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만 나지 않았어도 스텔라데이지호에 타지 않았을 텐데. 한진해운을 부도나게 한 사람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실종 55일을 맞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어머니 윤미자 씨와 김잠조 씨는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 씨 아들 박성백 씨와 김 씨 아들 윤동영 씨는 한진해운 부도로 폴라리스쉬핑으로 이직했다. 이번 항해는 박 씨와 윤 씨의 이직 후 첫 항해였다.

일등항해사 박성백 씨는 경력 17년 차 유능한 해사인이다. 삼등항해사 윤동영 씨는 대학 졸업 후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던 촉망받는 26세 젊은 해사인이다. 두 선원은 모두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 선배 폴라리스쉬핑 A 부장이 이직을 도왔다. 윤미자 씨는 이직할 때 아들을 말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일등항해사 박성백 씨 어머니 윤미자 씨는 좁은 구명벌에서 고생할 아들 생각에 편히 눕지도 못한다. 뉴스앤조이 현선

"한진해운이 부도났을 때, 외국에 있는 업체로 나가라고 했어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장남이라 부모 걱정에 외국으로는 가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여러 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있었는데 폴라리스쉬핑에 있는 학교 선배가 이직을 도와주었어요. 이번 항해 마치면 선장으로 승진하도록 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말리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김잠조 씨도 아들이 폴라리스쉬핑으로 이직하겠다고 할 때 말리지 못해 아들에게 미안하다. 김 씨가 아들을 말리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아들 윤동영 삼등항해사는 선원으로 대체 복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삼등항해사는 지난해 8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마지막 항해를 마쳤다. 한진해운이 어렵다는 소식도 이때 들었다. 이직하기 전에 한진해운이 부도나면 대체 복무는 중단될 처지였다. 올해 2월, 해양대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학교 선배 폴라리스쉬핑 A 부장과 연결되어 이직했고, 처음 배치된 화물선이 스텔라데이지호였다.

"배에 탈 때마다 늘 걱정합니다. 노후 선박인지 몰랐어요. 이리도 오래된 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배에 타라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배를 타던 아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리지 않은 게 너무 미안해요."

출항 전
아버지 생일 케이크
만들어 준 아들

윤미자 씨는 집에서 생활하기가 힘들다. 아들과 지낸 추억이 여기저기 묻어 있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현관에는 아들이 해양대를 졸업할 때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식탁에서도 쇼파에서도 아들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 눈에 밟혀 식사도 하지 못한다. 그는 "아들은 좁은 구명벌에서 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 텐데, 편안히 앉거나 밥을 먹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 무엇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윤 씨는 집에 있으면 아들이 떠나기 전에 했던 행동이 모두 떠올라 괴롭다. 출항할 때마다 늘 어머니에게 인사하며 "사랑한다, 잘 다녀오겠다"고 안아 주던 듬직한 아들이었다. 윤 씨는 아들이 그렇게 떠나던 2월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 떠나지 말라고 붙들고 싶다.

윤미자 씨는 아들을 그리는 마음을 스마트폰 케이스에 적어 매일 바라본다. 뉴스앤조이 현선

"사람이 그런 게 있잖아요. 안 하던 행동을 해서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장가가기 전에 라면 한번 자기 손으로 잘 끓이지 않던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출항하기 전에 아버지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고 했어요. 처음 만드는 케이크라 모양도 별로고 맛도 없었는데,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앞으로 가족 생일이 가장 슬픈 날이 될 것 같아요."

김정숙 여사에게 손 편지 전달
"같은 어머니로 얘기 들어 주길"

농성장에 있는 어머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운다. 들끓는 어머니 마음은 울부짖기라도 해야 아주 조금이라도 진정될 수 있는 까닭이다. 김잠조 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다.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올라와 고3 둘째 아들이 홀로 지내는 서울 집에 가보지도 못했다. 인생이 구만리 같은 큰아들은 바다를 떠돌고 있는데 찾지 못해 미안하고, 대학에 갈 준비 중인 둘째 아들은 제대로 돌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대로 집에 갈 수가 없어요. 큰아들을 보고 싶은 정도가 아닙니다. 정말 큰아들 없이 살 수가 없어요. 꼭 찾아서 가고 싶습니다. 고3인 둘째 아들이 '형은 어디든 살아 있을 사람'이라고 위로해 줍니다. 해양대 시절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계속 받았던 아들이 쉽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재수색이 이뤄져야 합니다."

20대 젊은 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눈물이 그치지 않는 김잠조 씨는 김정숙 여사와 같은 모정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김 씨는 다급한 마음에 김정숙 여사에게 손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아들을 둔 어머니인 김 여사에게 마음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을 표현했다. 꼭 김 여사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어머니들을 만나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영부인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실종 선원 어머니들을 만나 주기를 바랍니다. 같은 모정을 품은 어머니로서 이야기 들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김 여사와 면담하면서, 붙들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우리 마음을 들어 주세요. 마지막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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