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을 발표한 CCM 그룹 시와그림의 보컬 김정석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영성'으로 노래하는 CCM 그룹 시와그림(조영준·김정석)이 3년 만에 새 앨범 '구합니다'를 발표했다. 1집 '항해자'부터 7집 '왕이 오신다'까지 CCM 앨범을 발표한 시와그림은 이번에는 워십(예배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지금까지 CCM 앨범에 수록된 주옥같은 곡을 따로 추려 리메이크했다.

이미 발표한 곡들을 앨범에 담은 것이라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정반대다. 시와그림 곡 중에는 키가 높아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많다. 이번 앨범에서는 예배 시간에 편하게 부를 수 있게 음을 낮추고, 강한 분위기의 노래는 부드럽게 재해석했다. 듣는 음악에서 같이 부르는 곡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곡 순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구합니다'로 시작해 '주의 피', '항해자', '잠잠하라', '걸어오라', '사명선', '이제 역전되리라', '허리를 숙여 돌을 주으라', '이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재'로 이어진다. 앨범 전체를 한번 듣고 나니, 헛헛한 마음이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시와그림 보컬과 사역을 맡고 있는 김정석 목사(화곡중앙교회)를 서울 극동방송에서 만났다. 작년 9월 인터뷰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는 라디오 방송 녹음이 있었다. 찬양 사역뿐 아니라 강의·목회 등 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앨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김 목사는 "다 하나님의 은혜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 CCM 앨범이 아닌 '예배 음반' 1집을 발표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2000년 데뷔해서 CCM 앨범을 7장 냈어요. 80곡 이상 발표한 셈인데,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앞서 발표한 좋은 곡들이 묻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르는 분들에게 소개도 하고, 전체 앨범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워십을 냈어요. 기존에 발표한 곡을 재해석했는데요. 음부터 시작해 스타일에 변화를 줬어요. 많은 교회가 워십 곡을 필요로 하는데, 이 앨범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 올해 초 앨범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연기된 이유가 있나요.

조영준 작곡자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거든요.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작업 시간이 길어졌어요. 녹음 파일을 주거니받거니 하고, 어떨 때는 휴대폰을 켜 놓은 상태에서 직접 (조 작곡가에게) 들려주기도 했어요. 작업 시간이 생각보다 늘어나면서 송상경 프로듀서가 특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웃음)

- 10~20년 전에 비하면 침체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CCM 인기가 시들시들한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CCM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중가요조차 음원 한 곡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죠. 힘든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음악적으로 봤을 때 저는 '부흥기'라고 생각해요. (대중가요든 CCM이든) 음반 시장은 안 좋지요. 그러나 청소년·청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거든요. 저는 영적인 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삶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먹고사는 어려움도 있고, 삶의 의미를 못 찾는 분도 많아요. CCM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 소리엘, 김명식, 천관웅, 소향, 옹기장이 등 쟁쟁한 CCM 스타들이 활동했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요즘 CCM에는 "서사가 없다", "노래 기술만 좋아졌다"고 지적하는데요. CCM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CCM은 특히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부어 주시는 마음, 기도의 내용을 곡에 그대로 쏟아 넣어야 해요. 특히 곡은 추상적이지 않아야 해요. 단순히 아름다운 가사를 짜깁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봐요. '항해자' 같은 경우 해석이 필요 없는 곡이거든요.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 때, 말 그대로 모든 게 무너졌을 때 조영준 작곡가가 골방에서 눈물 뿌리며 기도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오늘의 시와그림을 만들었어요. 짐승처럼 부르짖어 얻은 항해자는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항해자를 듣고 자살 유혹에서 벗어난 분들이 많아요. 주님 앞에서 정제되지 않은 고백, 진실한 고백을 하면 좋은 곡이 나온다고 믿어요. 물론 가사 내용은 신학과 성경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요.

