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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에도 성소수자 있습니다"
[인터뷰] 총신대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 회원 A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7.06.24 07:56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총신대학교(총신대) 김영우 총장과 학생·교수·직원 500여 명은 지난해 6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총신대학교에는 동성애 관련 동아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행진했다. 총신대 안에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 있다고 알려지자 이를 부인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당시 김영우 총장은 "우리 학교에 동성애 동아리가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여러 각도로 바라본 결과 총신대학교 내에는 동성애 (공식) 서클이 없다. 총신에 자꾸 동성애 서클이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동성애 지지자와 조장자들의 영역을 넓히려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까지 나서 극구 부인했지만, 총신대 안에는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이 엄연히 존재한다. 공식 동아리가 아닐 뿐이다.

깡총깡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14~15일 열리는 퀴어 문화 축제에도 참가한다. 따로 홍보 부스를 차리지 않지만, 깃발을 들고 성소수자들과 함께 행진할 계획이다. 총신대 안에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측은 색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총신에 몸담고 있는 성소수자는 어떻게 지내 왔을까. 6월 21일, 서울 한 카페에서 깡총깡총 회원 A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총신대에서 발급받은 학생증을 가지고 왔다.

1년 만에 깡총깡총 회원을 다시 만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5년 총신대에 입학한, 교회를 다니는 성소수자 기독교인이다. 나는 범성애자(사람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는 성적 지향을 말한다. - 기자 주)다. 중학생 때부터 성 정체성을 고민했다.

- 총신대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입학할 때 이런 학교 풍토가 걱정되지 않았는가.

그런 건 없었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회에 출석했는데, 내가 경험한 교회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전도사와 성소수자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게 교회는 성소수자 이야기를 해도 되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도사도 보수적이었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느낌은 없었다. 총신대도 내가 다닌 교회와 유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게나마 신학교니까 사람들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학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선배들이 축복송도 불러 주고 잘 챙겨 줬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입학했다.

- 언제부터 학내에서 성소수자를 혐오·반대 목소리가 나왔는가.

입학 초기에는 혐오를 거의 못 느꼈다. 2015년 6월 퀴어 문화 축제 전후로 혐오 발언이 많이 돌았다.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끝난 뒤 현장 사진을 담은 소책자가 교내 주차 차량에 꽂혀 있었다. 학교에서는 동성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업에서도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고, 반대를 위한 토론을 한다. 반동성애 콘서트도 매년 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학교에 2번 정도 다녀갔다. 나는 그때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내 옆에 있던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서명하더라. 이럴 때 참 당황스럽다. 나와 친하던 사람들이 동성애 이야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정체성을 숨겨야 했다.

카도쉬가 주관한 반동성애 콘서트에는 경찰이 출동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사와 교인이 왔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지난해 4월 총신대 동아리 카도쉬(Kadosh)가 '총신대 동성애 에이즈 콘서트'도 열었는데.

카도쉬는 반동성애 동아리다. 교목실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채플이 끝나면 교목실장이 광고하는데, 콘서트 참여하면 채플 참석한 걸로 인정해 주고 밥도 준다고 했다. 콘서트 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교내 엘리베이터 안에는 홍보지 부착이 안 되는데, 카도쉬 홍보지는 붙어 있더라.

당시 행사가 열릴 때 경찰도 왔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사와 교인들이 와서 콘서트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학교 측은 외부인이 학교에 왔다며 경찰을 불렀다. 군목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나와서 출입을 막았다.

