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한국 개신교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이 하나 있다. '교육'이다. 초창기 개신교 선교사들로부터 시작한 근대 교육 덕분에 한국 사회가 발전했다고 말한다. 배재고·이화여고 등 근대 학교는 대부분 선교사가 세웠으며, 여성과 노비 등 차별받는 이가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운 곳도 개신교 학교였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개신교는 한국 교육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미션스쿨은 채플 등으로 종교 강요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 공교육 제도를 벗어나 종교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는 특권 교육을 자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독교 대안 학교도 외국 대학이나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원 교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독교가 한국 교육에 좋은 영향을 줄 방법은 없을까. 1995년 시작된 기독 교사들 모임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임종화)의 활동을 보면 생각해 볼 지점이 많다. 좋은교사운동의 생활 지도 운동은 여러 시도 교육청이 교사 연수에 사용한다. 생활 지도는 학생들 학교 생활과 일상을 지도하는 교사 활동을 말한다. 좋은교사운동은 '회복적 생활 지도'를 추구한다. 단순한 처벌 대신 학생 자치나 공동체를 통해 학생들 삶이 변화하도록 돕는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좋은교사운동이 발간한 교재와 교사 교육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학습이 부진한 이유를 파악하고, 여러 방면에서 학생을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역시 여러 학교와 교사가 활용하고 있다.

'공교육 위기'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공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회의도 오래됐다. 그러나 좋은교사운동은 계속해서 교사와 학생 관계를 고민하고 교육정책을 내놓으며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다. 임종화 공동대표를 6월 23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교육 변혁을 위한 한국 개신교의 역할, 교육개혁에 꼭 필요한 요소, 종교개혁이 한국 교육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해 들었다.

좋은교사운동 임종화 공동대표. 뉴스앤조이 현선

- 좋은교사운동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좋은교사운동은 '교실 붕괴'라는 말이 나오던 1990년대 중반, 기독 교사들이 '교실 회복'을 위해 시작한 교육 시민단체다.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 신앙 훈련을 받은 기독 교사가 많아졌고, 기독 교사들이 교실을 바꾸자고 나서기 시작했다. 기독교 울타리를 넘어 전체 교육계를 대상으로 활동했다. 물론 학원 복음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지금까지 좋은교사운동은 교육계에 좋은 영향을 많이 주었다. 좋은교사운동은 학생들의 학습 과잉, 관계 결핍, 경험 결핍을 문제로 보고 있다. 아이들이 배우는 기쁨을 회복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경험하며, 소명을 발견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했다. 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학습 부진, 학교 폭력 피해자, 가난한 아이들이 그렇다. 이들을 위한 교육의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 기독교 색채를 내세우는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특히 자사고로 전환한 미션스쿨들이 종교교육을 앞세워 특권 교육을 한다고 지적받는다.

미션스쿨이 종교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 미션스쿨은 종교에 대한 자율성을 달라고 주장해 왔다. 진학할 학교를 학생이 선택할 수 없어 비기독교 학생에 대한 종교교육의 강제성이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대광고나 이화여고 등 미션스쿨이 자사고로 전환할 때, 종교교육의 자율성을 전환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미션스쿨 자사고가 종교교육 중심으로 운영되는가 묻는다면, 여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기독교 자사고 역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특권적 학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종교교육을 하고 싶다면, 고등학교 서열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포기해야 한다. 적어도 종교교육, 이것 하나면 다른 것은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일반 고등학교보다 우선해 학생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 지원자 중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원에 다니는 것도 금지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더라도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에 동의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면, 사람들도 종교교육의 자율성 때문에 자사고로 전환했다고 인정할 것이다.

- 신뢰 회복을 이야기했다. 교육개혁에서 신뢰 문제가 중요한가.

신뢰 회복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제도 개혁의 골자 '내신 절대평가'와 '고등학교 학점제' 도입 등을 생각해 보자. 내신 절대평가와 고등학교 학점제는 교육에 대한 엄청난 신뢰가 있어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제도다.

