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뭐합니까, 같이 연대합시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큐멘터리로 가장 많이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예요. '연대합시다'.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함께하자고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청년 감독 김석 씨(30)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간단했다. 교회 안에서 모이는 것이 신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에게, 교회 밖에서 약자와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2013년 말부터 지금까지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석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특이하다. 세 편 중 두 편이 한국교회를 이야기한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투쟁하는 기독교인을 찍은 '불한당: cross-fire',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교회에 대한 단상을 녹여 낸 '언덕을 떠나서'가 그렇다. 그는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빨갱이 또는 유별난 사람들로 인식돼 있는 인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불한당: cross-fire'은 2017년 인디포럼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1,000편이 넘는 공모작 중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는 김 감독 작품을 포함해 단 7편만이 선정됐다. 청년 감독 김석 씨는 왜 한국교회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을까. 6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김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석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특이하다. 작품 세 개 중 두 개가 한국교회에 관한 이야기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지금까지 다큐멘터리를 세 편 제작했다. 그중 '불한당: cross-fire', '언덕을 떠나서'는 한국교회를 겨냥했다. 왜 한국교회 이야기를 다루었나.

다들 그렇겠지만, 관심 있는 걸 찍는다. 나는 모태 신앙이기도 하고, 3년간 가나안 교인이기도 했다. 대학 다닐 때 선교 단체 활동도 하고. 교회는 나에게 가깝고 밀접한 이야기이고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거리 위에서 예배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재능교육 투쟁 현장을 찍은 첫 장편 '명자나무'를 촬영하면서다.

2016년 크리스마스 즈음, 감리교 목사·신학생·교인들이 거리로 나와 시국 선언을 했다. 그날 우연히 촬영하러 갔는데,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 감리교 목사들이 경찰에게서 교인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더라. 그 장면을 보는데, 늑대로부터 양들을 지켜 내는 목자가 떠올랐다. '이게 정말 목사, 목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거리에 나온 기독교인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됐다. 교회 안에서 신앙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약자와 함께 예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 다큐멘터리 '불한당: cross-fire'을 보니, 성경과 예수를 알수록 교회와 멀어졌다고 자기 고백하던데. 김 감독이 경험한 한국교회는 어땠나.

내가 배우고 체득한 성경은 '네가 예수를 알았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나가라'였던 거 같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교회는 아니었다. 교회 안에서만 모이라고 가르쳤다. 개인 신앙만 강조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과연 예수가 개인을 구원하기 위해 공생애를 사셨을까' 싶었다.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건 비단 내가 다녔던 교회만의 일은 아니었다.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다.

최근 교회에서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의 니즈(needs)를 맞추지 못했거나 교회 문화가 사회를 뒤따라가지 못해서라고 한다. 나도 2013년부터 3년간 가나안 교인으로 살았다. 청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교회가 내놓는 이야기가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사회는 다양해지고 여러 담론이 나오는데 교회는 그 담론을 따라가지 못한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제지하는 식이다.

이런 교회 레토릭에 공감하기 어려우니까 출석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교회에는 목사가 하는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 '퓨어 신자'만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성경을 알고 나서 교회와 멀어졌다고 말한 것이다.

- 탄핵 정국 때 최태민과 기독교의 연관성을 알리는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갔다. 비기독교인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데.

충동적으로 피켓을 만들어 나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한 방송에서 최태민과 기독교의 연관성을 짚어 주더라. 박정희 시절에 구국선교단이 국책 사업을 맡으면서 어떻게 기득권을 갖게 됐는지 계보를 말해 줬다. 소위 세상 언론은 기독교와 최태민의 커넥션을 지적하는데, 기독교 안에서는 최태민이 이단이고 최순실은 무당이라며 선을 긋더라.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피켓을 만들고 거리로 나갔다. 비기독교인 시민들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공감하고 좋아해 줘서 놀랐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교회의 민낯을 이야기했다. 제3자는 보이는데 당사자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시민들이 그런 걸 짚어 줬다.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종교를 바꾼 할머니, 교인에게는 정치 참여하지 말라더니 정부와 결탁한 교회를 지적하는 중년 등 많은 분이 피켓을 보더니 말을 걸어 왔다. 고마웠다.

'불한당: cross-fire'은 길거리로 나온 목회자 및 교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진 제공 김석

- '불한당: cross-fire'에서 박근혜 정권 탄핵을 요구하는 목사가 나무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독교인들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친다. 작년부터는 신학생들이 약자와 연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성 교회와 다른 흐름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일단 종교 권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나도 촬영하면서 알았는데, 종교 행사는 따로 집회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종교 단체가 나오면 경찰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노동 투쟁 현장이나 연대가 필요한 사람들은 종교 단체가 함께해 주면 엄청나게 힘을 받는다. 행진할 때 스님이 앞장서서 삼보일배하거나 사제가 함께 걸어 주면 경찰이 함부로 연행할 수 없다고 하더라.

개신교는 이미 종교적 권력, 사회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쉽게 건들지 못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종교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개신교가 종교적 권력만 행사하고 사회적 권력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혹은 잘못 행사하고 있다는 거다. 약자와 연대하고 그들에게 나눠 주는 게 아니라, 정부 권력이나 기득권에게 힘을 양도하면서 오히려 종교 권력은 키워 가고 있다. '불한당: cross-fire'에 출연한 목사·기독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수 개신교인들도 투쟁 현장에서 싸우고 기도회 열어 주면 어떨까. 지금보다 더 많은 현장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 지금 편집 중인 '언덕을 떠나서'는 어떤 내용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다양성'을 무시하는 한국교회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게 싫다. 종교가 고립되면 결국 썩는다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만 썩어 없어지면 되는데, 꼭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죄 없는 사람이 돈을 뜯기거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가정이 파탄 난다. 사회문제로 번져 나온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런 한국교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었다. 결론은 교회만의 성벽을 쌓는 일을 그치고 바깥으로 나와 연대하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에는 포스트모던 사회 속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나온다. DJ 진호와 진규선 목사다. 전직 전도사인 DJ 진호는 교회 테두리 안에서 EDM을 한다며 핍박당했다. 진규선 목사는 신학도로서, 창조과학에 매몰돼 있는 한국 개신교를 비판하려다 자유주의 목사라는 딱지를 얻었다. 그 역시 하나의 신학이 모든 개신교인의 신앙을 지배해 버리는 한국교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문을 닫아 버리는 교회를 보여 주면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고 무엇을 담당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 최근 개신교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제자 옥한흠'이나 '서서평' 정도가 생각난다. 김석 감독 작품은 조금 결이 다른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인가.

한국교회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고민하는 게 있다. '과연 이 다큐멘터리가 비기독교인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이다. 복음이든 교회든 우리끼리 좋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만 보고 좋아할 게 아니라, 비기독교인과도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나는 기존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담지 못한 지점을 다루고 싶다.

'언덕을 떠나서'는 올해 하반기에 완성될 예정이고, '불한당:cross-fire'는 배급팀 '다큐유랑'을 통해 공동체 상영 신청을 받고 있다.

문의: facebook.com/docuurangblog.daum.net/docuurang(다큐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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