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 브리핑은 외교부 청사 국장실에서 진행됐다. 스텔라데이지호실종선원가족협의회 제공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정부 부처의 브리핑 자리에 앉았다. 정부가 수색 관련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지 3주 만이다. 외교부·해수부·미래부 등 정부 부처는 5월 24일, 청와대 사회혁신비서실 주재로 외교부 제1청사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브리핑을 진행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직 변하지 않은 정부 부처의 자세만 확인했다.

정부 브리핑이라고 했지만, 관련 부처들은 별다른 보고 사항 없이 참석했다. 부처 관계자들은 브리핑 대신 가족 요구 사항을 듣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보좌관이 23일 가족들에게 청취해 정부 부처에 전달한 요구 사안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실종선원가족협의회 허경주 대표는 "청와대는 바뀌었지만, 정부 부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탄했다.

수색 재개 요청하는 가족들
외교부 "수색에 이 정도 자산
투입된 적 없어"
집중 수색 종료 결정, 누가?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집중 수색 중단을 주도한 기관이 어디인가'였다. 가족들은 실종 선원들이 살아 있다고 여기며 수색 재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외교부 한 국장은 가족들에게 "실종 선원이 합리적으로 생존했다고 희망이 있을 때까지를 수색 기간으로 본다. 합리적 기간이 언제까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자산이 수색에 투입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집중 수색 재개 의지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가족들은 구명벌을 발견할 때까지를 합리적 희망 기간으로 보고 있다. 가족들은 "실종 선원 가족과 협의 없이 통보한 집중 수색 종료를 누가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선사 화물선이 동원돼 집중 수색하던 방식을 종료하고, 수색 지역을 지나는 선박에게 수색을 요청하는 통항 수색으로 방식이 바뀌었는데, 이를 지시한 기관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색 중단 결정과 관련 있는 기관은 해수부와 외교부, 선사 폴라리스쉬핑, 우루과이 MRCC(해경)다. 문제는 관계 부처와 선사가 서로 수색 종료를 요청한 기관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일관하는 상황에 있다.

집중 수색 종료 사실을 가장 먼저 보고받은 기관은 해수부다. 해수부 관계자는 5월 24일 브리핑에서, 선사가 집중 수색 종료를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 A 상무가 5월 8일 오후 6시, 선사 선박이 집중 수색하던 방식을 마치고 통항하는 화물선이 수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통보를 받고 담당 과장이 내부 보고했다. 외교부에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3주 만에 정부 브리핑을 받는 스텔라호 가족들. 스텔라데이지호실종선원가족협의회 제공

외교부는 5월 24일 브리핑에서 "9일 오전 7시 정도에 우루과이 MRCC의 통보를 받았고, 이때 수색 전환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9일 정오 무렵,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수색 전환 통보를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당시 가족들이 일방적 통보에 항의하자 외교부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이 MRCC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 MRCC는 선박 동원이 어렵다는 (선사) 통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자신들은 우루과이 MRCC에 통보할 위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선사 한 임원은 "수색 전환을 통보한 기관은 우루과이 MRCC였다. 8일, 강력한 저기압이 수색 지역에 접근했다. 수색 선박의 안전을 위해 피항했는데, 저기압 영향으로 수색 지역을 재설정해야 하고 수색 진행이 어렵다고 우루과이 MRCC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루과이 MRCC가 먼저 수색을 종료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인지하고 있던 것과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우루과이 MRCC가 수색 자원이 계속 투입되는 동안은 집중 수색을 종료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폴라리스쉬핑 한희승 회장이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직접 브리핑한 내용이다. 한 회장은 4월 13일 우루과이 MRCC에 방문해 책임자와 면담했고, 이후 실종 선원 가족들 앞에서 "우루과이 MRCC는 수색 자원이 있는 한 수색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례 브리핑하라"
가족들 "정부 부처 희망 없어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

2시간가량 책임 소재만 다투던 정부 부처들은, 실종 선원 수색에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브리핑을 마쳤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위성이 해당 지역을 밤낮으로 촬영한다. 더불어 실종 예상 지역을 넓게 촬영하던 방식에서 해류 흐름을 따라 촬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해수부 해명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위성 촬영 방식이 변경된 이유가 해수부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닌 까닭이다. SBS '그것이알고싶다'와 박주민 의원실에서 해류 전문가에게 의뢰해 받은 자료로 촬영하는 게 옳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 허경주 공동대표는 "민간 의뢰로 변경한 내용을 공으로 내세우는 모습에서 정부 부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은 가족들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정기 브리핑을 진행해 줄 것을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 부처 간에 협의해서 브리핑 일자와 장소를 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 부처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을 것을 우려해, 사회혁신수석실에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40일 넘게 가족들이 정부 부처와 대화하고 요구했던 내용에서 하나도 진전된 게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가족들은 이번 주 일요일 안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종 선원들이 생존했다고 믿는다. 변화를 위해 대통령 면담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가족들이 정부 부처에 요구하는 10가지 사안이다.

1.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한다.
2. 통항 수색이 아닌 집중 수색으로 전환해 구명벌 찾아 달라.
3. 정부 부처 브리핑에 선사 회장이 참석하게 하라.
4. 해수부는 선사에 상선과 구조선 투입을 지시하라.
5. 각 부처는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 달라.
6. 해수부는 구명벌 수색을 위해 구조선과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하라. (비용 부담은 추후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
7. 5월 10일 집중 수색에서 통항 수색으로 전환을 결정한 기관을 밝혀라.
8. 인공위성 종료 시점을 누가 결정하는지 확인하라. (수색 종료를 가족과 합의하라.)
9. 정부는 수색 상황을 매일 브리핑해 달라.
10. 가족 상황실을 다시 설치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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