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오늘 우리는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영구 정지라는 역사적 사건 앞에 서 있습니다. 고리 1호기 폐쇄는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의 오랜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고리 1호기 핵발전소 영구 정지를 통해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국내 최초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9일 자정, 영구 정지됐다. 탈핵 운동을 해 온 환경 단체들은 탈핵 원년을 환호하며 고리 1호기 폐로를 축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아침,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서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계에서 탈핵 운동을 한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 역시 광화문에서 '고리 1호기 폐로 감사 예배'를 진행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YWCA 등 탈핵 운동에 동참했던 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예배에 온 참가자들 얼굴이 밝았다. '참 좋다', '모두 가라 핵발전소!', '고리1호기 폐쇄! 안전한 해체와 핵 없는 세상으로의 길' 등 고리 1호기 폐쇄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적힌 부채를 들고 있었다.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가 고리 1호기 폐로 감사 예배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예배는 민경자 회장(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감사 기도로 시작했다.

"2013년 부산에서 진행된 WCC에 맞추어 진행된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한 40일 릴레이 금식 기도, 고리1호기 앞에서 진행된 탈핵 주일 연합 예배, 2015년 '탈핵에서 생명으로 가는 40일 순례'로 기독교인이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핵의 위협과 공포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향해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크고 놀랍습니다. 핵 산업을 지키려는 이들의 강고한 연대와 수없는 방해에도 고리 1호기가 폐쇄의 날을 맞은 것은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를 인도하셨기 때문입니다."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현대사회의 탐욕을 지적했다. 타인의 희생을 근간으로 하는 핵발전소를 넓은 문으로 보았다.

"현대의 핵발전소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끝을 모르는 소유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자의 희생 위에 자기 삶의 안전과 풍요를 구축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믿는 잘못된 행복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핵의 위협을 알면서도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약자들의 희생 위에 강자들의 풍요로운 삶을 구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양육강식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핵 발전을 주장하지 않지만 내가 사는 곳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허용될 수 있다고 믿는 이기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가 40년 만에 정지되고 폐로 수순을 밟는 것은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 일을 감사하는 건 단순히 우리가 반대하던 에너지 정책이 중지되었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핵의 위협을 약자들에게 전가시킨 대가로 에너지의 풍요로움을 거부할 수 있는 인간성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약자들의 희생 위에서 구축된 소유욕의 충족이 더 이상 우리의 행복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가 설교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탈핵 운동을 해 온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탈핵 운동을 진행한 서로를 격려하며 포옹했다. 이들은 고리 1호기 폐로를 축하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탈핵을 위한 로드 맵이 만들어지고 창조세계가 회복되기를 함께 기도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환경 단체와 연대해 탈핵 운동을 펼쳐 왔다. 예배에 참여했던 YWCA 경우, 2014년 탈핵을 중점 사업으로 채택하고 전국 52개 YWCA가 매주 화요일마다 탈핵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올해 사순절을 맞아 40일 금식 기도 및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주로 찾아가는 기도회도 마련했다. '잘가라!핵발전소100만서명운동본부'의 기독교 버전인 '잘가라!핵발전소100만서명기독교운동본부'은 교회와 개인을 대상으로 핵발전소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총 33만 8,000명이 서명했고, 그중 기독교운동본부는 2만 6,000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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