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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형상을 특정 젠더에만 고정할 수 없다"
주디스 버틀러 퀴어 이론으로 조명한 남녀 창조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7.06.24 15:45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성주의 관점에서 창세기 남과 여 창조 사건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6월 22일 저녁, 평화교회연구소(전남병 소장)가 주관한 '여성주의 이론으로 성서 읽기' 다섯 번째 시간에는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56~)를 살펴봤다. 최순양 교수는 참가자 15명에게 버틀러 이론을 소개했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문학동네)로 학계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주디스 버틀러는 미국 철학자이자 퀴어 이론가다. 그는 1990년 발간한 <젠더 트러블>(문학동네)로 이름이 알려졌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버틀러에게 '젠더'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는 △수행성 △패러디 △반복 복종으로 젠더를 설명한다.

최순양 교수는 "사회는 '여성적', '남성적'이라고 구분 짓는 특징을 선천적이라고 보지만 버틀러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여성적인 것은 없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게 여성에게 적합한 거야'라고 사회가 원하는 바를 여성에게 투영할 뿐이라고 본다"고 했다.

버틀러는 사회가 여성에게 원하는 특징이 담론으로 형성됐고, 그게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어 '여성적'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버틀러는 이처럼 젠더에 적합한 행동이 사람들 사이에서 발화돼 담론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수행성(Performativity)'이라고 명명했다.

버틀러는 수행성 개념에 기반해 '패러디'를 설명한다. 패러디의 가장 적합한 예시는 '드래그 퀸'(Drag Queen)이다. 드래그 퀸은 옷차림, 행동 등으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드래그 퀸은 여성 중에서도 가장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특징을 과도하게 모방한다. 손동작을 많이 쓴다든지, 일부러 더 과한 화장을 한다. 그러나 드래그 퀸이 모방하는 여성을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버틀러는 이를 근거로 드래그퀸이 여성성의 허구를 폭로한다고 이야기한다.

최순양 교수는 "버틀러가 말하는 젠더 패러디는 원본(여성) 자체가 이미 본질이 아니라 제도 문화의 이차적 구성물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여성들은 사회가 원하는 바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복 복종'은 사회가 말하는 명제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 구성원인 여성들은 '여성은 ~해야 한다'는 젠더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따르지만, 완전히 복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젠더 정체성에 반복적으로 복종하지만 완전히 복종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사회가 말하는 젠더 정체성의 고정된 모습에 틈새를 만들고, 이것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박순양 교수는 "예를 들어 교회 올 때 여성들에게 한복을 입고 오라고 요구하면, 어떤 교인은 한복을 입고 오지만 어떤 교인은 한복 대신 정장을 입고 올 수 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이가 많아지면, 당연하게 여겨지던 규칙에 틈새가 발생하게 되고 규칙이 다시 정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순양 교수는 버틀러 이론을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렇다면 버틀러 시각에서 남녀 창조 기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동안 창조 기사는 남성 중심적으로 읽혀 왔다. 아담이 하나님 모습대로 창조한 첫 인간이기에, 남성의 갈비뼈로 만든 하와보다 아담, 남성을 하나님 형상에 더 가까운 존재라고 받아들인다. 남성을 돕는 부수적인 존재로만 여성을 묘사한다. 창세기 3장에서는 하와가 원죄의 근원으로 그려진다. 선악과를 먹는 근본 원인을 하와에게 돌리며, 여성을 유혹에 약한 존재로 표현한다.

최순양 교수는 버틀러 이론으로 창조 사건을 재해석했다.

"보수 개신교는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남성을 여성 우위에 두기도 한다. 이 논리는 아담이 갖고 있는 특징(남성성)에 포함되지 않는 존재들을 기독교 신학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도 수행성을 토대로 재해석할 수 있다.

드래그 퀸이 따라하는 여성이 실제로는 원본이 없는 것처럼,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 역시 '남성성'이라는 원본이 없을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남성적인 하나님이라는 형상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있는 모습일 수 있다. 하나님의 형상이 고정적이거나 육체적이라고 전제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지칭할 때, 그것은 예수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버틀러식으로 본다면, 형상은 젠더적으로 고정된 게 아니다. 하나님의 모습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과정적이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형상을 특정 젠더에만 고정할 수 없다."

강의를 듣던 참가자들은 신학적 해석보다는 버틀러 이론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한 참가자는 "젠더 정체성이 분명한 한국 사회에서 버틀러 이론을 배우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최순양 교수가 답했다.

"'여성은 어때야 한다'고 말하는 젠더 담론에서 우리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한국 사회도 바뀌고 있다. 고정적인 여성 역할이 허물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그우먼 김숙 씨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이 그렇다. 그 모습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남성도 드물다. 젠더 정체성은 버틀러 이론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벽을 허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지만, 한국 사회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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