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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성적은 교회에서도 '신'이 되었다"
[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
  • 유영 기자 (young2@newsnjoy.or.kr)
  • 승인 2017.05.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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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유영 기자] 교회 주일학교 출석 인원이 확연히 줄어드는 시기가 있다. 바로 시험 기간이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목사·장로 자녀도 시험 기간에는 합법적(?)으로 빠진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주일예배에는 빠져도 학원에는 가야 한다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학생에게 쉼은 사치다. 교회만의 상황이 아니다. 모든 학생이 시험 기간에 학원을 가기 때문에 교회 아이들도 주일학교 대신 학원을 선택한다. 쉼 없이 배우는 아이들은 배움이 즐겁지 않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성적만이 중요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반기는 건 사교육으로 돈을 버는 학원 업계다. 2014년,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초중고 학생 616명과 학부모 4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학생 85%, 학부모 95%가 학원 일요일 휴무 법안에 찬성했다. 최소한 주말에는 쉬기를 바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 뉴스앤조이 현선

9년 만에 이룬 정권 교체. 한국 사회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교육계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 적폐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정부에서 추구한,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생 평가와 학교 제도를 멈춰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스도인이자 사교육 철폐에 앞장서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를 5월 25일 만났다. 지난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 이번 정부에 요청하는 교육정책의 의미, 한국교회가 교육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들었다. 다음은 송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지난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였던 2012년 당시 교육 공약을 평가했다. 공약 완성도가 매우 부실했다.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 도입' 정도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는 변화에 기여한 공약이 없었다. 전부 사교육, 입시 경쟁 완화에 도움되지 않는 공약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교육비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매년 사교육비가 상승했고, 작년에는 학생 1인당 월 25만 5,000원 정도 지출한다고 조사됐다. 특히 고교 입시를 준비하는 사교육비가 크게 늘었다. 현재 중학생을 둔 가정이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다. 초등학생은 24만 원, 고등학생은 26만 원, 중학생은 27만 5,000원 정도다. 고등학교 입시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

많은 학부모가 고등학교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야 대입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학부모는 아이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외고·자사고 등에 보내려고 사교육비를 늘린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역대 정부는 잘 이행되지는 않았더도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라도 발표했는데, 지난 정부는 대책 발표조차 없었다.

지난 정부는 역대 정부가 조사하던 통계청 항목도 삭제했다. 사교육비 지출 이유를 질문하는 항목을 2015년부터 뺐다. 그 전에는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명문대 진학과 취업 등을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잘못된 상황을 바꾸어야 하는데, 바꿀 의지가 없으니 묻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지난 정부에서 사교육비 고통은 극단으로 올랐다.

- 대학 입시가 아니라 고교 입시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니 놀랍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교 입시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한 내용에 기대가 적지 않다. 먼저 고교 입시 경쟁부터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외고·자사고 학부모와 교직원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외고·자사고 학부모 반발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 상태로 중학교 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는 자각이 사회에 퍼졌다. 사교육비 증가가 고등학교 수직 서열화 때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외고·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고교 입시 경쟁이 강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가 자유 학기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다. 자유 학기제는 객관식 시험이 아닌 다양한 수업, 평가 방식으로 중학교 교육 변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특목고 입시는 서열을 따지는 평가 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특목고 입시를 손보지 않는 한, 중학교 자유 학기제 전면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특목고 입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후보 시절,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 단체 인사들이 나서서 공약으로 받았다. 참여정부도 외고는 건드리지 않았다. 시민 요구로 공약한 사안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행하는 과정은 첩첩산중이다.

시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민간 영역에서 계속 요구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여망을 담는 그릇이다. 국민 여망이 없으면 그릇도 필요하지 않다. 산더미 같은 여망이 있다면 작은 사발로는 해결이 안 된다. 고교 입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커야 정치도 큰 그릇이 될 수 있다.

헌재는 2016년 6월 학원 심야 교습을 금지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학원 업계는 교육권 침해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KBS 뉴스 영상 갈무리

-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심야 학원 운영 제한', '학원 휴일 휴무제' 등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선행 학습, 심야·휴일 학원 운영 등 나쁜 사교육을 규제하는 법률은 국민 80% 이상이 찬성한다. 이 역시 국민 여망이다. 정치권과 교육청에서 학원 업계의 압력에 부담을 느껴 미온적으로 나올 뿐이다. 공공 자리에서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면 학원 업계도 반박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압력을 행사할 뿐이다. 하지만 국민 여망을 교육계와 학원 업계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 학교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평가 기준이 없어진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강하다.

