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 문제점을 알고 있는가. 해당 법안이 통과된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이 일어났는지 단 한 번이라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 적 있나.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는 법조인을 비롯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나. <신학춘추>는 차별금지법의 폐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목소리는 조금도 담지 않고 오로지 동성애 옹호 세력의 의견만을 개진할 뿐이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학보사 <신학춘추>가 퀴어 문제를 다루자 학생들이 반발했다.

<신학춘추> 114호(5월 30일 발행)에 퀴어 문제를 다룬 기사 2개와 무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논란이 된 첫 번째 기사는 '퀴어 성서 주석'(Queer Bible Commentary) 번역본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대선 당시 후보들의 동성애 관련 발언, 군형법 92조 6 논란, 퀴어신학 운동이 필요한 이유 등이 담겼다.

두 번째 기사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목회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인터뷰였다. 임보라 목사와 함께 섬돌향린교회에 출석하는 교인 이야기도 취재했다. 기사에 나온 교인은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로, 올해 3월 남성과 결혼했다. <신학춘추>는 '어느 멋진 날, 보통의 신혼부부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이번 호에 실린 무녀 정순덕 씨 인터뷰도 논란이 됐다. 제목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 '무당' 정순덕을 만나다". 정 씨는 황해도 굿 계승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금화 무녀 제자다. <신학춘추>는 정 씨를 인터뷰하며, 타 종교인 눈으로 본 기독교에 대해 보도했다.

장신대 <신학춘추>가 퀴어 문제를 기사로 다뤘다가, 일부 학생의 반발을 샀다. 사진 제공 <신학춘추>

재학생 "학교 신문 동성애 부추기나"
담당 교수 사과 "교단 입장 따른다"
타 재학생 "동성애 몰이해 아쉬워"

<신학춘추>가 발행되자, 교내에서 기사를 반박하는 의견이 나왔다. 재학생 A는 신문이 발행된 다음 날인 5월 31일, 학교 홈페이지에 '장신대의 <신학춘추>는 동성애를 부추기고 무당을 예수의 자리에 두려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시작으로 학교 홈페이지에는 기사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A는 "장신대 공식 신문 <신학춘추> 114호에서 제4·7·8면에 걸쳐서 동성애를 옹호할 뿐 아니라 무당을 두고 '하늘과 사람을 잇는 사람'이라고 칭하였다. 기사 내용 중 어떤 부분에서도 동성애와 무당의 인터뷰를 성경의 가치관으로 여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동성애 진영과 무속인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했다"고 했다.

A는 보수 개신교가 펼치는 반동성애 논리를 들며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그는 △연구를 통해 동성애는 선천적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에이즈가 남자 동성애자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동성애자를 성소수자로 분류하면 유아·소아·동물 성애자도 성소수자로 봐야 한다 △동성애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은 혐오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신학춘추> 다음 호에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 감추어진 동성애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반론 보도를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A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올렸다. A가 쓴 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80회 넘게 공유되고, 50개 넘게 댓글이 달렸다. "장신대가 신학대가 맞냐"부터 시작해 "정신 나간 <신학춘추>", "기도와 말씀의 능력을 경험치 못하고 세속 학문에만 머리가 커진 신학생들은 세상 사람보다 타락하기 쉽다. 왜? 마귀의 먹잇감이므로", "이 자들에게 영혼을 맡기고 신앙생활할 수 있을까? 성경 가치가 아니라 시류에 영합하는 인간들에게 절대 교회를 맡기지 마라", "말세라는 걸 점차 확실히 느낀다. 말세에는 정말 좁은 길, 옳은 길… 남들이 손가락질 하더라도 오직 예수만 따라가겠다" 등 다양한 사람이 동성애에 반대하는 댓글을 달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학춘추> 담당 하경택 교수는 6월 2일, 장신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장신대는 동성애와 관련하여, 교단 신학교로서 교단의 입장을 따른다 △금번 <신학춘추> 기사 중 신학적 성찰 없이 단순 소개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 게재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추후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내 홈페이지에는 <신학춘추> 논조에 동의하며 동성애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학생들은 "<신학춘추>가 이런 글을 써 주어 고맙다", "이번 호를 읽으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고 생각했다. 퀴어신학·동성애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마땅히 다뤄야 할 주제다", "우리 이웃이지만, 차별과 혐오 속에서 숨어 살던 성소수자에 대해 이제 좀 알고 얘기해 보자", "동성애를 대하는 우리의 무식과 몰이해가 아쉽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이 성서적이고 복음에 합당한 일인 양 떠들지 말아라. 그 알량한 입장 때문에 상처받고 실족하거나 교회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썼다.

한 재학생은 교내 홈페이지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신학춘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장 "퀴어, 당연히 다뤄야 할 문제
동성애 가치판단 전에, 인간으로 보자
보수 개신교인 모르는 일 알려 줘야"

<뉴스앤조이>는 6월 5일 <신학춘추> 편집장 B와 통화해, 기사를 쓰게 된 계기와 이번 사태에 대해 물었다. B는 "동성애는 학내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다. 동성애가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다루고 싶었다. 그 사람들 역시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래서 퀴어신학 토크쇼도 가고, 인터뷰도 진행한 것"이라고 기사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은 동성애는 인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을 사람으로 보는 건 굉장히 상식적인 일이다. 임보라 목사 인터뷰에서 '보통의 신혼부부'라고 제목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도 사람이다. 그 부부가 원하는 것은 보통 부부처럼 살고 싶다는 거였다. 자기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더라도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동성애에 대한 편협한 관점을 관철하려고 하는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는 A가 교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도 공평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B는 "동성애 주제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들 말대로 균형을 갖추려면, 오히려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소개되지 않아 혐오까지 이어지는 부분을 보여 주는 게 균형"이라고 했다.

B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 반발과 무관하게 동성애는 꼭 다뤄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슈를 다룰 필요가 있다면 (<신학춘추>에서) 또 다룰 수 있다. 다만 이슈에 대해 선이해가 없는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줄 필요는 있다. 기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한 점은 겸허히 수용하지만, 이 주제를 다루지 말아야 했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무녀를 인터뷰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그는 "무당의 '무'(巫)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사 제목은 무당 스스로가 느끼는 정체성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기자의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신학교 신문에서 왜 무당 인터뷰를 실었느냐고 질문하는데, 이 코너는 종교학에서 무교로 분류하는 고유의 토속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춘추> 담당 교수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과문을 게시했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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