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안전공원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리고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논의돼 왔던 416안전공원 설립은 일부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416안산추모사업협의회는 1년 동안 설립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6월 30일 최종 회의에서 안전공원 부지 결정을 유보했습니다.

반대 측 주민들은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을 설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6월 2일 열린 416안전공원 심포지엄 때는 행사장에 난입해 진행을 방해했습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들이 △416안전공원의 경제적 가치 △416안전공원의 디자인 방향 △416안전공원과 도시 연계 재생 방안 등을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반대 측 주민들 방해로 미처 발표하지 못한 발제문을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역에 특정 시설이 들어설 때 지역 주민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 유치'와 '결사반대'라는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반응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태도를 흔히 핌비(Pimby: Please in my back yard) 현상이라고 부른다. 번역하자면 '제발 우리 집 앞에 지어 주세요'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결사반대하는 태도를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고 부른다. '내 집 앞에는 죽어도 안 돼'라는 태도이다.

특정 시설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은 유치하려는 시설이 혐오 시설이냐, 아니면 주민 개개인과 지역 발전에 이익이 되는 시설이냐에 따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설의 적극 유치에 해당되는 핌비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혁신 도시 개발 과정에서의 공공기관의 유치다.

한전이 나주 혁신 도시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진주로 이전하기로 결정될 때 유치 후보지 지자체와 지역 주민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대규모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 효과로 인해 적극적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쓰레기 소각장이나 납골당 등의 경우 혐오 시설로 치부되어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 늘 지역민들의 결사반대에 부딪힌다.

이런 시설이 혐오 시설로 치부되어 지역 주민이 결사반대했지만 오히려 들어서고 나서 지역민들이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된 경우도 많다. 2001년 9·11 테러로 붕괴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자리에 조성된 추모공원이 그 예에 해당된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남겨진 빈터에는 2개의 폭포와 400그루의 참나무가 조성되어 있다. 누구도 테러의 아픔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 버리고 이 터에 다시 초대형 건축물을 지어 지역을 활성화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라운드제로라는 빈터로 남겨진 이 추모공원은 뉴욕 시민이나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가 되었다.

님비 현상은 혐오 시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003년부터 시행된 런던의 도심 혼잡 통행료 부과에 따른 도심 보행 개선과 상권 활성화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자가용 차량에 대해 주중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공휴일 제외) 8파운드, 우리 돈으로 대략 1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자가용 차량으로 인한 영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매출이 급감할 것에 대한 우려였다.

런던시는 도심 혼잡 통행료 제도가 시행된 이후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줄어들면서 보행자를 위한 인도를 늘리고 징수된 통행료로 오히려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노선을 확장하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도심의 공기의 질이 좋아지고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서 유동 인구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 보행 환경과 대중교통의 개선에 따른 유동 인구의 증가는 곧바로 도심부 지역 상권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줬다. 결과적으로는 이 제도의 도입에 결사반대했던 도심 상인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셈이다.

도시 재생 자료 이미지. 사진 제공 안산의제21

그렇다면 현재 추진 중인 416안전공원은 과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 될 수 있을까. 안전공원과 지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안전공원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지역 변화에 대응하는 공간 언어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주민들은 납골당이 웬 말이냐고 416안전공원이 화랑유원지에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이는 지역사회 구성원과의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탓이다. 여기에는 소통의 시간과 방식의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대화의 시작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부터 출발한다. 이곳에 조성될 안전공원이 납골당이 아닌 추모공원임을 명확히 하고 추모공원이 지역에 가져다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의 물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공간 언어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416안전공원이 들어설 후보지인 안산 화랑유원지는 더 이상 유원지로서 기능이 유효하지 않은 지역이다. 2014년 이후 사실상 캠핑장이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등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상실했고 인근에는 공원이 다수 조성되어 다른 공원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화랑유원지 인근 초지역은 KTX 정차역으로 확정되었고, 재건축 사업으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주변 변화에 맞게 화랑유원지 역시 새롭게 탄생할 필요가 있다. 화랑유원지가 과거의 유원지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재생의 활력소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공공성이 강한 공원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사람들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지역사회의 공적인 장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416안전공원을 중심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열린 공원, 그리고 안전 사회를 열어 나가는 새로운 약속이 될 수 있는 청소년 중심의 미래 세대 공원으로의 전환이다. 향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KTX 라인이 통과하는 지역 발전의 호재를 바탕으로 416안전공원을 추모공원이라는 개별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지 말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지역 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과 상실한 유원지 기능을 지니는 공공장소로서의 재생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416안전공원을 조성하려는 지금까지 과정에서도 문제가 노출되었다. 안전공윈이 지역 재생의 새로운 활력을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모든 이해 당사자와의 대화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는 자세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공청회나 행정 주도의 일방적인 알림이 아닌 이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납득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뭔가를 결정하려고 할 때는 아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은 대화 부족이 야기한 문제다. 지역 주민 모두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416안전공원이 추모공원으로서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화랑유원지 주변 지역을 모두를 위한 상생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숲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역 재생의 성패는 우리들 마음을 여는 데 달려 있다.

이영범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연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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