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등장하는 예화는 편의를 돕기 위해 글쓴이가 지어 낸 것입니다.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 일, 사랑, 관계가 술술 풀리는 40가지 심리 기술> /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펴냄 / 216쪽 / 1만 3,000원

한 권사님이 계셨다. 젊은 시절부터 30여 년간 교회학교 봉사에 식당 주방까지 교회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 노력을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인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권사님의 단호한 말투. 항상 말이 생각을 앞섰다. 행정실에서 처리하는 일이나 함께 봉사하는 성도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구 위압감 주는 말부터 뱉어 내는 것이었다.

"어이, 김 집사 빨리빨리 좀 해봐. 굼뜨기가 무슨 굼벵이도 아니고…."
"아니, 교회에서 이런 건 알아서 먼저 처리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꼭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의도는 없을 수 있지만, 싸우고 따지는 듯한 말투로 상처를 받았다는 성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 놓고는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당황한 기색으로 구구절절 변명부터 늘어놓기 일쑤였다.

"원래 내 말투가 그러잖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상처받으면 안 되는 거지."

교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상처를 받는 원인은 대부분 말하는 방법, 즉 '말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상처받는 것도 아프지만 교회에서 상처받으면 더 아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잘못을 지적할 때 남에게 상처 주는 '말투'가 아닌 덕을 세우는 방법으로 지혜롭게 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에 없는 사랑과 용서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더욱 도덕적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권사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 뭐가 잘못이냐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은 사소한 '말투'로 누구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솔직했던 권사님은 솔직함을 표현할 때, '무슨 말을 할까'보다 '어떤 식으로 말을 전할까'를 항상 잊고 있었다.

말하는 '내용'이 항상 우선이었고, '방법' 따위는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그냥 '말'로만 표현했으니, 상대방에게 따뜻한 마음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사소한 말투 하나의 차이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아주 작은 말투의 차이로 상대방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는가 하면, 왠지 반발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떤 말투를 쓸 때 상대방이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당신의 말하기에 '심리'를 더한다면 충분히 상대방을 행동하게 할 수 있다.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말투의 심리학'을 40가지 노하우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말투만 살짝 바꿔도 (꼭, 교회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인간관계가 달라지고 인생이 바뀐다고 설명한다.

"친구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사소한' 부탁부터 하라. 속으로는 큰 부탁을 하고 싶어도 일부러 '사소한' 부탁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부탁을 하면 상대방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즉, '받아들여도 되나?' 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현저히 낮아져서 기꺼이 부탁을 들어준다. 이때 매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자신은 '사소한' 부탁만 했는데, 상대방은 '그 이상의 호의'를 베풀어 주는 경우가 많다." (20쪽, '이븐 어 페니 테크닉')

상대방에게 부탁할 때는 사소한 부탁부터 하면 뜻밖에 쉽게 풀린다. 단순히 "일 좀 도와줄래?"라고 말하지 말고 "10분만 도와줄래?"라고 부탁하면 1시간을 도와 달라고 할 때보다 부담이 가벼워져서 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응하기 시작하면, 10분이 지났다고 바로 가 버리지 않는다.

"1페니(1파운드의 100분의 1)라도 좋으니 빌려만 달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는 이와 같은 현상은 '이븐 어 페니 테크닉(even a penny techniqu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작은 부탁을 해 놓으면 나중에 요구 정도를 끌어올려도 잘 들어주기 쉽다.

혹시 초등학생 자녀가 비만이라 운동을 조금 시키고 싶을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우선 "5분이면 되니까 걸어 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하고, 아이가 그 제안을 따른다면 "이제부터 5분은 빨리 걷기를 해 보자"라고 덧붙이면 된다. 일단 뭔가에 응하면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긴다. 두 번째 부탁까지 알아서 선뜻 떠맡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말은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작은 말투 차이가 상대에게 나를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게도 하고, 비호감으로 보이게도 한다. 특히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다가갈 때도 어떤 말투를 쓰느냐에 따라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기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한다.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O)
'당신을 보면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군요.' (X)
'저와 함께 술 한잔하러 갈까요?'(△)

흔히 남성은 여성 앞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 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 클레인크의 실험에 따르면, 매우 평범하게 접근했을 때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노멀의 법칙'이라고 한다. 따라서 영화나 만화 주인공처럼 멋 부린 대사는 필요 없다. 그냥 웃으면서 '저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평범하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면 꽤 높은 확률로 여성이 '좋아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55쪽, '노멀의 법칙')

같은 이야기라도 상대가 내 의견에 동의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사례를 모아 봤다.

*상대의 YES를 끌어내려면?

- 그냥 김 권사: "이번 주 금요일 구역 모임에 오지 않을래?" (X)
- 친절한 김 권사: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구역 모임이 있어. 요즘 어렵게 지낸다는 그 새 가족 기억나지? 최 집사가 와서 교제도 나누고 기도로 힘을 줄 수 있게 좀 도와줘." (O)

*내 말을 믿게 하려면?

- 그냥 김 부장: "여름철 더위 예방에는 장어구이가 최고지!" (X)
- 예리한 김 부장: "며칠 전에 유명한 영양학자가 TV에서 말했는데, 여름철 더위 예방에는 장어를 먹는 게 좋대." (O)

정중한 말을 사용하면 지적이고 일을 잘하는 인상을 주지만, 상스러운 말을 사용하면 나쁜 인상을 준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은 아랫사람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론은 나이나 직책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연습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도,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연습하면 충분히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다. 그저 작은 동기와 의지만 있으면 된다. 말투를 아주 조금만 바꿔 보자. 그것만으로도 하는 일이 더 잘 풀리고 인간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심리로 움직이고, 심리는 말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꽂히는 말, 은혜스러운 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오늘부터 당신의 말하기에 '심리'와 '축복'을 더하라.

"입술의 열매를 창조하는 자 여호와가 말하노라 먼데 있는 자에게든지 가까운 데 있는 자에게든지 평강이 있을지어다 평강이 있을지어다 내가 그를 고치리라 하셨느니라" (이사야 57:19)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깁고 다듬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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