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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475만 원에 합의하자고…
[현장] 강북구청 소속 용역 노점 단속에 사망한 박단순 씨 빈소
  • 현선 (besor@newsnjoy.or.kr)
  • 승인 2017.06.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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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장사가 잘되는 월요일이었다. 예전처럼 눈인사하고 건너편에서 서로 장사 잘되는 것을 보고 힘을 냈다. 뭔가 우당탕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봤더니 언니가 쓰러져 있었다. 덩치 큰 사내가 쓰러진 언니 앞에서 뭘 흔들고 있었다. 언니 팔이었던 것 같다. 놀라서 달려가 보니 언니 눈동자가 이상했다. 119 불렀냐고 묻자 용역들은 '불렀다'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급한 마음에 언니 가슴을 누르며 응급처치를 하려 했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오히려 가슴이 더 압박된다며 하지 말라고 했다. 119가 더럽게도 안 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늦게나마 온 구급대원들이 언니 상태를 보더니 '사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언니는 이 자리에서 죽은 상태로 병원에 간 거다." - 강북구 요구르트 판매원 김 씨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갈치 노점상을 하던 박단순 씨(61)는 지난 6월 19일, 서울 강북구 삼양사거리 환경미화원 후생관 앞에서 쓰러졌다. 강북구청 소속 노점 단속 용역을 보고, 박 씨는 갈치 박스를 뺏기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용역이 올 때까지 자리를 접지 못했고, 박 씨는 용역에게 "치울 테니 가라"고 말했다. 용역들은 얼음이 담긴 통을 발로 찾다. 그때 박 씨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응급실로 향했으나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25일 숨졌다. 사인은 쇼크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박 씨가 노점을 하던 건물. 공중전화 박스 앞 계단에서 갈치를 판매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박단순 씨는 한 달에 3번 강북구 삼양로 환경미화원 후생관 앞 계단에서 장사를 했다. 주변 노점상들은 박 씨가 후생관에 양해를 구한 후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후생관 앞에는 아직도 박 씨가 깔개로 사용하던 전기장판이 놓여 있다. 

박단순 씨는 주변 노점상과 가게 주인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기자가 박 씨에 대해 묻자,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한 사람", "선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20년 동안 남편 병간호를 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박단순 씨의 빈소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에서 만난 박 씨 동생은 기자에게 강북구청의 행태를 토로했다. 

"누나는 오랫동안 여기저기서 노점을 했다. 사는 곳 근처 삼양사거리에 자리를 잡았다가 이 일을 당했다. 구청장은 와서 상주에게 '자네 나이가 몇 살인가? 어머니는?' 딱 두 마디 하고 갔다. 다음 날 관리자가 와서 475만 원을 줄 테니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하자고 했다. 누나는 기초생활수급자다. 475만 원은 국가와 단체에 신청을 하면 나오는 의료급여와 장제급여 금액과 같다. 그걸 가지고 생색을 내며 없던 일로 하자는 구청 직원 말에 너무 억울했다. 누나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일주일 전에도 용역들이 와서 누나를 벽 쪽으로 밀어 놓고 협박하며 갈치 몇 상자를 가져갔다. 그거 찾아오면서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그런데 얼마 안 지나 용역이 또 찾아오니 심장이 얼마나 떨렸을까."

박 씨 유가족은 삼일상을 치르려다 고민 끝에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과 연대해 구청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싸우기로 했다. 장례를 치르려고 준비하던 가족은 박 씨 시신을 다시 영안실에 안치했다. 오늘(27일)까지 3일 가족상을 마치고 난 후, 내일부터 전노련에서 장례 투쟁을 시작한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박정환 조직국장은 "강북구청 건설관리과 도로점용 관련 업무하는 사람들은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다. 단속을 하는데 공무원이 같이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공무 집행이라는 것이, 공무원도 없고 덩치 큰 남자 용역 3명이 길거리 청소하듯이 아주머니들에게 소리 지르고 물건 던지는 것인가. 누가 그걸 공무 집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봐도 깡패들이 하는 짓이다"라고 구청 과실을 강조했다.  

유가족과 전노련이 요구하는 것은 △강북구청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용역반 해체 △책임 있는 처리 △장례 절차 책임 △책임자 내부 징계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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