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에서 징계를 받은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교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후임 목사 청빙 나흘 전, 담임목사가 사라졌다. 당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당회장이 사라진 것이다. 총회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교인들이 합의해 놓은 후임 목사를 총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교인들은 교단 총회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했고, 총회는 교인들을 징계했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송파교회) 얘기다.

송파교회는 3달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이영훈 총회장) 총회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회는 조정위원장 고충진 목사를 송파교회 임시당회장으로 보내고, 예배까지 관여하기 시작했다. 담임목사가 공석이니,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 영상을 위성으로 받아 예배를 하라고 지시했다.

교인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배를 진행했다. 보복 조치가 이어졌다. 기하성 총회 재판위원회는 3월 29일, 송파교회 장로·권사 8명을 제명·출교했다. 임시당회 진행을 방해하고, 교인들을 선동해 불법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였다. 송파교회가 소속된 전국지방회는 총회에 교인들을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고, 3일 만에 판결이 이뤄졌다. 징계받은 이들은 부당한 판결이라며 총회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계 결과를 토대로 사회 법 소송도 진행했다. 총회는 교인 8명을 대상으로 접근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5월 19일 "총회 판결은 기소, 소환, 통지 등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하자가 있다. 당회나 예배를 방해하는 행위를 소명할 만한 자료도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송파교회 교인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송파교회 교인 200여 명은 5월 28일 주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이영훈 총회장과 총회 관계자들을 규탄했다. 4월 23일에도 집회를 연 바 있다. 송파교회 김 아무개 장로는 "수십 년간 신앙생활해 온 교인들을 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쫓아내려고 한다. 우리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한 지 9년이나 됐다. 총회가 우리 교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총회는 송파교회가 먼저 갈등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해 왔고, 교회 재산이 (재)여의도순복음연합에 귀속돼 있다는 이유를 들며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단 목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하성 여의도 소속 박 아무개 목사는 "총회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교회를 지키겠다는 성도를 제명·출교하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교회 재산이 재단에 귀속돼 있다는 이유로 (총회가) 저러고 있다. 재단 돈이 1,000억이든, 5,000억이든 다 성도들이 낸 헌금 아닌가. 총회는 교회 의사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아무개 목사 역시 "어렵지 않은 문제인데 총회가 개입하면서 복잡하게 돼 버렸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개교회를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과 구성원들 지적에도 총회는 개의치 않고 있다. 고충진 목사는 5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 판결은 (교인들에게) 죄가 없다는 게 아니고, 총회가 절차를 제대로 안 밟았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다시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할 예정이다. (송파교회) 일부 교인은 문제가 있다. 헌금을 못 하게 하고, 예배당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기도회를 한다. 교회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총회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총무 엄진용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송파교회는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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