내신 절대평가는 없었던 제도가 아니다. 절대평가는 이전에 있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거짓 평가를 했다. 대학 입시는 어떨까. 대학은 학생 선발할 때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대학교 학생 선발 자율성은 더욱 신뢰받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의 교육제도를 변화하기 위해 교사와 대학 선발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시점에,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내신 절대평가와 고등학교 학점제 등을 도입할 수 있을까. 학부모들도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취지와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절대평가 도입은 반대한다. 수능으로만 선발하는 제도를 더 선호한다. 이유는 신뢰할 수 없어서다. 교사와 대학을 믿지 못하니, 어느 정도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수능을 선호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제도를 개혁하려는데, 학부모들이 자식들 더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반대한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 생긴 불안도 상당히 작용한다. 학부모가 제도 변화를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고, 학부모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 교육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특권적 학교를 없애야 한다. 잘 생각해 보라. 외고와 자사고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과학고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 과학고도 미리 선발하고, 학생들 성적을 우선해서 보는 것은 같다. 그런데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 진학만 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반대하거나 막지 않는다. 과학고 학생들이 기초과학 분야나 공대로 진학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명문대 입학만을 목적으로 과학고에 진학한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외고 졸업생들도 외국어 분야로만 진출했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교육을 위해 특목고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외고 졸업생들은 외국어 분야 말고 다른 전공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외고는 명문대로 진학하기 위한 계단이 되었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겉으로는 다양성을 내세우면서 결국 특권적 학교를 운영하려 한다는 데 있다.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 공교육은 의미가 없다. 자사고와 외고는 억울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특권적 교육이라고 본다면 포기해야 한다.

다양한 학교를 만들지 말고,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바꾸면 된다. '학점제 도입'이 좋은 답안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한다. 학생들은 대학처럼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수강하면 된다. 외국어를 깊이 배우고 싶다면 외국어를 많이 선택해 들으면 된다. 그럼 대학도 선발할 때 이 부분을 더 고려할 수 있다. 과학·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충분히 배우도록 해야 한다.

임종화 공동대표는 "한국은 교육 자체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6월 26일, 복음주의권 종교개혁 500주년 연합 기도회가 열린다. 이번 기도회 주제가 '종교개혁과 교육'인데, 얼핏 생각하면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종교개혁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교회가 회복한 신앙의 힘이 사회로 확산되어 다른 영역도 회복하게 도왔다. 실제 500년 전 종교개혁은 교육 분야까지 영향을 미쳤다. 루터를 공교육 시초로 보기도 한다. 당시 특권층만 받을 수 있었던 교육을 모두가 받도록 변혁했다. 종교개혁이 모두의 교육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이 회복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종교개혁을 통해 모두를 위한 교육이 시작됐다면, 한국교회도 모두를 위한 교육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육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돕고 특권 교육이 없도록 나서야 한다. 가난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없는지,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없는지, 학교 폭력의 피해를 당한 학생은 없는지 잘 살피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공부 잘하는 것을 내 노력과 부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얻었으니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 안에서도 좋은 대우를 요구한다. 교육을 통해 양극화가 심화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성경이 좋은 성적을 사람의 능력이라고 말씀하실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에게 각각 잘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성경은 말씀한다. 선물로 주신 이유도 나온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섬기라고 주셨다. 이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인들이 이 의식을 갖도록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성경이 말씀하는 '안식' 개념도 사회에 잘 전파해야 한다. 노동과 교육이 과잉인 사회에서 안식은 중요하다. 안식을 사회화하면 여유와 쉼이 사람들에게 명확해질 것이다. 선물과 안식은 교회가 사회에 줄 수 있는 건강한 메시지다.

기독교인들은 사회를 회복하기에 앞서 교회를 회복해야 한다. 회복된 신앙으로 사회를 회복해야 한다. 교회가 위기인 상황에서 다른 영역을 바꿀 수 없다. 사회는 교회를 보며, '너나 잘하세요'라고 웃을 것이다. 교회가 회복되어야 사회에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교육 분야는 교회가 사회에 너무 많이 뒤처졌다. 교회 교육이 일반 교육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 교육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없다. 교회가 교육계에 쉬자는 말도 못 한다. 오히려 주일에 학원 가라고 한다. 교회 내부에도 일주일에 하루 쉬자는 말을 못 하는데, 사회에 하루 쉬자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 누가 우리 이야기를 듣겠나.

- 좋은교사운동는 앞으로 어떤 운동을 추구해 나갈 생각인가.

최근에는 '쉼이 있는 교육 운동'을 이야기한다. 학습과 쉼이 균형을 찾게 하고 싶다. 이를 위해 특권적 교육을 해결하고, 다양한 교육을 위한 학점제를 운영하자고 계속 외치는 것이다. 교회와 학교에서 쉼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휴일 학원 휴무제를 요구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는 성경에서 찾은 하나님나라 운동이다. 교육 분야에서 하나님나라 운동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좋은교사운동이 교사와 학생을 위해 발간한 서적들.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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