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100명이 '종교개혁500주년평신도행동' 이름으로 홍대새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병욱은 예수 믿고 회개하라", "예장합동 교단은 전병욱을 면직하라", "홍대새교회 교인은 각성하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30대가 주로 찾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일대에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6월 25일 일요일, 100명에 가까운 기독교인이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허기영 집사 발언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홍대새교회 앞에 모인 이들은 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예배를 했다. 카타콤교회(양희삼 목사) 교인과 기독교 팟캐스트 '내가 복음이다' 청취자가 주를 이뤘다.

'종교개혁500주년평신도행동' 이름으로 진행한 이번 시위는 양희삼 목사가 기획했다.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목사다. '내가 복음이다'를 통해 한국교회 부정과 부패를 지적해 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양 목사는 "사랑의교회 허기영 집사님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연대하면서 움직임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오늘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전병욱 목사는 한국교회 문제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홍대새교회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됐다"고 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한 시위는 경찰 통제하에 평화롭게 진행됐다. 홍대새교회 교인들과의 마찰도 예상됐지만, 홍대새교회 측은 시위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이게 교회냐, 전병욱 즉각 사퇴', '피해자 용서 없이, 하나님 용서 없다', '회피하지 말고 회개하세요', '목사님 제발 예수 믿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전병욱 목사의 회개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신대에서 수년간 강의해 온 강호숙 박사도 시위에 동참했다. 강 박사는 전 목사를 감싸고 도는 예장합동 교단을 비판했다. 그는 "한국교회 내 음란 행위가 사라지길 바라는 차원에서 나왔다. 법원은 (성 문제를) 더 엄격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판결하는데, 교회는 더럽고 추한 일을 감싸 주며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회 내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강 박사는 "합동 교단 교인 70%가 여성인데, 교회 안에서는 여성이 부수적 존재로 취급당한다. 그렇다 보니 목회자들이 여교인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성 리더가 생겨야 한국교회가 성적으로 균형 잡힐 수 있다"고 했다.

전 목사 성범죄를 다룬 <숨바꼭질>(대장간) 편집팀 중 한 명이자 삼일교회 치유공의TF팀원 권대원 집사도 시위에 참석했다. 권 집사도 전 목사를 감싸는 예장합동 교단을 비판하고, 전 목사의 회개를 촉구했다.

권 집사는 "예장합동은 지금까지 행태가 너무 뻔뻔하다. 여전히 피해자들의 과장된 루머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은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판결했다. 예장합동은 반드시 이 문제를 다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성범죄가 일어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전 목사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집사는 "피해자들은 아직도 아파한다.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고 도와 달라고 한다. 그들은 절대 그 상처를 잊지 않고 있다. 삼일교회도 논의 중이다.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전 목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 목회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고, 자숙해야 한다. 만일 떳떳하다면 나와서 이야기하라. 아니라면 피해자와 대중 앞에서 자기 죄를 명백하게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홍대새교회 시위에 '무대응'
"대법원 상고했는데 끝난 것마냥 시위,
피켓 시위, 교인 선동할 수 있어 부당"

기자가 전병욱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교회에 들어가려 하자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막아섰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홍대새교회는 조용했다. 교회가 있는 상가 2층에서는 이따금 찬양 소리만 새어 나왔다. 1,000명 넘게 출석하는 교회로 알려졌지만, 드나드는 교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홍대새교회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교회를 방문했다. 상가 1층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교인 4명에게 가로막혔다.

50~60대로 보이는 교인들은 "예배 준비 중이다", "내일 오라", "목사님은 지금 할 말이 없다"며 기자를 막아섰다. 전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왔다고 설명하자 "주일날 이게 온당한 것이냐, 목사님은 종일 예배하니까 (만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시위하는 이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교인 A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마치 다 끝난 양 집회하는 건 잘못된 거다. 저들은 당사자도 아니지 않은가. 홍대새교회 교인들을 선동할 수 있는 아주 모호한 행동을 하고 있다. 부당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교인들에게 "전 목사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교인들은 대답하지 않거나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전 목사가 오늘 무슨 설교를 했느냐는 질문에 교인 B는 "목사님은 '사랑하라'고 그랬다. 여기에 계신 (시위하는) 분들도 사랑하라고. 이분들도 예수님 믿고 천국 갈 수 있게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양희삼 목사는 전 목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진심으로 회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교롭게도 양희삼 목사도 '사랑'을 주제로 설교했다. 양 목사는 "이것(피켓 시위)은 전병욱 목사를 향한 사랑이다. 사랑의 한 행위다. 죽든 말든 무슨 짓을 하든 우리가 내버려 둔다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 전병욱 목사를 사랑해서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떠난 자에게 진정으로 회개하고 돌아오라고 하는 것만큼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피켓 시위는 마찰 없이 끝났다. 양 목사는 "다음에는 교계 단체들과 연합해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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