 처음 출석했다. 피해자 교인 D가 자동차 정비소에서 우연히 만난 김 씨를 교회로 인도했다. ㅇ교회는 교인 120여 명이 출석하는 작은 시골 교회다.

또 다른 피해자 교인 A의 고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교인들에게 자신을 투자자문 회사 대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기 회사 자산 규모가 300억 원, 등록 회원이 150여 명이라고 했다. 회원 중에는 전직 장관과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계 지도자, 의사 등 재력가들이 있다고도 했다.

고소장에는 김 씨가 어떻게 교인들 돈을 모았는지 나와 있다. 김 씨는 2014년 4월 25일, ㅇ교회 성가대 수련회에서 A에게 처음 투자를 권했다.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주식 운영 기금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5%를 매달 수익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A는 사흘 후 김 씨에게 3,000만 원을 보냈다. 실제로 몇 달 동안 일정 수익금이 나오자, A는 투자금을 확대했다. 2014년 8월 1일에는 3억 5,000만 원을, 2015년 12월 24일에는 2억 8,500만 원을 추가 입금했다.

매달 잘 나오던 수익금이 삐그덕대기 시작한 건 2015년 들어서다. 약속했던 5%와 달리 투자금의 3.5%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A가 이유를 묻자, 김 씨는 연말에 외제차 한 대를 구입해 주는 것으로 미지급분을 대신하겠다며 A를 달랬다.

연말이 다가왔지만, 김 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A는 다시 항의했다. 김 씨는 조금만 기다려 보라며 날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의류 공장을 정리해 돈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2016년 여름 잠적했다.

A는 피해 액수가 약 5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입금액에서 수익금으로 받은 돈을 뺀 금액이다.

ㅇ교회에서 김 씨에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교인은 A뿐만이 아니다. 같이 성가대를 하던 교인 B·C·D도 A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이들도 전체 입금액에서 수익금을 빼면 각각 약 1,600만·7,000만·9,000만 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보 없이 거액 맡긴 이유
매주 외제차 바꿔 가며 출석
교회에 수십만 원씩 헌금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한 시기는 김 씨를 알게 된 지 5~10개월 됐을 때였다. 김 씨는 2013년 12월 교회에 처음 나왔고, A·B는 2014년 4월, C는 7월, D는 9월에 투자를 시작했다. 어째서 피해자들은 알게 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 김 씨에게 담보 하나 없이 거액을 맡겼을까.

피해자들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씨가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C는 "김 씨가 매주 BMW·벤츠·볼보 등 외제차를 바꿔 타며 교회에 출석했다. 차도 모두 렌트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B는 "김 씨가 한 주에 50만 원씩 십일조하고, 교회가 필요하면 목돈도 내놓으니 교인들이 그를 돈 잘 버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고 했다. D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감언이설이었지만, 김 씨가 언변이 탁월해 사람들이 그를 곧잘 신뢰했다. 사람이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것 같아 쉽게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회에 나온 지 몇 달 안 돼 주일학교 교사와 성가대원이 될 수 있었다. 교회 시설 공사를 위해 헌금도 냈다. ㅇ교회를 시무하는 ㅇ 목사는 교회가 에어컨을 교체할 때 김 씨가 설비 비용 절반을 부담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때 김 씨가 낸 돈이 1,000만 원 가까이 됐을 거라고 했다.

매주 교회에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고 교회가 필요하면 거액의 헌금을 내니, 교회 안에서 김 씨의 입지는 자연스레 커졌다. 이는 결국 피해자들이 김 씨 말만 믿고 담보도 없이 거액을 맡기는 상황을 초래했다.

피해자들은 평소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교회에 많은 헌금을 내는 김 씨 모습을 보고 쉽게 돈을 맡겼다.

담임목사에 책임 있다는 피해자들
담임목사 "나는 투자 종용 안 했다"

일부 피해자는 담임목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C는 "검증도 안 된 인물이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성가대 봉사를 하고 있는데, 담임목사는 김 씨가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알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군다나 2016년 여름, 교회 안에서는 김 씨가 주일학교 여고생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D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교인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김 씨가 이 때문에 주일학교 교사직을 관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D는 "담임목사는 자신이 직접 (투자를) 종용하지 않았으니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교인들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뒷전에서 관망만 하고 있으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ㅇ 목사는 7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에게 왜 책임이 있느냐고 반응했다. 그는 "자신이 교인들에게 돈거래를 종용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왜 자기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일부 피해자가 자신을 악의적으로 공격한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들은 오히려 교회에 큰 소란을 끼쳤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온 교회가 피해자를 위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ㅇ 목사 말처럼, 피해자 B는 자신들이 잘못을 초래했지 교회는 이번 일과 아무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ㅇ 목사는 김 씨가 여고생을 건드렸다는 소문도 투자 이후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 씨가 사라진 후 그런 소문이 돌았다. 누가 어디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정확히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갈라진 교인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김 씨가 잠적한 이후 피해자들은 서로 의심하며 관계가 모두 깨진 상황이다. B·C·D는 평소 김 씨와 가깝게 지내고, 여러 차례 투자를 권한 A를 원망하고 있다.

B는 "A가 투자금을 확대하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목돈이 없으면 은행에 대출까지 하라고 했다. 그에게 김 씨가 의심스럽지 않냐고 묻자, 당당하게 '믿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D도 "A가 가장 큰 피해를 보긴 했지만, 교인들에게 투자를 권해 왔다"고 설명했다.

C도 A 때문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A가 2014년 4월부터 계속해서 투자를 강권했다.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어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도, A가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3,000만 원 차용증까지 써 줬다"고 했다.

A는 김 씨가 투자 금액을 확보할 때마다 추가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고소장에는 "피고소인(김 씨) 부부는 오히려 투자 금액을 더 확보해 주면 수익 이자를 0.5% 더 지급하겠다고 하기에"라고 써 있다.

기자는 A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다. A는 "좋은 일도 아닌데 왜 묻느냐. 다들 큰 피해를 입어 상심이 크다.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C는 A가 써 준 차용증을 근거로 법원에서 가압류결정을 받아 냈다. 그러자 A는 최근 C에게 가압류를 풀라며 하루에도 수차례 협박성 문자를 보내고 있다. C는 "A가 교인들에게 오히려 내가 투자를 권했다는 잘못된 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C는 지금 교회를 떠난 상태다.

B는 "처음부터 아무도 바른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투자 금액을 물을 때마다 액수가 달랐다. C와 D가 투자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처음부터 피해자들이 서로 상황을 공유했으면 사기였다는 것을 진작 알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못 믿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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