정작 신천지 신자들이 왔을 때 비교적 조용했다. 홍보물을 나눠 주고 학생들에게 접근했는데, 경찰도 오지 않았고, 대응도 격렬하지 않았다. 이단은 되고, 성소수자 지지자들은 안 된다는 식의 학교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 '깡총깡총'은 총신대 재학생·졸업생으로 구성된 인권 모임이다. 활동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건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뒤에도 계속 성소수자가 입학할 텐데 서로 얘기하고 지지할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깡총깡총 소셜미디어 계정을 먼저 시작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계정으로 연락해 왔고, 깡총깡총 전신이었던 '레인보우인총신'에서 활동한 졸업생이 오프라인으로 이들을 먼저 만났다. 다른 의도가 있는지 아니면 정말 함께하고 싶은 건지 졸업생이 우리 대신 확인해 줬다. 재학생이 나가면 아웃팅당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는 학교 동아리도 아니다.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우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총신대 이름 떼고 활동하라", "성경과 위반된다", "사탄이다", "더럽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 지난해 퀴어 문화 축제 한 참가자는 총신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깡총깡총은 작년 퀴어 축제에서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물론 재학생이 들지 않았다. 그분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다 가린 상태에서 행진했다. 학교에서 이 사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누군지 찾아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다 가렸는데 찾아낸 것도 신기하다. 고소당한 사람이 경찰서에 한 번 출석했고, 이후로도 계속 경찰 연락을 받았다.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 동영상 촬영에 고소까지 하는 학교의 움직임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학교 영향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깡총깡총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1년간 활동하며 느낀 건데, 총신대는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너무 쉽게 말하고 판단한다.

퀴어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성 정체성이 있는데 그런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고, 동성애라는 단어 하나로 우리를 규정한다.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과 있다 보면, 마치 몇 백 대 일로 싸우는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나 단체가 아니라 내 친구, 내 선배, 내 교수가 혐오 발언을 하는 걸 보면 의지할 곳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초반에는 동성애 이야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변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게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분노, 두려움이 많아졌다. 학교를 가면 오늘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무서웠다. 내 성 정체성, 성적 지향으로 겪는 일들이 부당하게 다가왔다. 20대 대학 생활은 많은 인맥을 쌓고,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는데 나는 그런 기회를 모두 놓치게 되는 상황이다. 애석하다.

총신대는 지난 퀴어 문화 축제에서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최근 총신대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조사를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사에서 합동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부끄러웠다. '다른 교단에서 사역하는 목사에게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퀴어신학 이야기가 나온 게 1~2년도 아니고, 퀴어 주석 역시 몇 년간 준비해 왔는데,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다.

퀴어 주석을 작성한 사람에게 따지는 것도 아니고 왜 번역한 목사에게 그럴까. 퀴어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임보라 목사만 없애면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오히려 죄송했다.

이해되지 않는 건 이것만이 아니다. 합동에 소속된 전병욱 목사는 치리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왜 동성애에 집착할까. 동성애나 이슬람으로 단결할 수밖에 없는 한국교회가 너무 안타깝다. 혐오로 묶인 집단은 스스로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

-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은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총신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문장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은 '1'도 없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을 평생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 개신교는 매번 죄 이야기를 꺼낸다. 죄인지 아닌지는 하나님이 나중에 판단하실 문제다. 그럼에도 죄에 집착한다면, 그들에게 우리가 죄인이냐고 묻고 싶다. 기독교인 성소수자 중에 교회에서 상처받아 떠난 사람이 많다. 타인을 하나님으로부터 멀게 만드는 건 죄가 아닌가. 한국교회는 죄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내가 성경에서 만난 예수님과 하나님은 의외의 사람들 편에 섰고, 의외의 사람을 꾸짖었다. 예수는 어린이, 귀신 들린 여인, 병 걸린 사람에게 먼저 다가갔다. 제자들은 이들이 예수에게 다가가는 걸 막았다. 예수는 그런 제자들에게 분노했다. 나는 이 모습이 2,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총신대 안에서 소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다. 지난 1년간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지치기도 했지만, 함께 있어 즐거웠다. 맛있는 것도 먹으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학교 안에도 성소수자 또는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중에는 겁이 나서 연락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는 그들이 20대를 상처로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이 들 때 같이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힘이 난다.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아도 좋으니,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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