- 제 주위에도 찬양 사역자가 제법 있는데요. 아무래도 형편이 어렵다 보니, 교회 사역과 병행을 같이 해요.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CCM 사역자의 삶은 찬양만 하는 게 제일 좋아요. 물론 현실은 쉽지가 않죠. 한번은 다래끼가 나서 수술을 했는데 돈이 없어서 약을 못 산 적 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 울면서 '약 하나 살 돈 없다'며 기도했어요. 하나님께서 바로 채워 주긴 했는데, (찬양 사역자는)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그럼에도 사명이니까 하는 거거든요. 후배 사역자 중에 힘드니까 부교역자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교회 사역을 같이 하다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되더라고요. 찬양하는 사람은 찬양의 삶을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도 묵묵히 찬양 사역의 길을 가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의 축복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김 목사는 찬영 사역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강의, 목회도 병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교회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교회들이 있어요. 전북에 있는 한 교회는 '지역 교회'를 섬기는 사역을 했어요. 큰 교회도 아닌데, 수련회 철이 되면 작은 교회 청소년들을 초청해 연합 집회를 해요. 사역자 사례부터, 숙식 등 다 챙겨 줬어요. 한 번에 그친 게 아니고 몇 년째 귀한 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기억에 남아요.

수원에 있는 한 교회는 부교역자들을 위해 분립 개척을 해 줘요. 최근 4년간 4차례 분립했어요. 그냥 분립이 아니라 교인도 파송하고, 매달 100만 원씩 4년간 지원해 주거든요. 전도가 안 되는 요즘 시대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무조건 커지려 하지 않고, 서로 나누려 하는 모습에 큰 은혜를 받았어요.

광주에 있는 한 교회 목사님은 시와그림 초청 집회를 열어 줬어요. 저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콘서트를 해 본 적 없었거든요. 각종 광고를 통해 광주 지역 교인들을 초청했는데, 예배당을 가득 메웠어요.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는 뜨거운 집회였어요.

- 시와그림은 그룹인데요. 이렇게 오랫동안 그룹 활동을 해 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햇수로 따지면 18년 됐어요. '팀'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이 싸우고 깨지기도 하는데요. 저희는 그러지 않았어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분야가 달랐거든요. 조영준 작곡가는 작곡만, 찬양 사역과 보컬은 제가 했어요. 또 대화를 많이 했어요. 남자 둘이 만났다 하면 엄청 떠들었어요. 마음이 통하는 날에는 춘천으로, 속초로 점심 먹으러 가면서 대화하고 또 대화했어요. 대화하다 보면 성령님이 함께하는 걸 느껴요. 곡이 나오고, 컨셉이 정해지고, 서로의 마음도 알게 돼요. 항상 대화를 하니까 같은 마음을 품고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로 힘이 되어 주고, 평생 함께 갈 귀한 친구인 셈이죠.

- 18년차 CCM 가수로서 후배 찬양 사역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이제 발을 내딛는 찬양 사역자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교회가 유명한 사역자만 찾는 시대니까요.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요. 10여 년 전만 해도 찬양 사역자들은 유명하든 안 유명하든 많은 초청을 받았어요. 그런 기회를 통해 실력도 닦고 그랬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 아쉬워요. 그래도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꼭 하나 당부하고 싶은 건 '영성'이에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영성이 우선이라고 봐요. 영성이 살아있으면 반드시 하나님이 사용하신다고 믿어요. 태도도 중요해요. 어떤 상황이 주어지든지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돌려드리는 그런 자세 말이죠.

- 마지막으로 팬과 <뉴스앤조이>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경은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잖아요. 찬양 사역도 마찬가지죠. 사랑의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CCM을 많이 사랑해 줬으면 해요. 찬양 사역을 다니다 보면 저희 노래는 알면서, 정작 '시와 그림'이 부른 줄 모르는 분들이 제법 많아요. 가요는 그렇지 않잖아요. 곡과 가수 매치가 잘 되는데, 아무래도 찬양 사역은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CCM을 위해 기도해 주고, 사랑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더 좋은 찬양 사역자들이 세워지리라 믿습니다.

시와그림의 1집 예배 음반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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