출신 학교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왜 학교에 다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구인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뽑느냐고 묻기도 한다.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한국 사회가 되물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출신 학교를 능력으로 본다. 서울대를 나오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별·인종·종교 등은 배경으로 여기고 학벌(서울대 출신인가, 강원대 출신인가를 묻음)이나 학력(고졸출신인가 대졸출신인가를 묻는 學歷을 의미함≠學力)은 노력해서 얻은 능력으로 여긴다. 잘못된 생각이다. 학력이나 학벌은 노력해서 얻었다는 점에서 후천적이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배경일 뿐, 능력이 아니다. 능력이라면, 기업이 당당하게 SKY 대 출신 지원생들을 우대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들에게 몰래 가산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라.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들어갔지만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과 평범한 대학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있다 치자. 두 사람이 입사할 때 기업이 서울대 출신에게 가점을 준다면, 이는 그 지원생의 4년 전 대입 당시 수능 실력을 우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4년 전 능력만 볼 것이 무엇인가? 특목고 출신이냐 아니냐로 취준생을 걸러 내는 것은 왜 안 되고, 아예 그 아이의 부모 직업으로 걸러내는 것은 왜 안되는가?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대한민국 법은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불법으로 규정한다. 1994년, 취업할 때 학력과 출신 학교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1994년​ 고용정책기본법 7조가 신설되었다. 즉 우리의 법은 출신 학교와 학력은 개인의 학적 배경이지 결코 능력이 아니라고 선언한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출신 학교가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법이다. 후천적으로 취득한 배경은 능력이 아니다. 이것을 우리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 기업들은 알지만, 몰래 이 법을 어기고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기업이 이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단순하다. 제재하는 조항이 없어서다.

구인할 때 기업이 평가할 기준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지금 구직자들은 무척 많은 과정을 거쳐 채용된다. 적성검사 등 시험도 보고, 다양한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류 전형에서 출신 학교를 보지 말자는 것이다. 인·적성 검사와 면접 등에서 계속 추려 갈 수 있다. 서류 전형에서 출신 학교를 물어보지 말자는 말이 개인 능력을 묻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 출신 학교 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는가.

여기에 한국 사회 미래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와 인재 양성, 대학 모두가 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리라 본다. 출신 학교를 보지 않으면 대학 간판과 브랜드 효과가 없어진다. 학교 교육을 혁신해야 학생들이 많이 취업할 수 있다.

지방 대학 학생들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3 때 인생이 결정된다는 두려움도 없어질 수 있다. 출신 학교에 안주해서 대학 4년 동안 제대로 된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과, 미래 사회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혁신하지 않는 대학은 힘을 잃어 갈 것이다.

- 한국교회는 학력 사회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국교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교회에서는 공부가 '신'이다. 누구도 신으로서의 공부에 저항하지 않는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면제해 준다. 주일예배도 면제다. 신앙이라는 것이 복음 아래 모든 가치를 상대화해야 하는데, 공부는 상대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믿음이 자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교회는 공부와 대입에 무릎을 꿇었다. 교회 지도자도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는 어찌하지 못한다. 교회에 와도 아이들 신앙은 자라지 못한다. 신앙이 자라려면 자기 삶을 변화하고 전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굳세게 잡고 있는 비기독교적 가치를 내려놓고 복음을 잡아야 하는데, 거꾸로 믿음은 내려놓고 공부를 붙잡는다.

송인수 대표는 "교회가 학교 공부를 '신'으로 섬긴다"고 지적한다. 뉴스앤조이 현선

스스로 결정할 시기가 되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모 따라서 교회에 다녔을 뿐인데 어떻게 교회를 선택하겠나. 자기 신으로 공부를 섬겼는데, 갑자기 내려놓을 수 없다. 부모와 자녀 모두 훈련이 필요하다. 일요일에 학원 안 가면 손해다. 손해라고 생각해도 부모가 가지 말라고 해야 한다. 아이가 더 공부하게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야 한다는 부모 자신의 욕망과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교회가 이 싸움에서 힘을 너무 많이 잃었다. 힘겨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넘어서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부모들이 깨어 일어나야 한다. 교회에서 학력주의가 드러날 때 거세게 저항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의 신앙과 아이의 신앙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저항해야 부모와 아이의 신앙을 일깨울 수 있다. 교회 내 학부모는 세상을 바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서 들어오는 공부를 신으로 여기는 세속주의를 해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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