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저희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화하시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기사에 대한 정당한 항의나 논리적인 의견은 저희도 존중하고 끝까지 들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다짜고짜 반말로 시작해서, 무조건 기사를 내리라거나 "<뉴스앤조이>는 하나님 믿느냐"고 묻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퍽 난감합니다.

지난주에 통화한 분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을 '독자' 그리고 '목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분의 불만은 한 가지였습니다.

- 왜 '주의종'을 비방하는 기사를 씁니까!

다짜고짜 하는 말에 저는 되물었습니다.

- 목사님, '주의종'이라면 누구를 얘기하시는 거예요?
- 당연히 목사죠.

그분은 요새 주의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언론사가 몇 군데 있다며 그러면 안 된다고 따졌습니다. 저는 "목사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가 불만이신지 알 수가 없고요. 어떤 기사가 어떻게 잘못됐다고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겠다고 했습니다. 전화 끊지 말고 다 들으라고 강요(?)하면서요.

- 성경에 보면, 다윗이 사울 왕을 해치려고 할 때 하나님이 그랬어요. "너, 사울 왕에 대해서 손대지 마라. 사울 왕은 기름 부은 종이다." 다윗도 기름 부은 종이긴 한데… "절대 사울 왕에 대해서 손대지 마라." 그래서 다윗이 도망만 다녔어요. 그런데 만일 기독교 언론들이 주의종을 갖다가,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일반 평신도가 그렇게 비방할 수 있는 건지. 이게 앞뒤가 안 맞아요.

적당히 응대하고 끊으려고 했던 저는 점점 그분의 사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아, 그러니까 목사는 기름 부음 받은 사람이라서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요?
- 그렇죠. 최소한도 그렇게 (목사를 비판)할 경우에는, 목사 안수를 받고 주의종의 사명이 있는 사람 중에서, 목회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어야 그게(비판이) 가능하다고 봐요.
- 그런데 목사님, 개혁 교회는 만인제사장 아닌가요? 평신도도 모두가 다 기름 부은 종 아닙니까?
- 아니, 그럼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까?
- 그럼 무조건 목사 안수를 받아야 주의종이 된다는 건가요?
- 그렇죠. 어떻게 만인제사장설이라고 해도 아무나 주의종이 됩니까? 그건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저는 조금씩 그 목사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궁금한 한 가지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 근데 목사님. 말은 '종'인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종이 평신도의 상전처럼 보이거든요?
- (콧방귀)하… (한숨)휴… 어쨌든요. 참고하세요.
- 평신도라도 주의종이 잘못하면 얘기할 수 있잖아요. 잘못이 있어도 그냥 다 덮고 가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지혜롭게 해야 한단 말이에요. 지혜롭게.
- 지혜롭게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희도 지혜롭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 보통 (언론들이) 주의종을 교회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사람들 입장만 대변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주의종도 입장이 있거든요. 주의종이 억울한 부분은 아예 말을 않더라고요.
- 아 네, 목사님. 저희도 취재할 때… 
- (덜컥. 뚜뚜뚜…)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그 목사님은 '목사'를 지칭할 때 한 번도 목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주의종은, 사실은 종이 아니라 사울 왕처럼 '왕'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 > 주의종 > 평신도'라는 거죠. '주 = 주의종 >>>>>>>>>> 평신도'는 아니겠죠?

그분은 뭔가 반대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띄어쓰기에 민감하신 분들은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주의종'이라는 단어는 국립국어원에 있는 단어입니다(두둥!). 그 뜻은 이렇습니다.

1. 『가톨릭』시복(諡福)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교황청에서 공인하는 존칭 가운데 하나. 복자(福者)의 아래이며 존자(尊者)의 위이다.
2. 『기독교』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목사·전도사를 이르는 말.

조금 당황스러우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2번 해석을 보면, 그 목사님 말이 다 틀린 건 아니네요.

독자 여러분들은 '주의종'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감히 이 정의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뒷부분 "목사·전도사를 이르는 말"이라는 정의가 말이지요.

목회자의 권위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의종'이라는 말은 목회자가 받아야 할 적정한 권위를 넘어, 목회자 맹신·맹종을 불러왔습니다. 필요 이상의 권위를 입은 목회자는 '종'이 아니라 '신' 아니면 '신의 대리자'쯤이 됐습니다. 저는 취재하면서 "주의종이 거꾸로 오줌을 싸든 똥을 싸든 그건 하나님이 판단하실 문제다"라는 말도 들어 봤습니다. 교인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여러모로 종교개혁 500주년에 뜻깊은 전화 통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뉴스앤조이>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확 들면서 더욱 사명감에 불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주의종'이라는 말은 결코 목회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 겁니다. 이번 주에도 진정한 '주의종'의 뜻을 되찾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도와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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