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지난주 제가 쓴 글에 댓글이 여러 개 달렸습니다. 그중 한 독자는 진지한 충고를 해 주셨는데요. 요지는 "기사를 권력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편집국으로 걸려온 한 목사와의 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는데, 그분은 "그렇게 쓰면 앞으로 누가 <뉴스앤조이> 편집국과 통화하고 싶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단박에 "그게 아니라 내 의도는 이러이러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말하고 싶은 욕구를 잠시 멈추고 댓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글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OOO 님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소위 진보 언론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 신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몇 가지는 상식적 차원에서 언론사들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 신문사 기자들이 독자를 대하는 태도는 저에게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자로서 저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독자를 향해 '우리는 그런 의도가 아닌데 너희는 왜 그러느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독자 위에 서서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진보 성향의 언론사 기자들이 조금 고자세(?)처럼 보이는 이유가, 그동안 언론사들이 '완벽한 저널리즘'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사실만을 말해야 하며 기사에는 어떤 논리적 오류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론의 신뢰도와 연관돼 있습니다. 언론사가 이미 내보낸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모든 합리적 반론을 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기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기자는 단박에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혹은 "나도 그 부분은 이미 생각해 봤는데~"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조금 엇나가면, 독자를 적으로 상정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는 거죠.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마크 브릭스(Mark Briggs)는 <참여 저널리즘>(한국언론진흥재단)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마음가면2>에서 '완벽하고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매혹적이긴 하지만, 세상엔 그런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뉴스룸들은 오랜 기간 완벽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저널리즘(혹은 다른 분야에서도)에 완벽한 것이란 없다."

또 한 가지, 기자들이 독자와의 소통에 노력하기보다 포기해 버리는 이유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충고보다 욕설과 비방, 막무가내식 자기 논리로 무장한 댓글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OOO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사상 검증, 마녀사냥식 질문은 정말 곤욕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귀 기울이고 가슴에 새길 만한 조언까지 도매금으로 넘겨 버리면 안 되겠습니다. 이해를 구할 것은 이해를 구하되,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버리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저널리즘은,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완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은 그럴듯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뉴스앤조이>는 앞으로 이런 부분을 공부하고, 독자들과 소통할 방법을 만들어 내는 언론사가 되려고 합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독자 여러분께서 기다려 주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요.

저널리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신교계 저널리즘의 상황은 바닥이라고 느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교권과 금권에 자유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요새는 페이지뷰(page view) 수를 늘리려 어뷰징 기사를 쓰거나 기독교 신앙과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기사화하는 언론사도 많습니다.

이번 주에는 크리스천기자협회에서 벌어진 해프닝과 한 기독교 방송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사화하려고 합니다. 문서 선교, 방송 선교를 이야기하는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취재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런 행태를 보고 있으면, 이들에게 '문서 선교'란 그저 교회 후원을 따내기 위한 도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뉴스앤조이>만 잘났다는 것은 아닙니다. 타 언론사를 향한 비판의 칼날은 우리의 목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비판·견제하며 개신교계 저널리즘 수준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결국 독자들과 언론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올바른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도 교회 개혁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주도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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