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2017년 여름, <우리 사랑할까요?>·<우리, 결혼했어요!>·<크리스천의 연애>·<독신 탈출 결혼 정복>(두란노) 등에서 기독교인의 연애·결혼 담론을 이야기해 온 박수웅 장로(74)의 신간<크리스천의 성 토크>(두란노)가 출판됐다.

박수웅 장로는 청소년·청년·가정 사역자다. KOSTA(국제복음주의학생연합회) 강사로 유명하다. 그는 여러 교회 집회를 다니며 연애와 결혼을 강의한다. 지난 10년간 그가 써 온 저서는 모두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튜브에 '박수웅 장로'를 검색하면, 관련 강의 영상이 줄지어 나온다.

박 장로는 이번 신간에서 235쪽에 걸쳐 교회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부 간 성관계, 남성의 자위행위, 성관계 기술 등 자세한 이야기를 책 부제처럼 '솔직 담백 리얼'하게 서술한다. '섹스', '속궁합', '바이브레이터'와 같은 단어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성은 쉬쉬해야 할 문제가 아니고, 일부 보수 교회가 말하는 것처럼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유교 문화는 여성의 성을 완전히 억누르고 억압했다. 남자는 첩도 얻고 마음대로 살아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여자는 온갖 핍박과 고통을 주었다. 심지어 아들을 못 낳아도 여자 책임으로 돌렸다. 교회 역시 성을 가르치지 않고 음지에 두었다. 이제는 갇힌 성, 묶인 성, 고립된 성을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성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크리스천의 임무라 생각한다." (21쪽)

민감한 내용인데도 유명 목사들이 이 책을 추천했다. 유기성·이동원·홍정길 목사는 <크리스천의 성 토크>를 결혼 필독서처럼 언급했다. 유기성 목사는 추천사에서 "목회 현장에서 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한국교회가 성교육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기독교적 시각에서 성을 다룬 책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박수웅 장로가 신간을 냈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이 책을 추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박수웅 장로가 쓴 프롤로그와 책 추천사만 보면 이렇게 좋은 책이 없다. 교회 안에 고립된 성을 해방하자는 박 장로 의견이 사이다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이게 정말 2017년에 나온 책인가' 의심하게 된다. 성경 구절을 근거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박 장로의 견해가 가부장적 성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독박 육아와 노동하는 여성들에게 집에서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편의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 아내가 처녀 때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성관계를 해 주라는 식으로 말한다. 남성을 성욕을 참지 못하는 존재로 그리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가 처녀 때처럼 매력적이길 원합니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몸매가 망가지고 얼굴은 부스스하고 옷도 아무렇게나 입는 등 외모에 신경을 못 쓰게 됩니다. 이럴 때 남편들이 얼마나 실망하는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의 내면적 아름다운만으로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는 시각과 후각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본인이 좋아할 뿐 아니라 남편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외모를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는 '내가 왜 남편에게 맞춰야 하는가' 하고 억울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 섬기는 관계에서 남편의 필요를 고려해야 합니다." (78쪽)

"남자들은 성을 절제하지 못해 성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성추행이 일어난다는 뉴스가 많은데 가해자가 대부분 남자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남자의 특성이 성을 절제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특히 신앙과 인격이 성숙하지 못하면 성적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가능한 한 25세 이상이면 빨리 결혼해야 하고, 성적 욕구를 잘 승화시켜 성적인 범죄의 유혹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도 아내가 잠자리를 거절한다든지 남편을 무시하는 등의 이유로 성적 불만이 생기면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거나 성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부부 간에 성적으로 만족해야 남편과 아내를 성범죄에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68쪽)

남성 시각에서 말하는 성 이야기가 많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남성=시각적인 존재'이기에 예쁜 여성을 보면 눈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눈이 가지 않는 건 두 살 난 아기나 죽어 가는 남자라고 말한다. 박수웅 장로는 자신의 경험을 예시로 든다.

"미국에 헌팅턴비치라는 바닷가에 부모님, 아내와 함께 놀러 갔습니다. 나는 바닷가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내 앞에 예쁜 여자 둘이 지나갔습니다. 십대 백인 여자아이였는데 비키니를 입어 몸매가 다 드러났습니다. 나는 아내를 툭 치며 '참 예쁘다. 비너스 같다. 한번 만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내게 '눈 돌려!' 했습니다. 나는 그때 음욕을 품은 걸까요? 이 질문을 하면 대개 음욕을 품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음욕이 아니라 유혹입니다.

예쁜 여자를 보고도 전혀 보고 싶지도, 만지고 싶지도 않은 남자는 두 종류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두 살 먹은 남자아이, 나머지는 아파서 죽어 가는 남자입니다. 건강한 남자는 보아도 또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그러면 음욕은 무엇입니까? 음욕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여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애무하는 걸 상상하는 것, 성적 판타지에 빠지는 것입니다. 직접 관계를 갖지 않았더라도 마음속으로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음욕을 품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올 때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마음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해수욕장을 잘 가지 않습니다." (106쪽)

박수웅 장로는 성경 인물을 예로 들기도 한다. 박 장로는 요셉을 예시로 든다. 요셉이 신앙이 좋아서 보디발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게 아니라, 보디발 아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요셉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 본문을 근거로 박 장로는 여성들에게 "남편의 눈을 기쁘게 해 주라"고 거듭 조언한다.

