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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타협'한 나, 그 목사는 이해할까
[인터뷰] 사회생활 초년생이 본 교회 문화
  • 최유리 기자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7.05.2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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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이제 서른이 된 김은유 씨(가명) 눈 밑은 거뭇했다. 피부도 푸석푸석해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앉자마자 김 씨가 업무용 다이어리를 펼쳤다. 두툼한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메모가 눈에 띄었다. 그는 교회를 갈 때도 늘 업무용 다이어리를 챙긴다.

김은유 씨는 동대문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옷을 만든 지 2년 정도 됐다. 그는 주중, 주말 없이 일한다. 교회 가는 일요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4~5월은 평소 하는 일에 F/W(가을/겨울) 시즌 옷까지 준비해 정신없이 보냈다. 일이 많아 점심을 오후 5시에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 탓에 김 씨에게 몇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만나는 시간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너 번 이야기한 끝에 5월 28일,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은유 씨는 어디를 가든 업무용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닌다. 언제 일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출근 시간 있어도 퇴근 시간 없어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 업무
일 시작하고 교회 멀어져
사회생활 이해 없는 설교

김은유 씨는 일주일에 4~7개씩 신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장이 준 샘플을 참고하기도 하고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주 3회 이상 마라톤 회의를 하고 옷을 만드는 공장에 방문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동대문 밤 시장을 돌며 다른 매장 신상도 확인한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 무의미하다. 밤 9시 반에 퇴근하는 게 예삿일이다.

"신상을 뽑는 주기가 빠르니까, 저희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걸 제작해요. 지난주에는 티셔츠, 남방, 자켓, 마 바지를 준비했어요. 원래는 주 3회 3시간씩 회의하는데, 요새는 회의도 매일 하고 시간도 더 길어졌어요. 다음 주 디자인할 옷에 맞는 천·부자재, 다음 미팅 자료도 찾아봐야 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걸까. 김은유 씨는 "지친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왕 일하기 시작한 거 잘하고 싶지만,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업무가 그를 지치게 한다. 실시간으로 카톡 업무를 해야 하고, 퇴근 후에도 수시로 전화한다. 사장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색감의 옷이 나오거나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든 화살이 디자이너에게 돌아온다. 체크할 시간을 주지도 않으면서, "왜 두세 번씩 체크하지 않았느냐", "공장 가서 옷 나올 때 안 보고 뭐했느냐" 등을 따져 물었다. 

김 씨는 2년 정도 패션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일 이야기를 하던 그는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모태신앙에 교회 청년부 활동도 열심히 했던 김은유 씨는 직장에 다닐수록 교회와 점차 멀어졌다.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고민은 깊었지만 교회는 아무런 답을 주지 못했다. 특히 직장 생활에 지친 자기 삶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설교를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지금 회사에 오기 전 1년 정도 일했던 곳에서, 김은유 씨는 2주에 한 번씩 백화점을 돌았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제품 중 회사가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회사 카드로 구매해 '카피를 떴다'.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다. 카피를 마친 옷은 일주일 안에 환불했다. 업계 관행이었다.

화장도 못하고 후줄근한 옷차림을 한 김은유 씨가 40만 원이 넘는 블라우스를 서너 개씩 사면, 백화점 직원들은 김 씨를 의심했다. 그들도 자기가 디자인을 베끼러 옷을 사 간다고 짐작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이모 카드를 너무 긁나"라며 직원들 앞에서 연기해야 했다.

"몇 번씩 백화점 가서 옷을 사고 환불하면 직원들한테 얼굴이 알려져요. 결국에는 환불을 대행해 주는 업체에 일을 맡겨요. 거기에 1건당 얼마 주면, 알바하는 사람이 디자이너 대신 환불 처리를 해 줘요. 마음이 어려웠지만,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버텨야 했으니까요.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으면 자기 매장을 해야 하는 거예요. 내가 (시스템이) 싫으면 퇴사해야 하는데 생활비, 핸드폰 요금 등 제 이름으로 내야 할 게 많아서 바로 퇴사하지 못했어요."

이런 고민을 할 때 교회에서는 "주일성수해라", "하나님께 순종하라", "헌금해라", "신앙생활 열심히 해라"는 설교를 들었다. 허무했다. 교인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설교였다.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저 목사님은 과연 교인들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교회가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배해도 설교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어디선가 '목회자가 될 사람은 적어도 1년간 사회생활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동의해요. 전에 막노동하는 사역자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요. 그분이 '지금까지 내가 교인들에게 했던 말들은 정말 몰라서 그랬구나'라는 것을 느꼈대요.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건 기본이고, 일하다 보면 욕이 목까지 차오르는 일이 다반사라면서요. 평소에 기도하고 말씀 보는 건 전혀 할 수 없었대요. 다시 목회지로 돌아가면, 교인 마음을 잘 이해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목이 너무 와닿았어요. 목회자가 교인 삶을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제가 경험한 목회자들은 아니었어요. 매번 이상적인 믿음의 모습만 주입하고, '아멘'으로 화답하길 바랐어요. 그런 모습에 질렸어요."

김 씨는 모태신앙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교회로부터 거리감을 느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리더는 늘 성공해야 하나
실패담 말하기 어려운 교회
분위기 망치기 싫어 침묵

김 씨는 일상생활에서 승리만 강조하는 교회 분위기도 불편했다. 일에 치여 사는 중에도 김 씨는 청년부 리더로 활동했다. 주중에 내리 야근했지만, 주말에는 교회 모임에 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모임에서 김 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점차 줄어들었다.

사회생활하면서 김 씨는, 흔히 교회에서 '세상과 타협했다'고 말하는 행동을 했다. 술을 마시고, 다른 직원이 사장 욕을 하면 옆에서 맞장구쳤다. 예수의 제자로서 손해 보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성격도 예민해졌다. 말씀 묵상은 물론 기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힘든 몸을 이끌고 교회 리더 모임에 나가,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삶을 털어놓았다. 공기가 냉랭해졌다. 목회자가 다른 사람을 지목하며, 대놓고 "분위기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라"고도 했다. 순간 이곳에서 자신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제 실패담을 이야기했는데, 괜히 말했다 싶더라고요. 저는 리더를 '먼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분위기 망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혜 받은 성경 구절이 없어도 '은혜거리'를 찾으려고 했어요. 제가 공동체 흐름을 망치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누군가는 그런 설교나 교회 문화에 만족하니까요. 교회 안에 다양한 성향과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는 제가 반항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 그냥 침묵했던 거 같아요."

김 씨는 아직도 열심히 교회에 다닌다. 여전히 하나님에 대해 갈급하다. 인터뷰가 있던 일요일 아침, 김 씨는 교회 오는 길에 시편 80편을 읽었다고 했다. 마지막 구절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돌이켜 주시고, 주의 얼굴의 광채를 우리에게 비추소서, 우리가 구원을 얻으리라"를 읽다 눈물이 났다. '우리'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체 이름을 넣어 몇 번이고 읽었다. 마치 자기 삶을 대변하는 기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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