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교수들은 20년간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기흥 명예총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평택대학교 교수들이 조기흥 명예총장의 구속 기소를 촉구했다. 조기흥 명예총장은 여성 직원을 20년 가까이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평택대학교 교수협의회와 평택성폭력상담소 등 관계자 20여 명은 6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기흥 명예총장 구속 기소 △명예총장 등 모든 공직 사퇴 △김삼환 이사장(명성교회 원로)의 철저한 진상 규명 △정부의 성폭력 관련 대학 감사 △대학 안 성폭력 사건 예방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제도 강화 △인권 유린과 성폭력이 횡행하는 사학 운영 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장정민 교수(교수협의회장)는 조 명예총장의 성폭력 사건을 "대학 총장이 말단 직원에게 20년 전부터 가해 온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장 교수는 "전형적 권력형 비리로 을에 대한 갑의 횡포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다. (조 명예총장은) 피해자가 결혼한 이후에도 범행을 저질러 가족 윤리를 짓밟았다. 조 명예총장은 기독교인임에도 수년간 개인의 영혼을 짓밟았으며, 교육 기관의 공인으로서 학생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적 욕망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조기흥 명예총장 사건은 학내 성고충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학내 성폭력 재발의 위험이 잔존하며, 피해자를 위한 신변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숙 평택성폭력상담소장은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20년 지난 일을 왜 이제 와서 신고하느냐고 말하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A의 사례 같은 경우는, '장기화·학습화한 무기력'이라고 한다. 상대가 높은 분이고 자신은 20대 초반 말단 직원이었다. 성격도 순박한 사람이었다. 조 명예총장이 사무실에 올 때마다 피했다고 하지만, 아무도 없을 때 외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다. 힘이 없다는 생각에 굴욕감과 수치감, 무력감이 생겼을 것으로 본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는 이런 현상을 '긴장성 부동'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김 소장은 "2016년 최근까지 추행이 있었던 만큼, 검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강간 두 가지를 다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다수 성폭력 사건은 증인과 증거가 없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인지, 증언이 합리적으로 인정되는지를 봐야 한다. 가해자는 발뺌하겠지만 우리는 조 명예총장에게 유죄가 인정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과거 평택대학교는 대학 비리 혐의로 수차례 검찰 조사와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 교수들은 이 문제를 조기흥 명예총장 일가가 학교 행정을 장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 명예총장이 직원이나 교수들을 대하는 독단적 행태가 이번 성폭행 사건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교수들은 6월 14일 평택지청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피의자 조기흥 씨는 친·인척 등 측근들을 통해 피소 사건의 은폐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 조 명예총장의 조카가 평택성폭력상담소장에게 전화하여 '내일(6월 15일) 기자회견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조속히 기소 처분해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주장했다.

교수협 관계자들은 "조 명예총장이 아직도 이필재 총장 대신 학사 운영을 하고 있고, 이 총장이 반기를 들자 이사회를 열어 해임하려고 한다"면서, 검찰이 빨리 기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교수는 "평택지청 앞에서 조 명예총장 기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70일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오늘도 릴레이로 한 교수가 나갔다. 조 명예총장에 대한 처분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기소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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