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현선 기자를 안산에 있는 학교들로 보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4월이 되면 자발적으로 노란 리본을 공동 구매해서 착용하고 다닌다고 하네요. 역시나 노란 리본을 단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고, 현 기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기사 취지 설명하고 다 허락받았어요." 알아서 잘한 현선 기자에게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잘했어. <뉴스앤조이> 기자답다." 기사에 아이들 얼굴도 나오지 않고 이름도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대상이 되는 사람의 허락을 받는 게 취재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구무언입니다ㅠㅠ

지난 주일, 현선 기자는 서울에 있는 한 교회 앞에서 여성 청년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성 청년들이 교회에 올 때 어떤 옷을 입는지, 옷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는지 여성주의 관점으로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이미 한 교회에서는 취재를 마쳤고 인터뷰도 다 따놓은 상태였습니다. 위 교회에서 찍은 사진은 기사에 쓸 자료 사진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기사를 내보내는 최종 책임자인 저는 현 기자와 잠시 고민했습니다. 안산에서와 다르게, 이번에는 사진에 찍힌 사람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들어가는 사람 수십 명을 찍은 거라 상황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사진들이 없으면 현장 분위기를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 19일 월요일 오후 3시 50분경 사진을 게재한 상태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8시쯤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사진을 내려 달라고 하는 전화였습니다. 그때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사진을 내보냈다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자기 뒷모습이 동의 없이 실렸다고 전화한 그분께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즉시 그 교회 앞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두 내렸습니다. 

"기사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 "공익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지만, 명백한 실수 앞에서 그런 말들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얼굴이나 이름이 나가지 않았어도, 공인(公人)이 아닌 사람의 사진을 허락 없이 게재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어제 저녁, 급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느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아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한 점 사과드립니다. 또 기사 수정으로 독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동의 없이 사인(私人)의 사진을 게재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더욱 철저하게 취재 윤리를 지키고 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는 <뉴스앤조이>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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