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목회자 노후 보장을 위해 연금(은급) 재단을 운영한다. 현직으로 있을 때 일정 정도의 돈을 내고 은퇴 이후 다달이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취지는 좋은데, 돈이 모이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난다. 비전문적인 투자로 원금 손실이 일어나기도 하고, 기득권 세력이 배임·횡령하기도 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서대문 총회 목회자 2,500여 명이 가입한 (재)기하성연금공제회(연금공제회·이영훈 이사장)는 지난해 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누군가가 200억 원이 넘는 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대출 원금만 83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이사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지시로 조사가 이뤄졌고 곧 배후가 밝혀졌다. 기하성 서대문 총회장과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을 지낸 박성배 목사, 연금공제회 전 이사장 서 아무개 목사였다. 박 목사는 교단·신학교 공금 30억을 횡령해 카지노에서 탕진한 죄로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성배 목사는 목회자들의 연금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두 목사는 2007~2008년경, 한 보험회사에 예치된 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박 목사가 1차로 30억을, 서 목사가 2차로 13억 5,000만 원을, 3차로 다시 박 목사가 40억을 대출했다. 보험회사는 연 6%대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 대출은 연금공제회 명의로 진행됐다. 이 사실은 두 목사와 소수의 측근만 알았다. 연금공제회 이사회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돈을 빌린 지 9년이나 지났지만, 원금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금공제회는 원금에 이자를 더해 114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거액의 돈을 빼돌린 당사자들은 태연했다. 박성배 목사는 올해 2월, 이영훈 목사를 만나 "순총학원이 70~80억 정도 하는데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세운 학교법인을 넘길 테니 조용히 넘어가자는 의미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는 6월 1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불법 대출을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는 없이, 무작정 학교를 사 달라는 박성배 목사의 태도를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연금공제회는 두 목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두 목사는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박성배 목사는 공판에서, 교단 신학교를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목사 법률 대리인은 1차로 받은 30억 원 건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3차로 대출받은 40억 원 중 10억 원은 이미 상환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30억 원에 대해서는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6월 1일 마지막 공판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교단과 신학교 발전을 위해 그런 것이니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며 머리를 숙였다. 재판장은 피해액이 이자를 포함해 114억 원에 이른다며 어떻게 보전할 것이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자유의 몸이 되면 갚을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선처를 부탁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서 목사는 "불미스런 일로 목회자들에게 누를 끼쳤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빠른 시일 안에 (피해액을) 처리하겠다. 판사님의 처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목사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을 계속 지켜봐 온 교단 관계자는, 박성배 목사가 재판정에서도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10억 원을 상환했다거나, 조용기 목사가 30억 원을 쓰게 허락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저 주장대로라면 결국 박 목사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게 된다. 목사 2,000명에게 피해를 끼쳐 놓고도 반성은 없다. 지금까지 박 목사는 배임·횡령죄로 3번이나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이번야말로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목사의 1심 선고 재판은 6월 29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연금공제회는 올해 2월 담보대출을 해 준 보험회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금공제회는 이사회 결의와 감독기관 승인도 없었는데 보험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해 줬다며, 해당 보험회사를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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