"성경에도 성적 유혹을 받았을 때 이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너진 사람도 있습니다. 이긴 사람은 요셉이요 무너진 사람은 다윗입니다. 다윗과 요셉 중 누가 신앙이 좋을까요? 다윗이라 하고 싶은데 넘어져서 혼란스럽죠? 둘 다 신앙이 좋습니다. 예수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요셉은 유혹을 이겨 냈는데 다윗은 왜 무너졌습니까? 이건 신앙의 수준에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적인 면만 조명해 본다면 요셉을 유혹하던 보디발의 아내의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도 많은 여자가 옷을 치렁치렁 입고 '요셉아 자자. 자자' 하면 남자들은 유혹받는 게 아니라 징그럽다고 느낍니다. '사모님 왜 이러십니까? 체통을 지키세요' 합니다. 옷을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피해 버립니다.

그런데 밧세바는 그녀가 다윗을 유혹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 정황은 포착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하 11장 1-4절을 보면, 밧세바는 남편은 군대 가고 없고 아기도 없는 젊은 여자입니다. 여자들은 목욕을 어떻게 합니까? 남이 안 보는 곳에서 합니다. 그런데 밧세바는 왕과 내시가 볼 수 있는 데서 목욕을 했습니다. 다윗이 '심히 아름다워 보이는지라' 했다는 것은 환히 보이는 데서 목욕한 것입니다. 밧세바가 다윗의 눈을 자극한 것입니다. 그녀가 작정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다윗은 그 눈의 유혹에 넘어졌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눈을 기쁘게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여자는 정반대로 하는 경우가 맞습니다. 밖에 나갈 때는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꾸며 입는데, 집에서는 화장도 지우고 다 늘어난 편안한 옷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져서 전혀 꾸미지 않습니다. 이것은 남편에게 절망감을 주는 무서운 범죄행위입니다. 남편을 위해서 집에서도 단정한 모습으로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관계를 원할 때는 남편의 시각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아무리 고단해도 아내가 아름답게 하고 있으면 남편은 금방 성욕이 오릅니다." (87~89쪽)

박수웅 장로는 창세기 1장 26-28절을 인용하며, 성관계의 목적은 생명 잉태라고 지적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을 믿음 없는 크리스천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성을 만드신 첫째 목적은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때 번성은 부부 간의 성관계를 의미합니다. 나는 아이를 셋 이상 낳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예방학을 공부했는데 하나나 둘 낳으면 인구가 줄어듭니다. 셋은 현상 유지가 되고 넷 이상은 인구가 증가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하면 생활비나 학비 등을 이유로 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물론 현실은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 팍팍합니다.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기엔 엄두가 안 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믿음으로 나아가 취해야 합니다. 미리 걱정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믿음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59쪽)

박수웅 장로가 쓴 책 본문에는 여성 차별적인 부분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크리스천의 성 토크>에는 가부장적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녀 성 역할을 고정하고, 남성이 여성 몸을 쳐다보는 것을 정당화하며, 출산율 저하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무시한 채 믿음만 강조하는 듯 보인다. 필독서·지침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신학자·목사·작가는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뉴스앤조이>는 7월 3일 박지은 박사(구약학),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정신실 작가(<연애의 태도> 저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박수웅 장로 견해가 '남성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지은 박사는 "박수웅 장로는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해서 말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상식이 있다면 21세기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교회가 이런 식으로 담론을 계속 끌어간다면, 생각 있는 젊은 사람은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은 박사는 이 책이 젊은 크리스천에게 유통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박수웅 장로는)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성 역할을 교회에 그대로 가져왔고, 여기에 성서를 근거로 댔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교회에서 신앙 좋은 장로님이 말하니까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남성은 물론 여성도 '여자는 이래야 해, 여자 친구라면 이래야 해'라고 말하면 답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신실 작가 역시 박수웅 장로에게 젠더 의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수웅 장로는 2000년대 초반 <우리 사랑할까요?>를 냈는데, 이번 책 내용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간 사회적으로 젠더 의식이 정말 많이 달라졌는데, 거기에 대한 고려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성 특징을 너무 이분법적으로 보았다. 인간은 성적이지만 동시에 지성적이고 영적인 존재다. 책에서는 남성을 본능적인 존재로만 본다. 본인이 10대 여성을 본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실을 당당하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마치 남성은 시각에 약하니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물론 남성과 여성의 성 욕구와 패턴이 다르지만, '남성은 이런 기질이니까 여성이 맞추라'는 식의 주장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다. 돈을 벌고 가사 노동까지 하면 몸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여성은 정서적인 존재다. 남편과 잠자리를 갖기 싫은데, 어떻게 이를 무시하고 '해 주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나. 여성은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말한 대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소영 목사는 정신실 작가 의견에 동의했다. 최 목사는 "남성이 충동적이고 시각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남성이 충동적인 이유가 비단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해서일까. 교회에서도 남성 목회자의 성범죄를 바라볼 때 그렇게 창조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다. 나는 남성에게 유혹이 왔을 때 자기 절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의 용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기질이 그래서가 아니다. 사회 관습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성교육이 필요한 건 맞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왜곡된 성교육이다. 이런 담론이 많아지면 결국 교회는 고리타분한 집단이라고 강조하는 것뿐이다. 박수웅 장로는 성서 구절을 자기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썼는데, 이런 사용은 비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박수웅 장로의 입장을 듣기 위해 7월 4일 박 장로에게 연락을 취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박수웅 장로는 현재 사역 차 한국에 나와 있다며,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7월 5일 서울 방배동에서 그와 인터뷰했다.

박 장로는 신간을 낸 이유와 여성 차별로 보이는 책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인터뷰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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