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정치책> / 홍세화 외 4인 지음 / 나무야 펴냄 / 163쪽 / 1만 3,000원

'나 한 사람 투표한다고 세상이 변해?'

그렇습니다. 그게 쌓이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항상 대통령을 투표로 뽑았습니다. 몇 번의 가당찮은 이들에 의해 투표권마저 잃었을 때도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정치에 실망하고 투표를 포기할까 하다가도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허울에 씌어서 또 투표장으로 가곤 했습니다.

문 대통령님!

좀 늦었지만, 아니 한참 늦었지만 대통령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투표장에 갔습니다. 이번의 제 선택이 탁월하다는 자긍심이 마구 솟아나니 아직은 참 행복합니다. 신선한 충격을 연일 주시는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은'이란 단어의 뜻을 아시죠. 80% 이상의 지지를 얻고 계시는 문 대통령님에게는 '아직은'이 '끝까지'로 유지되길 기대합니다.

사람만 바뀐 게 아니었으면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도 초기에는 인기가 꽤 높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문 대통령님은 부디 그런 행렬에 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일고 있는 대한민국의 신바람이 재임 기간 지속되길 고대합니다. 우리는 문 대통령님이 주시는 행복 바이러스에 늘 감염되어 살고 싶거든요.

사람들은 그럽니다.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달라졌다'고요. 참 듣기 좋은 말이죠? 이런 말 듣는 문 대통령님은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그 행복 지속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좀 쑥스러워 책에 기대어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제가 요새 읽은 <지구를 구하는 정치책>(나무야)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전쟁과 평화, 기후변화와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며 정치만이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게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왜들 그러잖아요. 촛불 민심이 정권을 바꿨다고요. 대통령님도 촛불로 보여 준 민심을 읽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고요. 예, 맞는 말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건 정치인인 대통령님이시잖아요.

정치인이 잘하여 지구를 살리고, 인류를 살리고, 한 나라를 살린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 투표로든, 시위로든, 단체를 통해서든, 무엇인가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일의 중심엔 정치인이, 그것도 대통령님이 계시죠.

문 대통령님이 그 자리에 가시고 나서 나라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정책이 바뀌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 나라 자체가 새로워지는 느낌입니다. 이는 정치의 힘입니다. 이는 정치만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아마 그래서들 매번 정치에 실망하면서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거겠지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라져야

문 대통령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손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장발장은행'을 설립하여 은행장으로 있는 홍세화 님은 벌금형을 받은 이들의 벌금을 대신 빌려 주며 가난한 이들이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고 가족의 생계를 계속 돌보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제 이 일 나라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책에 따르면, 벌금형을 받는 이들의 대부분이 가난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벌금을 못 내 교도소로 가는 사람이 한 해(2009년 자료) 4만 3,199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교도소에 가면 가족은 생계가 막막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교도소에서도 하루 일당을 5만 원가량으로 따지는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5억이라 하여 세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주자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기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성공불융자금'이라는 제도로 3,677억 원의 융자금을 탕감 또는 감면받았다고 합니다." (19쪽)

이거 뭐 이상하지 않습니까. 돈 있는 이들과 돈 없는 이들이 이리 비교되니 말입니다. 이건 제도의 문제이며 구조의 문제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이젠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브라질의 빈민 구제에 앞장섰던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의 말이 생각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가난을 만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불렀습니다."

역시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정치인의 몫입니다. 문 대통령님, 대통령님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공적 분배의 제도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을 개인의 선행에 기대는 일이 없고, 가난한 이든 부자든 모두가 평등했으면 합니다.

북핵과 난민 문제
결국 평화로 해결해야

문 대통령님!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으로 있는 게 누구에게 이득이 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죠.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압니다. 우방이란 이름으로, 주변국이란 허울로 우리를 옭아매죠. 책은 100m 사정거리의 화승총으로 동학군이 무장했을 때, 일본군은 사정거리 2,000m의 무라타 소총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핵이나 사드 문제가 이게 아니고 무얼까요. 양진영은 더 강한 무력을 자랑합니다. 더 센 무기가 상대를 제압한다고 믿죠. 이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자국 이익 때문에 미국은 자신들이 원자탄을 터뜨려 제압한 일본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책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 되고 싶은 나머지 한반도의 분단을 구실로 이 땅에 들어와 분단 상황 지속이라는 희생을 계속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 우방이라면 싸움을 말리고 함께 잘살도록 긴장과 갈등을 풀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비싼 무기 구입만 강요하면서 긴장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도대체 한민족을 어떻게 보고 그러는 것일까요?" (50쪽)

이제 무기 자랑하며 치닫는 대립은 끝내야 합니다. 모두 싸움을 말할 때 평화를 말하는 게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쉽지 않지만 대통령님이 하실 수 있습니다. 평화를 말하는 게 '계란'이 아니고 총을 앞세우는 게 '바위'도 아닙니다. 전쟁 말고 평화를 말하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칼을 쳐 보습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난민 문제도 외면하시면 안 됩니다. 2015년 터키 보드룸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유럽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공자, 모세, 딜라이라마,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예수 모두 난민이거나 망명과 관련 있는 사람들입니다. 문 대통령님도 피난민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구촌의 난민 문제와 환경 문제 모두 대통령께서 짚으셔야 할 대목입니다. 말할 것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개인이 하기 어려운 것을 정치가 해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 대통령님!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람 대우를 받고 평등하며, 대한민국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하나 바뀌었는데, 나라가 바뀌고 세계가 바뀌었다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 찍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요.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